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 월드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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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월드 3월호

정용상 0 17

품격있는 사회를 위한 정치권의 정화

 

정용상(동국대 법과대 교수)

 

언제부터인가 국가(국격)도 개인(인격)도 품격이 저급하다는 얘기가 자주 언급된다. 국격의 비하는 외교관계에서의 무식한 대처나 국가지도자의 정제되지 못한 언행에서부터, 해외 관광 나간 민간인의 추태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된다. 인격의 비하는 특히 사회지도층 인사의 공사석에서의 개념없는 언행에 의하거나, 사인의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일반에서 정도를 벗어나는 언행에서, 또는 거래에서의 신용불량 등으로 인하여 나타나기도 한다.

평범한 시민의 삶 속에서도 개성이나 환경, 교육수준 등에 의한 개인 간의 온도차가 있기는 하지만, 종사하는 직종이나 생활환경, 생활습관 등에 따라 인격의 형성과정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근래에 들어 한국과 일본은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간 협상이 이루어 진 바 있다. 그 협상이 끝 난 뒤에 일본 정부나 조야에서 내 놓은 각종 논평에서 귀를 의심케 할 만한 발언을 장황하게 내어 놓았다. 협상의 결과인 합의를 존중할 의사도 의지도 전혀 없으며, 이젠 하려면 하고 말려면 말라는 식의 극단적 표현을 서슴치 않는 모습은 일본의 국격을 의심케 하는 표현이었다. 한국에서도 정치권이나 시민단체의 합의에 반대하는 쪽의 성명발표 내용을 보면 섬뜩하다. 두 번 다시 못 볼 원수에 대한 적개심이 이글거리는 격한 표현으로 정부 또는 국가원수를 매도하는 내용은 우리 국가와 국민의 격을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것 같아서 아쉽기 그지없다. 결국 양방이 모두 이런 식으로 이전투구적 논쟁을 한다면 결과적으로 승자없는 협상이 되고 만다. “너 죽고 나 살자도 아닌 너 죽고 나도 죽자식이 되면 그것은 외교적 온전함과는 거리가 멀다. “너도 살고 나도 살자로 나아가야지 죽기살기식 이전투구에 몰입하면 알맹이 없는 싸움에 양쪽모두 진만 빠지고 만다.

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로 촉발된 사드의 한국 배치문제와 관련하여 중국이 내 놓은 논평 또한 일본의 경우와는 입술의 모양(?)이 다르긴 하지만 상당한 억지적 성격이 강하다. 외교적 기본 예의를 찾아보기 힘들다. 아무리 외교는 강자의 이익이 지배하는 관계라고 하지만 외교관계에서 금도를 넘어서는 표현을 하는 것은 안된다.

북한의 방송이나 정치지도자 또는 인민(?)의 인터뷰 장면을 보면, 그 단어선택이나 표현방식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할 가치조차 없는 안하무인의 욕설일변도이다. 분단 70년간의 이질적 문화의 간극이 상당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세상을 향하여 침투력이 강한 정치권에서의 막말논쟁은 정치의 품격, 정치인의 품격, 정당의 품격을 낭떠러지에 던지는 격이다. 정치권의 상호분탕질은 결국 국민의 품격마저도 떨어트리는 것인데도 그들은 막가파이다. 그렇게 해도 표가 나오는가 보다. 왜 그들은 정치에 낭만을, 여유를, 품격을 불어 넣기는 커녕, 정치를 말살시키려 하고 국민의 정치혐오증을 증폭시키려 하는가! 그들은 이 땅의 국민을 대신하는 대리인(?)이 아니고 화성에서 온 이방인이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이합집산과 분열과 갈등은 되돌릴 수 없을 만큼 크게 벌어진 것 같다. 그것은 그들의 논평이나 발언에서 능히 짐작이 간다. 특히 그 말의 상대가 불분명한듯한 마구잡이 내뱉기식의 발언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전염될까봐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상식적으로 힘을 가진 자가 덜 가진 자에게 좀 유하게 대하는 것이 맞지 싶은데, 요새 정치권에서는 상대적 주류가 비주류를 향하여 던지는 말들이 가히 살인적이다. 사랑의 매가 아닌 맞아 죽으라는 식의 모진 매질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사생결단식이다. 정치적 이념이나 사상을 함께 하는 자들끼리 뭉쳐진 정치결사체가 정당이라면 그 정당 구성원은 근본적인 이슈에 관한 한 생각이나 표현이 같거나 비슷해야 하는 것 아닌가? 여당은 정당은 단일하나 그 내부에는 불구대천의 원수보다 더 한 두 그룹이 자리하고 있다. 쌍방 간의 성토수위는 형제는 고사하고 남이라도 한 참 남이다. 왜 마이크 앞에서 넥타이 메고 또는 붉은색의 같은 정당 유니폼을 입고 저렇게 독사 대하듯 표독스런 표현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을까? 필자가 잘못 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방송에 출연한 친박계 중견당직자가 배신의 정치인을 거론하면서 헌법적 가치보다 인간관계가 더 중요하다면서 상명하복과 의리를 강조하는 발언에 아연실색하였다. 친박 실세라는 어떤 분이 친박계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축사를 하는데 그 내용 또한 국가발전차원의 비전이나 의정과제수행을 위한 후보의 적합도 홍보 등이 아닌 계속 배신에 대한 얘기만 하니까 식상하기 짝이 없었다. 친박은 대통령의 측근들이다. 그렇다면 좀 더 너그러워야 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권위와 대통령의 자존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상대편에 대해 사랑의 매를 들어야지 죽음의 매질을 하면 안된다.

