리더스 월드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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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월드 4월호

정용상 1 20
                                    인본, 민본, 여민의 법치주의를

 

                                                                                    정용상(동국대 법과대 교수)

 

완연한 봄이 찾아 왔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다. 지난 겨울 억척스럽게도 춥더니만 그래도 봄은 오고야 말았다. 봄의 진가는 겨울의 추위를 생각 할 때 드러난다. 지난 겨울 살을 애고 뼈를 깎는듯한 매서운 추위 속에서 매화는 기어이 살아남아 따뜻한 봄날에 코끝을 찌르는 매화 향기를 품어 내리라 다짐하면서 긴긴 겨울을 버텼을 것이다.

인류역사상 평화시대인들 아무 일도 없이 조용히 지나갔을리야 없겠지만, 오늘 날 우리나라의 주변정세와 내부상황은 참으로 우려 되는 바가 적지 않다.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국제적으로 공통의 위기를 맞고 있고, 중동지역에서는 최근의 IS집단의 포악무도한 반인륜적 대량살해로 전 세계를 전율케 하고 있다.

최근 동북아 정세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위중한 국면을 맞고 있다. 북한의 전쟁준비완료라는 호언장담이 예사롭지 않고, 중국의 팽창주의와 미국의 중국견제를 위한 전략, 북한의 핵무기위협에 대응하는 미국과 중국의 동상이몽의 전략, 일본의 끊임없는 과거사부정과 독도트집, 중일 간의 센가쿠분쟁. 무엇보다 러시아의 동진정책으로 인한 주변 4강의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적·외교적 분쟁지역화 우려 등 외교현안이 흥클어진 실타래와 같다.

국내 상황은 더 심하다. 경제성장판이 멈춰 선지 오래 되어 청년실업이 최고도에 달하고 있어 청년세대의 맨붕이 국가 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경제난과 교육난, 그리고 인구정책의 실패로 저출산이 심화되어 600여년 후 국가멸존의 예측을 내어 놓는 판이다. 북한의 핵을 무기로 한 벼랑끝 전술에 대한 대응방식을 두고 남한 사회가 분열되고 있고,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미·중 간의 외교적 마찰에 우리 정부는 마치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자, 벙어리 냉가슴 앓는 지경이다.

원래 위기는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일까? 비극은 줄줄이 온다는 말인가? 이러한 대내외적 환경이 위중한 가운데, 국내에서의 정파 간 부질없는 정쟁은 도를 넘고 있고, 정부 또한 정치권과 난형난제의 형국을 이루며 마치 국민을 볼모로 하는 고집불통의 독선정치, 나몰라라 식의 조삼모사 정책으로 세상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 경제시장 또한 기업가 따로 노동자 따로 각기 마이 웨이 식으로 반대로 가고 있다. 교육계는 말할 것도 없다. 교육을 교육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정파적 이익이나 이념적 잣대로 재단하려고 달겨드니 교육이 교육적일 수가 없다. 영유아 보육은 이미 거론할 가치도 없을 만큼 엉망이 되어 있다.

