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 월드 201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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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월드 2016년 1월호

정용상 0 18

오만한 정치권, 준엄한 심판이 필요한 때!

 

 

정용상(동국대 법과대 교수)

 

 

연말에 정치권의 원로 두 분이 세상을 떠났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다. 누구에게나 공과가 없을 수 없겠으나 두 분은 한국 정치사에 큰 획을 그은 분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건 투쟁을 한 정치지도자이자, 오랜 군부통치를 끝내고 문민정부를 세워, 금융실명제 등 사회 전 분야의 개혁을 주도하여 대통령 재임 초기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80%가 넘는 고공행진을 하며 국민 절대다수의 신뢰를 얻은 대통령이다. 그 분은 분명 한국 현대사에서 개혁의 큰 획을 그은 지도자로 국민의 뇌리에 기억될 것이다. 이만섭 의장은 4. 19혁명당시 진실을 알린 기자로 명성을 떨쳤고, 이후 여당소속 국회의원이면서 박정희 대통령 주도의 3선 개헌을 반대하였고, 국회의장시절 대통령의 집요한 요구에도 결코 굴하지 않고 직권상정 불가원칙을 끝까지 지켜 낸 지조의 정치인이었다. 두 분 공히 철저한 의회주의자로서 주권재민의 수호자로 국민의 이름으로 끝까지 외압으로부터 입법부를 지킨 올 곧은 정치인으로, 우왕좌왕하는 오늘날의 정치인에게는 롤 모델이자 사표(師表)이었다.

최근의 우리 정치권은 평가하기조차 부끄러울 만큼 졸렬하고 무책임하며, 바라보는 국민의 얼굴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국회는 완전히 어둠의 거리에 노니는 집단처럼 패싸움이나 하고 있고, 청와대가 입법부를 향해 강아지 부르듯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는 모습하며, 여론을 무시한 행정부의 독선적 정책결정으로 국론분열을 부추기는 행태하며, 정말 더 이상의 저급한 코미디를 볼 수 없을 만큼 줄줄이 바보짓들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으뜸은 야당의 내부분란과 야당이기를 포기한 어수선한 집안싸움이다. 야당만이 아니라 여당 또한 피아구분이 어려울 만큼 이전투구의 권력다툼에 국민은 이골이 나 있다. 여당의 친박 대 비박, 야당의 친노 대 비노의 대결적 패거리정치에 국민은 진절머리가 난다. 정치권은 정부가 잘못 하면 대안을 가지고 준엄하게 나무라고, 세를 결집하여 잘못된 정책을 저지하고, 국민의 걱정과 근심을 덜어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근심을 더하게 하는 식이니 무슨 국민의 대표니 선량이니 하며 폼을 잡고 다닌단 말인가!

가뜩이나 세상은 갈기갈기 갈려서 분열과 갈등에 휩싸여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판에 정치권의 갈등과 분열은 세상의 갈등을 더욱 부채질 하는 꼴이 되어 있다. 이건 아니다. 정치권이 이래서는 안된다. 그들이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듯한 이런 모습은 정말 안된다. 소통하고 통합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각인시켜 줘야 한다. 여야 간에 대화하고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어떻게 해야 그들만의 리그에서 깨어나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국민을 섬기고 국민을 두려워하는 정치인을 배출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이합집산의 붕당적 정치파쟁을 막을 수 있을까?

첫째, 제도적 장치로 정치권의 비행을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 정치권은 그야말로 잘못 길들여진 망둥이의 행패와도 같다. 무슨 짓을 해도 제어할 마땅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 정말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옷을 벗길 방법이 없다. 반듯한 정치를 하지 않으면 안될 법을 만들어야 한다. 국회법도 공직선거법도 엄중하게 규제하여 그들의 일탈을 막아야 한다. 상법에서는 기업의 이사에게는 엄격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부과하여 그들이 임무를 게을리 하거나 고의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엄정한 책임을 묻는다. 손해를 끼친 이사에게 회사가 손해를 묻지 않으면 일정한 조건하에 주주가 회사를 대신하여 회사에 손해를 끼친 이사에게 소송을 제기하여 회사의 이익을 보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이사의 임면권이 주주총회에 있기 때문에 그들은 주주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인이 국민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맘대로 놀거나 특정의 이익을 위하여 편파적인 정치를 한다면 그 지위에서 쉬이 내려오게 하는 법이 필요하다.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도 맑은 법이다. 국법이 온전히 서면 하위법이나 자치법규나 규약도 반듯하게 설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헌법부터 불임헌법으로 현대적 의미의 헌법기능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헌법적 권위를 잃은 모습이니 딱하고 딱하다. 하위법 또한 원려없이 속세적 편견에 따른 이익에 집착한 나머지, 쭉쭉 뻗어 하늘을 찌르는 나무와 같은 기상은 없고, 분재원의 뒤틀린 나무처럼 특정직역이나 특정인에게 유리한 규정이라는 오해를 받기 좋을 만큼 요상한 법들이 허다하다. 아마도 정치관련 법은 더할 나위없는 게리멘더링식 법구조를 가지고 있으니, 그 법에 무슨 정의가 흐르고, 그 법에 무슨 법적 권위가 따를 것이며, 그 법이 무슨 합리성이나 합목적성을 가진 법이라고 일반시민의 준법의지가 발동할 수 있겠는가? 기존의 정치관련법령을 총체적으로 손보는 작업이 필요한 때이다. 정치권 스스로는 자쟁능력이 없으므로 제도에 의해 정화시킬 수 있도록 입법작업이 필요하다.

