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 월드 11월호(분권형 개헌)

건강/상식

리더스 월드 11월호(분권형 개헌)

정용상 0 16

국민통합의 용광로! 분권형 개헌!

 

정용상(동국대 법과대 교수)

 

구한말 역사의 혼돈 속에서 18941212일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헌법적 성격을 띈 홍범 14조가 제정되고, 이듬 해 17일 고종은 이를 선포하였다. ‘홍범은 중국 서경(書經) 주서(周書) 홍범편(洪範編)에 나오는 내용인데, ‘천하를 다스리는 큰 원리라는 뜻이다. ‘홍범 14는 탐관오리의 부패와 사회혼란, 외세간섭, 국론분열로 민중의 삶이 극도로 피폐해진 상황에서 새로운 독립국가로서의 출발을 선언한 것으로 그 역사적 함의는 크다고 하겠다. ‘홍범 14가 헌법적 성격을 띈 선언이라면 그로부터 1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의 법치는 어느 수준에 와 있을까? 사회발전의 규준이 법이고, 사회질서의 기본 틀이 법인데, 지금 우리의 법치의식은 어느 정도일까? 지금 대한민국은 진정한 자유민주주의국가, 법치국가로서의 위용을 갖추고 있는지? 쉬운 말로 세상이 법대로 잘 돌아 가고 있는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가장 법을 잘 안 지키는 집단이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인 국회이다. 그리고 가장 법을 잘 안 지키는 개인이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신임()을 기반으로 하는데도 국민을 배신하고 무법천지의 전사처럼 설치기만 하고 개인의 영달만 취하는 것으로 시민들의 눈에 비치는 것은 왠 일일까? 정부나 공무원 또한 마찬가지다. 그들이 법을 준수하고 국민을 받드는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고 누구의 눈치를 보고 있단 말인가? 사법부는 어떠한가? 법관은 재판, 즉 판결로 말해야 하는데, 각종 매체를 통하여 개인 플레이를 하고, 다른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자의적 판단에 따라 공개적으로 판결을 비판하고, 동일 또는 유사한 사건에 대해 전혀 다른 판결결과가 나와서 이해당사자를 어리둥절하게 해 놓고는 양심에 따라 재판했다면서 언론 플레이를 하는 모습은 가련하다 못해 처연하기 짝이 없다. 정부만이 그러한가? 공공기관장, 공기업 CEO 등 한 가닥 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들을 통상 시회지도층이라 하는데, 그들의 눈에 국민이나 소비자는 보이지 않는다. 누구의 눈치를 보느라고 일은 안하고 그토록 목을 길게 빼고 마음에도 없는 용비어천가를 불러대고 사미인곡·속미인곡을 낭독하고만 있는가? 세상의 전신만신이 어느 한 쪽만을 향해 오매불망 그리움의 노래만 부르며 기다리고 고대하며, 오지도 찾지도 않을 그 님만을 바라 보고 있단 말인가? 그렇다 이건 뭔가 잘못된 근원이 있을 것이다. 그 답은 바로 권력의 집중에 있다고 본다. 대한민국의 모든 크고 작은 권력이 한 쪽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무소불위의 힘이 한 쪽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임금과 같은 국가지도자가 아닌 통합의 리더로서의 맨토같은 국가지도자가 필요하다. 모든 권력은 나누되, 소통과 통합으로 민주적 의사결정구조에 따른 민주적 절차, 적법절차에 의한 결론, 모두가 따르는 결론을 도출하는 매커니즘이 필요하다. 그렇다! 권력집중형 헌법을 권력분산형· 분권형 헌법으로 고쳐야 한다. 그런데 정치권의 개헌논의 자체를 금기시하는 현재의 사회분위기하에서 헌법개정을 위한 진도가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개헌논의를 못하게 하면 납작 엎드리는 모습! 이것 또한 절대권력에 익숙한 정관계 지도층의 복지부동·낙지부동의 전형이다. 헌법의 지위가 천하 최고인데, 누가 헌법위에서 이래라 저래라 한단 말인가? 대통령도 국회의장도 대법원장도 누구도 헌법위에 존재할 수 없다. 누가 무슨 권한으로 헌법보고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단 말인가? 헌법개정논의 그 자체가 모든 것을 쓸어 담아 갈 블랙 홀이라는 진단은 현실적으로 저급한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그럴 수도 있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환골탈태를 위한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이슈는 개헌이라는 메뉴가 으뜸이라고 생각한다. 개헌논의가 경제개혁의 발목을 잡는다는 두려움도, 국론분열을 가져 올 것이라는 과장된 제스쳐도 모두 기득권층의 입지강화를 위한 단견일 뿐, 결코 애국적 판단이 아니다. 1987년 당시의 시대상황정치상황이 현존의 묘한(이상한) 헌법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헌법학자들은 현행헌법을 불임헌법이라고들 한다. 그렇다 현행헌법은 분명 불임헌법이다. 그리고 대통령제도 내각제도 아닌, 그러면서도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된 묘한 헌법의 모습이다. 분권형 개헌이 필요하다. 물론 헌법개정의 또 다른 이유는 시대 상황에 맞게 기본권조항과 경제조항의 손질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대통령의 권한만 분권화하자는 것이 아니다. 입법권력도 분권화시키고, 사법권력도 분권화 시키고, 정부권력도 분권화시키자는 것이다. 난마와 같은 현대 우리사회의 갈등과 분열의 모든 귀책이 대통령에의 권력집중구조에만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시체말로 알아서 기는 식의 상하관계, 명령복종관계, 주종관계가 곳곳에서 엄존하는 현실적 사회정서는 권력집중의 폐해라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사회 전 분야의 개혁이 전제가 되어야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라도 먼저 분권형 개헌을 해야 한다. 개헌이 사회 전 분야의 막힌 곳을 뚫을 수 있는 무기이다. 국가의 권력분산이 이루어지면, 공공기관, 경제계, 문화계 등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도 독점적이고 독선적 권력집중이 풀려서, 모든 정책결정은 민주적 절차에 따른 의견수렴절차를 거쳐 이루어지게 될 것이며, 그 결론에는 모든 구성원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누구도 그 사안과 관련하여 분열을 조장하거나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구조적으로 없을 것이다. 그리고 헌법의 선진화는 하위법에도 영향을 끼치고 궁극적으로는 각종 행정입법에도 영향을 끼쳐 그 과실은 고스란히 소비자인 국민의 손에 쥐어지게 될 것이다.