이러한 국가적 위기 상황 속에서 민중의 심리는 묘하게 극악화 되어 가는 것 같다. 흉측한 범죄가 사흘이 멀다 하고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부모를, 남편을, 자식을, 형제자매를, 이웃을 반인륜적으로 살해하거나 무자비한 테러를 가하는 등 사회전반적 위기가 휘몰아치고 있다. 국가중심의 국민통합적 구심력이 없어지고, 각 자가 패를 나누어 우주여행을 떠나듯 원심력이 확장되어 마치 정서적으로는 통합된 국가의 존재성이 의심될 만큼 세상이 산만하기 그지없다.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고 불신하며 서로가 소통을 거부하며, 가진 자는 가진 자끼리, 가지지 않은 자는 그들 끼리 각각 리그를 형성하여 죽기 살기로 상대편을 향해 거침없이 그건 너! 바로 너! 너 때문이야!”라면서 독설을 퍼붓는다. 모르핀적 속 시원함의 순간순간을 즐기며(?), 눈만 뜨면 또 죽기살기로 서로 싸우고 비난한다. 이 모든 잘못의 원흉은 라면서 영일없이 싸우고 또 싸운다. 어떻하든 한 자리 하기 위해 결사적으로 온갖 부정과 비리와 불법을 총동원하여 줄을 대어 하이에나처럼 달겨들어 그 자리를 쟁취하기만 하면 국익이고 공익이고 생각할 여유도 없이 마구 끌어 모으고 쓸어 담아 사익을 챙기고, 나라 곳간이야 거들나건 말건 내가 알 바 아니라며 상상 속에서라도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여 흡혈귀처럼 공물을 다 빨아 먹고는 유유히 사라져 버리는 자들이 비단 고위직 뿐일까? 크고 작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의 상당 수가 그 자리에서 행할 수 있는 극대치의 부정과 비리를 총동원하여 사리사욕을 채우는 멸문지경의 사회분위기는 가히 평범한 시민의 눈에는 절망적이다. 희망이 없다. 방산비리도, 기업비리도, 공직비리도 다 마찬가지다. 착한 서민의 눈에는 그들이 적이고 원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대통합을 외치며 나를 따르라!”외치는 국가지도자의 호소(?)는 가물가물하는 메아리이거나 우이독경일 분이다. 이러한 난장판 속에서 김영란법을 만들고 테러방지법을 만든들 백약이 무효이다. 부정과 비리, 도덕적 타락의 환경을 청정하게 하기 위한 국민적 공감이 전제가 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국가비전에 대한 희망도 없고, 개인의 발전에 대해서도 절망적인 상태에서 서로 자기 보따리만 챙기다 보면, 공멸의 결과를 가져 올 것임은 불문가지이다. 이건 아니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신발 끈을 동여 매고 나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위기의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국민대통합이 답이다. 혁명적 개혁을 통해 올곧은 반듯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 만드는 손이 정직하고 깨끗해야 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너무도 당연한 진리를 실천하지 못한다면 혁명적 개혁은 불가능하다. 특정인이나 특정 지위 있는 자에게 의탁하여 개혁하려는 발상은 위험하다. 그건 독재를 권면하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크다. 인치는 위험하다. 법치가 답이다. 사람에게 의존하지 말고 시스템에 의존해야 한다. 물론 그 시스템은 다수의 지지를 얻을 수 있어야 하고, 그 내용은 건전하고 건강하며 정의로워야 한다. 그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부터 소통과 통합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특정 계층 특정직역의 이익이 전제가 되면 필패이다. 그 과정은 모든 다양한 의견이 수렴되어 정제되는 절차를 거치는 용광로이어야 한다.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격론이 있고, 결론도출이 어려운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럴 때에는 그 시스템의 양생과정이 공정하고 객관적이면서도, 그 시스템이 실행단계에서 소기의 목적달성을 위해 이길 수 있는 비장의 무기(?)를 담고 있어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고 국제적으로는 경쟁력이 있는 상품이어야 한다.

그 모든 힘이 강한 자나 가진 자에게서가 아닌 국민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그 모든 것의 주도자는 국민이다. 국민이 주인이다(主權在民). 그 모든 결실은 국민에게 돌아가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은 국민중심의 공익을 위해 선용해야지, 사익을 위해 악용하면 안된다. 모든 것의 중심에 국민이 자리 잡으면 국태민안의 평화가 오며, 국민통합의 하나됨이 오며, 그 힘은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근간이 될 것이다.

이제부터 혁명적 개혁을 위해 국민중심, 국민우선, 국익 중심의 세상을 열어 나가자. 지금까지의 잘못된 도덕률, 잘못된 관행, 잘못된 정책의 원흉처럼 회자되던 특권층·기득권이라는 용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씻을 수 있는 공정경쟁의 틀을 만들자. 먼저 가진 자의 솔선수범(노블리스 오블리쥬)을 실천하자. 그리고 공익과 사익이 잘 겹쳐 지도록 정책우선순위를 설정하자. 더불어 함께 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을 결코 용인하지 않는 공정과 합리가 담보되는 틀을 마련하자. 그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무모한 발상은 버리고 각 영역의 독립성을 보장하되 영역 간의 통섭과 융·복합적 교호를 통해 공통분모에 대한 비용을 절감하고 상생구조를 만들어 가면 그 시너지 효과는 극대화 될 것이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은 국민에게로 돌아 갈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결과는 국제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그 모든 것의 근저에 국민의 지혜와 소망을 담고, 국익과 단체(기업)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가능한 한 합치점을 찾을 수 있는 사회대통합의 길로 나아가면 국가와 기업, 개인의 상생모드가 조성될 것이고 이것은 국제사회에서의 강한 한국의 힘을 과시하여 국익을 지키는 힘으로 작동될 것이다.

로마는 결코 외침에 의해 망한 것이 아니다. 내부적인 부정과 부패, 불신과 불통, 가진 자들의 도덕적 해이와 정부통제기능의 마비로 인해 스스로 무너진 것이다. 인본, 민본, 여민지상주의 새 시대를 열자. 선진법치주의의 봄을 맞자. 통일한국의 이름으로 21세기 동방의 르네상스의 대향연을 한반도에서 맞이하자.

Comments

정진앙
시기적절하게 찝어낸 좋은 글 잘 읽었고, 그리고 감사합니다!
St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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