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월드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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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상 3 17
                                          대학입시! 계속 정부가 통제해야 하나?

 

 

                                                                                   정용상(동국대 법과대 교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기가 무섭게 출제오류의 소용돌이 속에서 수험생도 학부모도 학교도 멘붕에 빠졌다. 수능일에는 일정시간대에 비행기 이착륙이 금지되는 전대미문의 대한민국 수능시험이 언제까지 존속해야 할 것인지 궁금하다. 1968년에 예비고사제도가 생긴 이후 조금씩 바뀌긴 했지만 대학입학의 제1관문이 수능시험인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심지어 수시에서 조차도 일정기준의 수능성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의 대학입시는 상당히 다양성을 띄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수능은 수험생과 학부모 앞에 군림(?)하는 무섭고 두려운 제도이다. 아니 수험생과 학부모를 반 죽이는, 세상을 질식케 하는 현대판 깡패제도(?)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수능은 없어져야 할 유산이다. 백해무익한 제도이다. 전국의 수험생을 하나의 잣대로 그것도 정부에서 통제하는 상황에서 승패를 가리게 하는 것이 과연 교육적인가? 수능을 박물관으로 보내 버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입시에서 수능이 필요없게 만들어야 한다. 그럴려면 대학입시를 정부의 통제로부터 풀어야 한다. 사회 전 분야의 규제혁파를 외치는 정치권에서 왜 교육만은 정부에서 통제와 규제를 통해 관리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교육의 자유와 자치, 대학의 자유와 자치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대학입시를 자율화 해야 한다. 대학의 건학이념에 따라 그 대학의 특성에 따라 필요한 인재를 뽑아서 교육시키게 해야 한다. 물론 국가이념이나 공공의 이익을 거역하는 마구잡이식 교육의 방치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기준 하에 자율적인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정부는 후견적 기능을 담당하는데 그쳐야 한다. 통제나 규제치고 쓸만한 것이 어디 있겠냐만은 특히 교육은 통제와 규제 속에서는 생장할 수 없는 제도이다. 교육은 교육에 맡겨야 한다. 대학입시를 대학에 맡기면 된다. 수능은 없애면 된다.

문제는 교육만이 독립된 영역으로 국가의 큰 틀로부터 완전히 벗어 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인데, 사실상 교육은 다른 영역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교육기관인 학교에서 특히 대학에서 가르친 청년들은 결국은 그 수요자인 사회로 진출하게 된다. 초중등교육은 대학입시의 방향에 눈치 보느라 영일이 없다. 교육기관인 학교는 지역사회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구성하여 주고 받으며 상생하는 가운데 교육의 기능을 강화하며 양질의 교육을 시킬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서로 얽히고 설킨 상황에서 복잡한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지고의 방안은 스스로의 책임 하에 알아서 잘 추진해 나가도록 정부는 지원하고 권면하면 되는 것이다. 대학입시만 자율화되면 수능은 없어 질 것이고, 초중등교육은 물론이고 유아교육까지 대학입시에 목을 매는 기현상은 없어질 것이며, 그 고유의 교육이념과 교육목표에 따라 제대로 된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그러한 토대 위에서 개인의 성향에 맞게 대학을 선택하고, 대학에서는 집중력을 높혀서 전문교육을 실시하여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면 되는 것이다. 교육이 원칙으로 돌아가서 정상화되면, 교육은 사회에 만연한 각종의 비정상이 정상화 되는 계기로 작동될 것이다.

공포의 대학입시제도를 개혁하면 공교육의 정상화가 실현되고, 전국의 생활권마다 삶의 질이 고루 향상될 것이고, 천문학적 사교육비에 짓눌린 학부모들은 해방되어 숨을 돌리게 될 것이고, 아이는 아이답게, 청소년은 청소년답게 그들의 세대에 걸맞는 놀이와 생각을 통하여 공동체사회에서 더불어 함께 살아 갈 수 있는 지혜를 익히게 되고, 봉사와 헌신을 통한 인류공존공영에의 기여의 필요성을 자각하게 될 것이다.

교육이 정상화되면 교육은 사회통합의 근원이 될 것이며, 사회양극화를 완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교육의 정상화는 대학입시제도의 개혁만으로 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한 쪽으로 쏠리고 한쪽이 독식하는 승자독식의 사회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사회 전분야에서의 특권구조를 고쳐야 한다. 오로지 승자만이 살아 남는 동물왕국적 경쟁구조를 모두가 승자가 되는 상생구조로 바꿔야 한다. 특히 모든 것이 서울로 몰리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 세상의 모든 독점적 지위를 나누어야 한다. 분권형 개헌을 필두로 하여 세상의 모든 독점적 힘을 나누는 국가 전분야의 시스템개혁이 필요하다. 전국의 수험생들이 서울로 진학하기 위하여 모두 몰려 오면 교육의 정상화는 불가하다. 그러므로 중앙정부의 독점적 권한을 지방정부에 나누어 주고, 지역균형지방발전을 위한 지방자치의 활성화를 도모하여, 자치단체별로 그 지역의 교육의 정상화를 통한 노력으로 경향각지 곳곳 마다 반듯한 학교가 세워지면 굳이 비싼 교육비를 부담하며 서울로 몰릴 이유가 없다. 지자체마다 그 지역의 학교를 명문(?)으로 만들고, 청년들이 지역사회에서 봉사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 주고,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교육이념과 목표를 설정하여 양질의 교육을 시키면 전국의 학교가 모두 명문학교가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사회통합의 걸림돌인 잘못된 학벌구조를 깰 수도 있을 것이다.

