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물전을 고양이에게(리더스월드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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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물전을 고양이에게(리더스월드 6월호)

정용상 3 30
어물전을 고양이에게 맡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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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상(한국법학교수회 부회장 겸 사무총장)
 

부산 부둣가 좌판에서 생선을 팔아 어렵사리 짬짬이 모은 돈을 단 한 푼의 이율이라도 높은 저축은행을 찾아 맡긴 한 영세상인의 돈이 허공으로 날아 가 버렸다. 그런데 알만한 높은 분들은 영업정지처분직전에 미리 자기들 돈을 다 빼갔다나 어쨌다나. 뼈가 어스러지도록 일해서 모은 돈이 알고 보니 은행에서는 대주주 개인의 이익추구를 위한 부동산투기나 해외에서 위험한 금융투기를 하다가 돈을 다 날렸다는가 보다. 은행 돈은 은행지배주주(경영자)의 쌈지 돈인가? 그것도 감독을 해야 할 금융감독원은 감독은 커녕 용돈은 물론이고 뇌물을 정기적으로 상납 받으면서 아예 비리에 눈을 딱 감아버렸으니 공범치고는 아주 나쁜 공범이다. 또 퇴직하면 그곳의 감사로 가긴 가는데, 결국은 이전에 근무하던 친정(?)을 향해 간첩노릇도 유분수지 치졸하게 감독정보나 빼내어 비리의 연속을 조장하며, 금융감독기관의 감독을 무력화하는 방패막이 역할이나 하고 있으니 그 은행이 온전할 리가 없다. 금융감독원 출신이 우리나라 금융기관 거의 전체를 싸잡아 감사 또는 유사한 고위직을 독식하고 서로 누이좋고 매부좋고 누가누가 더 국민이나 고객을 괴롭히고 나라를 좀 먹게 하는지 내기를 하는, 서로 배불리는 윈윈식(?) 먹이사슬이 견고하게 작동되어, 결국 죽어나는 것은 결국 힘 없고고 백없는 불쌍한 서민이다.
감시감독없는 건전경영은 근원적으로 불가능하다. 크로스 체크, 상시감시체제가 유지되는 지배구조하에서 투명하고 건전한 경영이 가능하고, 결과적으로 이익창출이 이루어지며, 그 결과 고객이나 구성원(주주, 종업원)들에게 배당가능한 이익 또는 임금인상을 통한 개별이익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구조적으로 그러한 이익창출여부를 판단하기 전에 이미 상류에서 다 퍼 가 버리거나, 파이프를 뚫어 기름도둑처럼 다 빼 가버리니 하류에서 무얼 나누어 가질게 있겠는가? 감독기능을 가진 금융감독원이나 자금운용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려는 은행이나 모두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주머니 돈이 쌈지 돈도 아니거늘 어찌 회사 돈이 자기 돈인양 마구잡이로 빼돌리고 떼이고 막가파식 묻지마 투기를 하여 금싸라기 같은 고객이 맡긴 돈을 허공으로 날려 보낸단 말인가? 금융권지배구조의 대대적인 수술이 절실하다. 인치적 사고의 틀을 비우고 그 자리에 법치적 마인드를 이식시켜야 한다.
법규제도 중요하지만 그 법을 지키려는 지도자의 의식이 더 중요한 것이다. 이렇게 금융사기극이 벌어졌다고 해서 해당지역구 국회의원 전원이 초법적 발상을 하여 무조건 예금을 100% 보전해 주자는 법안을 제출한다는 뉴스는 더욱 가관이다. 돈으로 표를 살려는 매표꾼에 다를 바 없어 평가할 가치도 없는 처연한 모습들이다. 뻔뻔스런 정치꾼, 가증스러운 금융꾼들을 영원히 그 시장으로부터 축출해야 한다. 정치꾼은 국민의 투표로, 금융꾼은 고객들이 그 금융기관의 곳간을 비워버림으로써(거래단절) 스스로 시장을 떠나게 해야 한다.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말이지만은, 과연 금융기관만 그러할까? 정부예산 편성에서부터 배분에 이르는 전 과정이 가관이다. 나랏돈은 먼저 보는 사람의 것인가? 권력을 잡으면 돈도 명예도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쓸어 담을 수가 있는 것인가? 매년 연말이 되면 국회에서 예산 갈라먹기를 하다가 서루 뒤틀려 아비규환의 난장판이 벌어진다. 어찌 국가예산을 그런 식으로 끼리끼리 흥정하여 갈라먹기식으로 나누어 가진단 말인가? 