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흥사단 발행) 기고문

건강/상식

기러기(흥사단 발행) 기고문

정용상 0 26


국회보좌직 가족채용은 헌법정신 위반의 몰염치

 

정용상(민족통일운동본부 상임대표)

 

최근 모 국회의원이 딸을 인턴, 동생을 5급 비서관, 오빠는 회계책임자로 일하다 공기업 신입사원으로 채용, 남편을 국감 법사위 파견검사회식에 동행, 보좌진에게 후원금 강요 등의 비리로 여론의 몰매를 맞고 탈당까지 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줄줄이 가족채용을 하거나 이와 연관되어 이권을 챙기는 등의 백화점식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되면서 국민에게 정치불신의 골을 더 깊게 파 놓았다. 이 사건이 터지기가 무섭게 친인척 국회보좌직 40여명이 국회를 떠났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가족을 직접채용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동료 의원 간에 환상형, 고리형, 매트릭스형으로 서로 상대방 친척을 주고받는 응용(?)된 친인척채용 등 못된 백태는 앞으로도 계속 밝혀질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하도 반칙과 몰염치가 공공연하게 행해져서 국민은 어지간한 관련 뉴스에도 크게 놀라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국회보좌진 가족채용문제에 대해서는 국민여론이 많이 술렁인다. 혹시나 했던 신뢰의 분위기가 역시나로 귀결되는 실상에 따른 성난 민심을 이대로 두어서는 안된다. 이 참에 국회의 비대한 입법권력과 국회의원의 엄청난 무소불위의 특권에 대대적인 매스를 가하여 입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인시켜 줘야 할 것이다.

최근 통계자료에 의하면 IMF금융위기 이후 최대의 청년실업율을 기록하고 있다. 청년취업은 노동문제를 넘어서는 사회문제이며, 국가존망의 절대적 과제이다. 과거에는 전문자격증을 취득하면 상당한 소득이 보장되었으나 요즈음은 변호사가 9급 행정직 신입채용시험에 응시하거나, 대학원과정을 마친 학위소지자가 환경미화원 시험에 응시하는 등 취업의 양과 질이 공히 엉망진창이다. 이러한 참담한 현실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야기인 국회보좌직 가족채용 특혜소식은 이 사회의 분열과 갈등, 사회양극화를 더욱 부추기는 불쏘시개가 되었다.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에 충실하고 힘들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이렇게 세상이 어지럽고 어려울 때에는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과정과 절차의 적법성과 정당성이 보장되고, 공정한 경쟁과 기회의 균등이 보장되며, 저급한 사익중심의 이기적 태도가 아닌, 공익·공동선을 우선하는 공동체정신으로 바위같은 정의로운 사회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특권적 지위를 남용하여 사리사욕을 챙기고, 부당하고, 부도덕하고, 불공정한 방법으로 내 가족과 내 편의 이익만을 우선하면서, 도덕율도 없고 법준수도 없는 망둥이세상의 몰인간적 치외법권적 횡포로 국민의 지탄을 받을 일을 서슴없이 하고 있는 모습은 진정한 대의민주주의의 상징과는 거리가 멀다. 가족채용은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 될 뿐이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그들은 강변한다. 끼리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 화투판처럼, 기존의 구단주끼리 독과점구조를 형성하여 신생구단의 진입을 막고 그들만의 리그를 운영하는 것처럼, 어두컴컴한 절차에 의한 가족채용의 특혜는 헌법상 평등권의 침해이며, 국민의 직업선택의 기회를 박탈하는 광의의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

국회의 솔선수범을 기대하는 것도 난망하며, 도덕적 기준으로 스스로 제어하지도 못할 정도의 상황이라면 입법적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 국회직도 당연히 공무원 신분이므로 국민의 혈세로 그들의 급여가 나간다. 그러므로 공무원 임용절차의 수순을 밟아 임용하는 것이 순리이나, 극회직의 특성상 일반직 행정공무원과 같은 채용절차를 거치기는 어렵다 할지라도 이런식의 가족채용은 어떤 명분과 이유로도 합리화 할 수 없는 도덕적 범죄이자 헌법정신을 위반하는 범죄유형에 흡사하다.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입법적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들린다. 민주당은 당윤리규범과 당규에 친인척보좌관 채용금지조항을 추가하였고, 새누리당은 친족의 채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며,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이익충돌방지법안을 성안 중이라고 한다.

이러한 가족채용의 폐단을 막기 위한 입법적 노력은 이미 있었다. 김영란법의 원래 법명칭은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었다. 그런데 국회심의과정에서 뇌물수수에 관한 부정청탁금지부분만 살려 놓고,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에 관한 내용은 몽땅 삭제해 버린 것이다.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는 정부와 국회 등 공적기관에 고위공직자 및 인사담당자가 자신의 가족을 채용하거나, 고위공직자나 계약담당자 및 그 가족이 소속기관의 조달계약의 상대방이 되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금지하여 인사 및 조달행정의 공정성을 확보하자는 내용이다. 국회의원은 무엇이 두려웠기에 이 부분을 빼는 것뿐만 아니라 부정청탁부분에서도 그들에게 유리하게 고치는데 급급하여 이 법의 원래의 취지는 어디로 가고 누더기 입법을 하는데 앞장 선단 말인가?

고도의 사적 생활영역인 기업생활관계에서도 대리권(대표, 대행)을 가진 자는 본인과의 자기거래나 쌍방대리를 못하게 함은 물론 경업(경쟁업, 겸직)금지 등 철저하게 불공정거래를 규율하고 있는데, 하물며 입법기관인 국회가 부정청탁의 범위에서도 자기들의 이익중심으로 법안을 깨고, 부시고, 던지면서 엉망진창의 입법을 도모하고, 아예 가족채용과 같은 비리를 막을 수 있는 이해충돌규정은 도려내어 개천에 던져 버리는 이런 몰염치·파렴치는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김영란법은 소기의 목적달성이 불가능한 불완전입법이기에, 지금이라도 그 법을 대폭 개정하여 원래의 입법취지에 맞게 만들든지, 아니면 통째로 빠진 이해충돌방지의 내용을 더 쎄게 해서 별도의 입법(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을 함으로써 가족채용의 재발을 방지해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넓게 예를 들면 유령직원을 둔다든지, 보좌관 급여를 갈취한다든지, 친인척의 취업청탁을 한다든지 등 일체의 비리를 잠재울 수 있는 강한 입법이 요망된다. 이에 더하여 국회사무처 또는 정당차원의 객관적 인사검증시스템을 마련하여 채용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함으로써 입법부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Comments

State
  • 전체 방문자 345,942 명
  • 전체 게시물 23,350 개
  • 전체 댓글수 88,376 개
  • 전체 회원수 1,148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