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운송인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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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상(전국법과대학장협의회장)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기도 하고, 또 물건의 운송을 위해 물건을 운송회사에 맡기기도 한다. 운송 중에 사고가 나서 신체상해를 입거나, 정신적 후유장애를 안을 수도 있을 것이고, 피복이 훼손된다던지 또는 휴대한 물건을 분실하거나 그것이 훼손·멸실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건운송의 경우에도 물건의 멸실, 훼손, 연착으로 인해 송하인이 손해를 입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운송 중에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운송인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는데, 우리 법상 운송인의 책임에 관한 입법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면, 운송과정에서 생긴 불측의 손해를 입었을 때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것이며, 용이하게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운송은 운송의 객체에 따라 물건운송, 여객운송, 통신운송으로 구분되고, 운송지역에 따라 육상운송, 해상운송, 공중운송(항공운송)으로 구분된다. 육상운송에 관해서는 상법 이외에도 철도법, 철도소운송법, 도시철도법, 삭도·궤도법 등과 같이 많은 특별법이 제정되어 있다. 따라서 육상운송에서 중요한 철도와 궤도의 운송에 관해서는 상법이 적용될 여지가 거의 없다. 결국 오늘 날 상법이 적용되는 운송이란 자동차운송의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동차운송업을 규율하는 법률로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등이 있다. 운송업에 있어서는 대량성·반복성을 갖는 운송계약의 성질상 보통거래약관이 발달하여 주로 약관에 의하여 규율되고 있으나, 운송업의 공익적 성질로 인하여 이러한 약관에 대해서는 국가적 감독이 강화되어 있고, 계약자유를 제한하여 체약강제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운송계약은 운송이라는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도급계약이다.
이 글에서는 여객운송에 국한하여 그 입법체계를 살펴보고, 주로 여객이 운송 중 손해를 입었을 경우 여객운송인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제에 관해 살펴보도록 한다.
여객운송의 경우에도 철도·궤도·자동차에 의한 정기운송에 관하여 위에서 언급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등과 같은 운송사업에 관한 특별법이 있다. 따라서 여객운송에 관하여는 제1차적으로 이러한 특별법이 적용되겠으나, 상법은 여객운송에 관한 일반규정으로서 운송인의 책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오늘 날 물건운송업 이외에 여객운송업도 운송업의 중요한 일부분을 이루고 있으며, 특히 자동차운송사업이 급격히 발달한 오늘날 여객의 운송 상의 지위를 명백히 해 두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여객운송계약의 특징은 첫째, 물건운송계약의 경우와 달리 자연인을 운송의 목적으로 하는 계약이기 때문에 물건운송의 경우보다 고도의 주의가 요구되고, 운송 중 손해는 대부분 여객의 생명 또는 신체에 관한 손상을 의미하며, 이러한 손해액의 산정방법도 정액배상주의를 취하는 물건운송의 경우와 다르다. 또한 여객자신이 계약당사자가 되는 것이 보통이다(예외적으로 부모가 아이의 운송을 부탁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여객운송계약은 유상이 원칙이지만 6세미만의 소아처럼 무상의 경우도 있고, 계약의 성질상 여객은 물건의 경우와 달라 운송인의 보관에 들어갈 수도 없다. 그러므로 여객운송에서는 물건운송의 경우에 부담하는 운송물의 수령·보관·인도에 따른 책임을 질 수가 없다. 또한 여객운송계약은 보통 승차권 발행시에 성립한다고 보는데, 승차 후에 승차권을 구입하는 경우에는 승차시에 성립한다고 본다.
여객운송인의 책임에 관하여 살펴보면, 운송인은 자기 또는 사용인이 운송에 관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지 아니하면 여객이 운송으로 인하여 받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상법 제148조 제1항). 여기서 손해라 함은 주로 여객의 사상(死傷)으로 인한 손해를 말하는데, 이 외에도 피복의 손상이나 연착으로 인한 손해를 포함한다. 운송인이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부담한다는 뜻이다.
여객의 사상으로 인한 손해는 여객의 재산적 손해는 물론, 정신적 손해(위자료)도 포함한다. 재산적 손해는 여객의 사상으로 인한 치료비·장례비와 같은 적극적인 손해뿐 만 아니라, 장래의 일실(逸失)이익과 같은 소극적 손해도 포함한다. 여객의 사망으로 인한 일실이익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사망 당시의 수익을 기준으로 함이 원칙이고, 사망 당시 직업이 없었다면 일반노동임금을 기준으로 할 수 밖에 없으나, 사망이전에 장차 일정한 직업에 종사하여 그에 상응한 수익을 얻게 될 것으로 확실하게 예측할 만한 객관적 사정이 있을 때에는 장차 얻게 될 수익도 일실이익에 포함된다(대법원판례 1982. 7. 13, 82 다카 278).
여객의 사상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정함에는 법원은 피해자와 그 가족의 정상을 참작하여야 한다. 이는 여객이 입은 특별손해에 대하여 당사자의 예견유무를 묻지 않고 법원이 당연히 이를 참작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여객운송인의 여객의 사상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개별적이고 또 특별손해에 대하여도 그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점에서, 물건운송인의 책임이 획일적이고 또 정액배상책임인 점과 구별된다. 즉 여객운송인의 책임은 물건운송인의 책임에 비하여 많이 확장되어 있다.
여객운송인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판례를 보면, 첫째, “열차의 승객이 차창 밖에서 누군가가 던져 날아 온 돌에 맞아 상해를 입은 경우에는, 여객운송인(국가)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대판 1969.7.29, 69다832), 둘째, “만원인 기차에서 승객이 승강구에 매달려 있으면, 열차 차장은 승객을 완전히 열차 안으로 들어가게 한 뒤 발차신호를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대판 1970.5.12, 69다378), 셋째, “승객이 열차의 선반위에 짐을 불완전하게 올려놓았기 때문에 그 짐보따리가 떨어져 다른 승객이 상해를 입은 경우, 운송인이 주의의무를 해태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대판 1971.6.22, 71다846), 넷째, “술 취한 여객이 가락국수를 사 먹으려고 하차하였다가 열차가 출발하여 이미 40미터정도 진행한 상태에서 무모하게 열차에 올라타려고 승강대 손잡이를 뛰어 가면서 잡으려다가 놓쳐 상해를 입은 경우 운송인(국가)은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대판 1990.5.25, 89다카9200), 다섯째, “입장권을 소지한 사람이 객차 안까지 들어와 전송을 한 다음진행 중인 열차에서 뛰어 내리다가 사망한 경우에는, 여객운송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여객운송인(국가)은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대판 1991.11.8, 91다20623), 여섯째, “잠결에 하차하지 못한 여객이 열차가 출발할 무렵 잠에서 깨어나 서서히 진행중인 열차에서 뛰어 내리다가 추락한 경우, 운송인(국가)은 여객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대판 1993.2.26, 92다46684)고 판시하는 등 여객자신이 입은 손해(대인적 손해)에 관한 판례가 대부분이다.
운송인이 여객으로부터 인도받은 수하물, 즉 여객의 탁송수하물에 대한 여객운송인의 책임은 운송인 측에서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부담하고 손해배상액은 정액배상주의에 의한다. 이에 반해 운송인이 여객으로부터 인도를 받지 아니한 수하물, 즉 여객의 휴대수하물의 멸실 또는 훼손에 대한 여객운송인의 책임은 여객 측에서 운송인 또는 그 사용인의 과실을 입증한 경우에 한하여 발생한다. 즉 운송인은 자기 또는 그 사용인에게 과실이 없으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여객의 수하물에 대한 손해(대물적 손해)에 관한 판례는 거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