둘째, 법을 만드는 공장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국회개혁을 위해 국회구성원인 국회의원을 물갈이해야 한다. 기성정치권의 부정한 관행이 일상화 되어 교체도 개선도 어려운 상황이므로 인적쇄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물갈이가 꼭 필요한 시점이다. 그 힘을 가진 자는 오로지 국민이다. 선거를 통하여 물갈이를 해야 한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택하고 차선도 없으면 차악을 택하더라도 정치권의 기득권을 확 바꾸어야 한다. 국민의 손에는 군사구테타를 할 수 있는 총칼은 없지만 선거혁명을 할 수 있는 투표권은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선거제도를 바꾸는 입법작업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기득권을 가진 기성정치인에게 절대 유리한 현행 선거제도는 고쳐야 한다. 신인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먼저 이루어 져야 한다. 그 토대 위에 국민의 매서운 판단으로 이기적 정치인과 정치집단을 퇴출시켜야 한다. 특정지역에 특정정당의 깃발만 꽂아도 당선되는 기이한 선거문화를 국민 스스로가 깨야 한다. 퇴출대상은 어떤 잣대에 의하여 가려야 할까? 극단적 이념주의자를 국회로 보내서는 안된다. 그는 국민의 대리인이 되어 의정활동을 할 수 없는 뇌를 가지고 있다. 그의 가슴에는 진영의 이익만 있을 뿐이다. 국민의 이익이 이식될 공간이 그들의 영혼 속에는 없기 때문이다. 지역갈등을 등에 업고 국회입성을 하려는 자는 한사코 그 길을 저지해야 한다. 그런 자는 반통합론자이므로 국회에서 사회갈등과 국론분열을 조장하고 국민을 여러 갈래로 나누는 갈등주의자가 될 것이므로 철저히 배척해야 한다. 정치만능주의자는 걸러 내야 한다. 사회가 고도로 전문화·분화되어 특정의 개인이 만기친람식으로 모든 것을 다 터치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치판은 세상의 모든 것에 군림하는 정치만능, 정치우선의 논리에 빠져 있다.

셋째, 국민의 입장, 공공성을 앞세운 시민사회가 정의의 파숫군이 되어야 한다. 제도개혁이나 인적쇄신 만으로 공정사회를 이룰 수가 없다. 국민을 하늘같이 섬기는 건전하고 건강한 NGO의 정치사회개혁을 향한 선진적 활동이 기대되는 때이다. 어두운 사회를 밝히는 등불로서의 NGO가 부패한 정치권력을 바꾸는 국민정치의식개혁운동을 선도해야 한다. 그런 일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NGO 스스로가 정직하고 깨끗하고 청렴해야 한다. 그 어떤 부정과 부패에도 연루되지 않은 정의의 화신이어야 한다. NGO 스스로 건강한 민주적 지배구조에 의해 운영되어야 하고, 명경같은 회계의 투명성을 유지하고, 이웃을 섬기고 받드는 헌신과 희생이 몸에 베인 그런 모습의 NGO가 국민과 함께 정치권의 개혁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 어느 한 쪽으로 경도되지 않은 올 곧은 자세로 국민의 자존을 지켜 주고, 국격을 세워 주며, 불의와 부정에 타협하지 않는 NGO끼리 연합하여 지극정성으로 국민을 받들면서, 온갖 독점적 특권을 누리는 정치권을 개혁하는데 앞장서면 분명 국민의 박수를 받을 것이다.

국민을 두려워 하기는 커녕 국민의 존재자체를 의식하지 않고, 그들의 이익만을 챙기는 외계에서 온듯한 이상한 사람들의 집단인 한국의 정치권을 바꾸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법을 바꾸고, 사람을 바꾸고, 국민의식을 바꾸어야 한다. 정의에 찬 NGO가 앞장서서 국민의 이름으로 개혁의 깃발을 들어야 할 때이다. 물론 그 주인은 국민이어야 한다. 국민은 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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