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월드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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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상 0 21


                                              국무위원의 조건

 

                                                                                 정용상(한국법학교수회장)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고위직 인사청문회가 열려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청문회 현장에서 갖가지 개그소재가 생산되며, 사회적 평판이 상당하던 후보자가 망신을 당하는 모습은 그 모든 정치적인 것을 떠나 한심하고 처연하다. 필자의 한 지인은 인사청문회 방송을 보다 말고 청문회무용론을 강조하면서, 청문회의 모습은 헌법정신과 헌법가치에 대한 이반이라며 머리를 설레설레 흔든다. 청문회 장면을 보면 묻는 자도 답하는 자도 너무 한심하고 갑갑해서 머리가 아프단다. 도대체 시대의 부침과 문화나 의식구조의 변화가 급속했던 지난 현대사의 질곡과 굴곡을 무시한체 전혀 융통성없는 일률적인 내용의 고위직 인사배제원칙으로 도덕성이고 정책이고 그 모든 것을 재단해 버리는 청문회는 결코 효율적이지 못하다. 그러므로 인사청문회 방영은 보호받아야 할 인간의 존엄과 가치, 누려야 할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하는 기분이라며 이런 저급한 청문회는 당장 집어치워야 한다고 볼멘소리다. 본질과는 거리가 먼 물음에 우물우물 거짓말을 늘어놓는 난형난제의 선문답에 국민은 허탈감을 숨길 수 없으며, 몹시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다. 특히 정권교체가 되어 입장이 바뀐 여야는 지난 날 그들이 야당일 때에 목숨(?) 걸고 지키려 했던 배제기준이나 원칙을, 현재의 야당은 그 때의 기준과 동일하거나 더 강하게 적용하려 하고, 그 반대의 입장에 선 정파는 지난 날 상대 정파가 했던 말을 되풀이하면서 기약없는 바보들의 행진(?)을 계속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시대는 바야흐로 제4차 산업혁명이 기정사실화 되는 초음속의 변화의 사회인데, 정치인의 의식구조나 정치제도의 운용은 아직도 고전적이다. 아니 매우 동물적이고 원시적이다. 다인종사회에서 특정 색갈을 기준으로 삼을 수 없듯이 다양한 출생과 성장배경을 가진 자들을 한 잣대로 일률적으로 평가하겠다는 발상 그 자체가 무모하다. 후보자의 잘잘못보다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잣대 그 자체가 문제이다.

이런 청문회무용론을 펼치면 청문회제도 자체의 문제점이 있는 것처럼 호도하여 이 제도를 폐지하자고 답하는 부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제도 그 자체가 아니라 제도운용의 면에서 고쳐져야 할 문제가 많다고 봐야 옳은 진단일 것이다. 우리나라 인사청문회제도의 공과를 논하기 전에 청문대상자를 뽑을 때 널리 인재를 구해야 하는데, 천하의 영재는 고사하고, 정권을 쟁취했으니 모든 것에 대한 독식구조를 기정사실화 한다면 더 큰 소망(?)인 국민연합·사회통합은 물 건너가 버린다. 지난 정권의 수첩인사·코드인사 의 폐단을 보고도 정도의 차이일 뿐 또 다른 벙커인사·정실인사·특정진영인사를 고집한다면 이전 정권과 똑 같은 폐해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세종대왕의 전문성 중심의 무한한 신뢰를 전제로 하는 인사원칙이라든지, 미국 링컨대통령의 과감한 개방인사 등을 통한 적과의 동침을 마다하지 않은 인사패턴을 벤치마킹하여 최고의 드림팀! 공포의 외인구단(?)을 만들어야 한다.

필자는 평소에 국무위원의 지위와 국무회의의 특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 왔다. 정부 부처의 장관은 장관이기 이전에 국무위원 지위가 근본이다. 국무위원 중에서 각 부처 장관을 보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관이기 이전에 국무위원이다. 국무위원은 국무회의의 구성원이다. 국무회의의 심의 안건에 대해 국무위원으로서 관조력을 갖고 통섭적 이해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자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국무회의 심의안건에 대해 전체 국무위원은 토론에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외교부 안건이라고 국방부장관이 침묵하거나, 고용노동부 안건이라고 교육부장관이 침묵하는 것은 그야말로 국무회의의 본질에 반하는 행위이다. 어느 부처의 일이건 간에 각 부처 장관은 격렬한 토론을 통하여 그 안건을 가결(통과)시키든지 부결(폐기)시키든지 해야 한다. 물론 차관회의에서 실무적 성격의 논의를 거친 후 국무회의에 상정되므로, 국무회의에서는 고도의 정책적 판단을 기준으로 하는 토론이 이루어져야 하고, 결론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국무위원이 봉숭아학당에서처럼 쪼그리고 앉아서 열심히 적고, 단 한마디의 발언도 토론도 없이 앉아 있는 지난 날의 국무회의를 왜 뉴스시간에 방영했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형해화된 국무회의는 결국 지도자가 독선에 흐르는 것을 막지 못하게 된다. 결정된 정책이 국가에 큰 손실을 끼치는 실패한 내용이라면 당연히 그에 찬성한 국무위원도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그 결과에 대해 잘못이 있는 자들끼리는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 기관책임으로서 사표를 내는 것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문성의 미달이나 판단착오로 현저한 정책적 오류를 유발하는 결과를 가져 와서 국익에 심대한 손해를 끼쳤다면 국가에 대한 민사책임(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직무상 법을 어겼으면 범죄의 구성요건을 갖추었을 경우 형사벌도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정부의 고위직 인선에는 신중에 신중을 다해야 한다. 인사가 만사라 했거늘, 인사에 실패하면 그 어떤 좋은 정책도 허사이다. 인사에 실패하면 정부가 문을 닫는 위험을 당할 수도 있다. 인사의 실패는 인사 그 자체의 실패로 끝나는 것이 아닌 정책의 실패요 정부의 실패이며, 결국은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는 것이므로 인사의 중요성을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고위직은 기업의 임원이나 단체의 대표를 뽑는 경우와는 그 위험의 후폭풍의 정도가 전혀 다르다. 그러면 어떤 기준으로 국무위원을 선발하여 특정 부처의 장관으로 보임해야 할까?