분권을 전제로 한 헌법개정의 내용과 방향에 대해서 헌법개정자문위원회의 개정시안을 중심으로 간단히 언급하면, 첫째, 입법부를 단원제가 아닌 양원제로 하여 상하원간의 권한의 분담을 통한 입법권력을 나누어서, 사시사철 싸움만 하고 일은 안하는 현행의 입법부의 악습적 관행을 불식시켜야 한다. 둘째, 행정부도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권력을 분점하여 한 켠의 독주를 막도록 해야 한다. 물론 국민적 정서를 감안하여 대통령은 국민의 직접선거로 뽑고,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선출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한 중앙정부가 행정권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현행 시스템을 바꾸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분권을 도모하여, 지역균형, 지방자치의 발전을 견인해야 한다. 셋째, 사법부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간의 사법권력 분권을 통해, 사법부의 독립을 강화하고, 사법행정의 민주적 운영과 사법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기본권에 있어서는 글로벌 기준에 맞게 그 내용을 보완해야 한다. 생명권을 강화하고, 북한이탈주민, 다문화 가정 확산 등의 현실을 고려하고, 어린이, 청소년, 노인, 장애인의 지위를 보장하기 위한 차별금지조항을 신설하고, 행동의 자유, 망명권, 사상의 자유, 신앙의 자유, 알권리, 자기정보결정권, 정보문화향유권, 표현의 자유, 직업의 자유, 언론매체의 자유 등을 신설하여 자유권적 기본권을 강화·확장하고, 사회보장제도 고지수령권, 주거생활안정에 관한 권리, 문화생활향유권, 민주시민교육·사회교육을 받을 권리, 소비자권리등의 신설을 통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강화하고, 국민투표권, 공정하고 적법한 행정요구권 등을 추가하여 참정권을 강화하는 등의 기본권에 대한 대폭적 보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 칼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홍두깨식 제도는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와 같은 불신과 갈등과 분열로 온 나라가 갈기갈기 찢겨진 이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으뜸 과제는 분권형 개헌이라고 생각한다. 개헌이 결코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블랙 홀이 되어서는 안된다. 만약 그런 쪽으로 개헌을 악용한다면 그 개인이나 단체는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오히려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없는, 법도 도덕도 뭐가 하나 제대로 통하는 것이 없는 진퇴양난의 갑갑한 현재의 한국사회의 온갖 얽히고 설킨 난제들을 용광로에 넣어 녹여내는 순기능을 분권형 개헌, 기본권강화의 개헌 아젠다가 감당하게 될 것이다. 역사적 소명과 의식을 갖고 개헌논의를 진행하면 오히려 경제도 좋아지고 사회통합도 이루어지며, 문화예술의 융성도 가져 오고, 통일을 향한 기대도 높아지는 동인이 될 것이다. 통일은 대박이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통일을 향한 대박이다. 분권형 개헌은 소통과 통합, 그리고 통일을 향한 제도적 토목이다. 정의를 품에 안은 법이 분명 국민의 지킴이, 이김이, 받듦이, 섬김이로서의 소명을 다 할 수 있도록 모든 법의 맏형인 헌법이 시대에 맞게 제대로 서야 한다. 반듯하게 서야 한다.

Comments

State
  • 전체 방문자 345,811 명
  • 전체 게시물 23,350 개
  • 전체 댓글수 88,376 개
  • 전체 회원수 1,148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