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노력은 정부와 지자체만의 몫은 아니다. 특히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학벌사회를 뜯어 고치기 위해서는 대학의 서열화를 깨야 하고, 이러한 악습을 깨기 위해서는 기업이 사원을 채용할 때 철저히 기업이 필요로 하는 능력있는 인재를 추호의 사심없이 공정한 룰에 따라 적재적소에 선발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기업은 근로현장에서 대졸자를 우대하거나 노동환경이나 조건에서 학력의 차이를 이유로 차별을 조장하는 등의 행태는 정말 없어져야 한다. 대학의 서열화 못지 않게 대졸자 우대 분위기도 마땅히 고쳐져야 한다. 세계에서 1-2위를 다투는 대학생비율을 대폭 낮추어야 한다. 고등학교 졸업생 대부분이 대학을 가는 이러한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사회의 시각교정이 절실한 부분이다.

인구대비 대학인구가 많다는 것은 결국은 대학졸업자가 고졸자의 자리를 빼앗아버리게 되므로 그 여파는 끝없이 사회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 사회의 인식이 달라지면 학부모의 생각도 달라지게 될 것이고, 대학도 스스로 자체구조개혁을 하게 될 것이다. 청년실업자 수가 천정부지인 현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교육의 정상화가 절실하다. 구직난과 구인난이 상존하는 뒤틀린 인력시장의 비정상적 현상은 공교육시스템의 변혁과 개혁, 특히 대학개혁을 통하여 정상화 시킬 수 있다.

세상만사가 다 그렇듯이 직역별 담장을 허물어야 한다. 소통하고 상생하기 위해서는 울타리도 낮추고 삽작문도 열어야 한다. 산업분야별로 문을 꽉곽 닫아 놓고 무슨 상생이며 소통을 한단 말인가? 교육분야에서는 초중등과 고등교육간의 소통을 위해 서로 문호를 개방하고 교류와 지원을 함께 하며 정보를 교환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학교와 정부는 물론 기업과 공공기관 등과의 교류도 활성화 하여 상호이해를 통한 실사구시적 교육을 위한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고등학교 입시담당교사는 대학의 입학처나 대학교육협의회에 파견근무도 하고, 과학교사는 대덕연구단지나 과학기술부처에 파견하여 학교와 현장을 연결할 수 있는 체험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 사회교사는 교도소나 법원에 파견되어 교정현장이나 사법행정의 흐름을 익힐 기회를 가져야 한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슬로건은 멋있어 보인다. 그러나 한 번 선생은 영원히 울타리에 갇혀서 세상물정 모르는 그런 교육자로 안주해서는 안된다.

줄탁동시라는 말이 있다. 교육계 내부의 개혁을 통한 소통과 통합! 교육계 외부에서의 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부단한 노력이 동시에 이루어지지 아니하면 교육은 질식하여 죽어 버린다. 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개혁의 출발은 수능폐지와 대학입시의 자율화, 그리고 교육환경의 상향평준화와 동시에 특성화, 지역균형발전, 학벌위주 사회구조의 개혁 등이 한데 어우러지는 줄탁동시의 속도감 넘치는 교육개혁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입시지옥의 멍에를 벗고 활짝 웃는 유년시절을 즐기면서 청춘을 예찬할 수 있도록 사회전체가 합심할 것을 기대한다.

 

 

Comments

수능폐지와 대학입시 자율에 동의 합니다.
근데 이건 누구 소관업무 인가요?
대통령, 교육부장관, 국회, 대학 ...
대학총장이 수능무시한 학생선발 제도를 바꾸면 법에 위반되나요?
모든 대학 총장들과 학장들이 학생 자율선발권을 행사하고 법률에 의해 처벌 되어도 "내 할 일을 내가 한다"는 신념이 있다면 ???
정용상
교육부 소관이며, 현행법상 어떤 형태의 대학본고사도 삼불정책에 반하므로 안되지요. 전국을 단위로 하나의 잣대로 60만명의 학생을 줄 세우는 이것만은 없어져야 합니다.
정진앙
교육은 국가 백년지계인지라, 어떠한 방법과 수단을 강구해서라도 고치고 수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겪어야 했던 예비고사와 얼마나 다른지는 모르지만 긴 안목을 갖고 고쳐야 할 것이니 중지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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