첫째는 국리민복이 투철한 애국심이다. 애국심이 없는 자는 고위공직에 들어가면 안 된다. 아니 원천적으로 공직에서 배제해야 한다. 역사관이 뚜렷하고 국체와 정체에 대한 신념이 분명한 자, 헌법수호의지가 확실한 자이어야 한다. 애국심은 위민과 여민으로 연결된다. 국가를 사랑하면서 국민을 아끼지 않는다면 그건 진정한 애국이 아니다. 젊은 시절에 의도적으로 병역의무를 면하기 위해 꼼 수를 써서 군 면제를 받았다거나, 국가를 향한 공격적 삶을 살았다거나, 독재를 찬양하며 일신의 영달을 누렸던 자는 국가관이 희미하며 애국심이 없는 자이다. 애국심이 없는 자에게 국가경영의 일익을 맡긴다는 것은 어물전을 고양이에게 맡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둘째는 정직성과 법치주의에 대한 신념, 확고한 정의관념이 출중한 자이어야 한다. 고위직의 거짓말은 전 국민에게 심대한 실망과 좌절을 안겨준다. 정책결정을 하거나 집행을 할 때 사리사욕 내지는 인간관계성을 넘어서지 못하고 법치를 무시하고 인치를 하면 그건 사회몰락을 재촉하는 기름부음이다. 정직하고 원칙을 지켜야 한다. 부동산투기나 위장전입에 대해 계속 말 바꾸기를 하거나, 자녀의 교육이나 국적문제를 솔직담백하게 고백하지 못한다면 고위공직사회에 적합한 카드는 될 수 없다.

셋째, 소통과 통섭, 통합의 리더십을 가진 섬김과 받듦의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극단적·폐쇄적·독선적 일 몰아가기 스타일은 안 된다. 상하좌우 난마처럼 뒤엉킨 부처 간의 갈등구조 속에서 슬기롭게 그 해결책을 찾는 데는 모두가 승리케 하는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승부욕에 매몰된 리더십은 절망의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큰 원칙에 따름이 아닌 각 종 연줄에 따라 사조직을 형성하는 식의 내부분란을 유발할 약한 리더십으로는 국가경영에 참여할 수 없다.

넷째, 부정부패와 뇌물구조에 익숙한 사람은 멀리하고 청렴결백한 사람을 과감히 등용해야 한다. 공금을 쌈지 돈처럼 마구 낭비하는 공사구분 불능자를 고위공직에 채용하면 나라의 곳간은 순식간에 비어 버린다. 윗물이 혼탁하면 아랫물은 악취가 나는 썩은 물이 된다. 위에서 행한 작은 부정은 아래로 내려 갈수록 그 규모와 내용이 눈덩이처럼 커져서 결국은 부패공화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다섯째, 분권과 협업, 위임전결에 인색하면 안 된다. 모든 일을 혼자 끌어안고 앉아서 허송세월한다면 호기를 놓쳐버리고 좋은 정책 도 쓰레기통으로 들어 가 버린다.

여섯째, 누가 뭐래도 인사는 적재적소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부처업무의 성격과 개인의 행정능력, 인품 등을 고려하여 그 자리에 꼭 맞는 맞춤식 인재등용이 필요하다. 그래서 각 부처 간 협업과 선의의 경쟁을 통한 국력신장의 극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일곱째, 끼리끼리의 패거리문화가 아닌 모두가 함께하는 협동정신·협업정신으로 훈련된 자를 정부고위직에 등용하여, 국민의 소통과 통섭, 통합과 통일의 하드웨어를 견인하며, 이를 위해 융합과 복합, 연합과 화합의 소프트웨어를 잘 가동하여, 건강한 사회, 정직한 정부, 소통과 통섭의 국민, 통합과 통일의 국가를 만드는데 시간을 앞당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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