국민의 혈세로 구성되는 국가예산을 낭비하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차세대전투기를 구입하면 구형보다 성능이 못하거나 결함투성이이거나 이미 철지난 구형에 겉옷만 신형으로 입혀 놓거나, 신형전차를 개발했는데 작동이 원래 설계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거나, 대단한 성능의 무기라고 고가로 수입해 놓고 보니 작동이 안되어 고철덩어리로 전락했다거나 하는 상황은 국방선진화가 아니라 후진화를 조장하는 일이 아닌지? 교육예산도 그렇다. 공교육의 본질이 흔들린 채 어디까지가 정부에서 할 일이고 무엇을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인지에 대한 개념없이 교육예산 역시 정치적 흥정이나 인기영합의 객체가 되고 말았다. 교육예산은 우선적으로 교육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 교육예산이 교육보다는 간접부대시설이나 복지적 관점에서 접근되어서는 안된다. 포퓰리즘적 교육예산편성은 더더욱 안된다. 문제는 공교육현장인 교실이 이 정도의 공격에도 무너질 만큼 썩어 있다는 얘기다. 인사철이면 현금다발이 교육청 담벼락을 넘나들면서 매관매직시장이 성행하고, 그 시장을 세우는데 기여한 교육단체장들이 있다면, 그리고 앵벌이 같은 촌지강요(?)에 더하여 과외학원 영업사원인양 설치는 선생님이 극소수라도 있다면, 이를 일소하겠다는 명분으로 정치모리배들이 학교로 몰려들어, 교육현장을 정치판논쟁의 장으로 만들고, 교육예산도 힘의 논리에 휘둘리고 만다. 하늘이 무너져도 교육은 무너져서는 안되는데 건전한 수비수는 악랄한 공격수에 비해 눈에 띄게 적으니 우리 공교육현장을 어이할꼬? 지방자치시대라는 거창한 구호 하에 지자체에서도 예산개념은 실종되어 전시행정을 위해, 단체장의 다음 선거를 위한 선심용으로 목적에 반대되는 사업들을 마구 펼치는 현상이 잦다. 심지어 지자체 청사를 웬만한 나라의 왕궁(?)처럼 돈을 쏟아 부어 건축하는 이유는 뭘까? 국가예산은 주인없는 돈이라는 발상 때문이다. 순전히 탐관오리적 습성의 공직자들을 몰아내는 정치선진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회사의 결산주주총회 시즌이 되면 총회장입구는 마치 소련의 어느 정보기관인 듯 한 동토의 분위기이다. 총회장에는 회사직원이나 용역회사 직원들이 진을 치고, 회의 중에 온갖 낯뜨거운 연출을 다 한다. 어디가 켕기길래 저토록 삼엄하고도 살벌한 분위기하에서 주주총회를 열어야 하는 것일까? 무슨 당당하지 못한 사실이 숨겨져 있길래 저렇게 입구를 통제한단 말인가?
순전히 인기영합적으로 내건 헛공약인 온 나라가 무슨 혁신도시다, 무슨 도시다 하면서 온갖 얄궂은 작명을 하여 전국을 들쑤셔 놓아 무지한 현지인들을 내쫓고 땅꾼들이 몰려들어 한반도 전체가 투기장이 된 현실은 또한 무슨 일인고? 아파트 한 평이 7천만원을 넘는 곳도 있다하니 가히 이 땅에는 천국과 지옥이 병존하는 조화로운(?) 나리인가보다. 경제는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 경제도 교육도 국방도 복지도 모조리 정치논리로 접근하면 결국은 다음세대에 죽음보다 더한 무거운 짐을 남겨주게 된다.
고스톱 판에서 짜고 치는 놈의 돈을 다 먹을 방법이 있을까? 죽어라 사람 눈을 속이는 판에 정석대로 패를 돌리고도 돈을 딸 수 있을까? 나라가 바로 서려면 우선 돈의 흐름이 맑아야 한다. 그리고 정치가 사회의 중심을 잡아 줘야 한다. 무엇보다도 세상에는 특권층이 없어야 한다. 명예와 권력과 돈을 한 손에 다 쥐고 있는 특권계층은 더더욱 안된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 세상 전반에 부정과 부패, 비리와 반칙이 없어야 한다. 생선가게를 고양이에게 맡겨서는 안된다.

Comments

임우순
서민만 항시 억울한 세상이다...돈먹은 놈들 다 토해 놓아야 된다..
이자는 못 준다해도 원금은 돌려주어야 한다...나쁜놈들....좋은 글 대단히 감사합니다....
전병환
구석 구석 골고루 자알 썩었으니 차기정권은 어느놈팽이가 잡을런지는 몰라도 
밑거름이 좋아서 국민생활도 더좋아질것으로 기대와 소망을 해 보며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윤윤병
참으로 좋은 말씀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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