야당은 그야말로 여당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한 솥밥을 먹다가 갈라섰는데, 아니 함께 했던 지난날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앞으로 딴 살림 차렸으면 잘 하면 되지, 선의의 경쟁을 벌여서 국민의 신뢰를 얻으면 되는 것이지, 왜 맨 날 유치한 독침같은 비난으로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히면서 회생불능의 불구로 만들려 드는가? 이승만대통령의 국부론 논쟁, 개혁법안에 대한 논쟁, 안보논쟁 등에서의 막말타격! 그까짓 백신 하나 만들고서 무슨 정치를(안철수를 비하하는 표현)--, 독일박사 하나 건져 와서 우려먹으며 철새처럼 왔다 갔다(김종인 비하하는 표현)--, 등의 천박한 쟁투도 보도되면 홍보효과가 있는 건가?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최루가스를 던지고, 사무총장 실에서 공중부양 2단 옆차기가 날아가고, 회의실 문을 해머로 부수고 하던 주인공들이 사라졌는데도, 왜 아직도 정치권은 미천함의 극치를 보여 주는 해괴한 집단인가? 품격있는 대한민국을 기다리는 국민의 희망에 답해야 한다. 정중하고 점잖으며 여유를 갖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 가는 정치권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개개인의 품격을 지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고운 말, 예쁜 말, 밝은 말을 해야 한다. 아름다운 언어를 통한 스스로의 품격을 지켜야 한다. 그게 권력을 맡긴 주인인 국민의 최소한의 자존심이자 자부심이다.

사회전반을 흐르는 비속하고 저급한 대화문화, 표현문화를 고쳐야 한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품격있는 대화의 생활화가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파급효과가 큰 정치권의 저질·막말 언어표현은 정화되어야 한다. 이것은 입술(?)을 고치거나 화법을 고쳐서 될 일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을 유하게 하고, 다양한 인간중심의 사고, 인류애의 제고, 기본적 인권의 중시,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민주적 인식, 법치마인드의 착근, 섬김과 베풂의 덕목 함양 등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인간의 기본적 덕목에 대한 재인식·재설정이 필요하다.

이것은 단순한 계몽운동이나 시민운동만으로 될 성질이 아니다. 인간성의 회복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가정에서의 장유유서·효교육, 학교에서의 인문학적 사유·사고력의 확장과 논리력, 추리력, 상상력을 키우며 민주시민으로서의 더불어 함께 하는 공동체 정신 배양, 자연과학적 이치와 원리에 따른 이해, 각 영역 간의 통섭적 조화와 이해의 방향성과 방법론의 체득, 문화·예술과의 대화를 통한 심화된 인생관 설정, 종교에의 심취를 통한 생명의 고귀함과 영혼의 안식에 대한 공감, 스포츠를 통한 협동정신과, 건강한 신체와 건전한 정신의 배양 등 인간됨을 위한 기반을 교육을 통해 이루도록 해야 한다. 토목이 단단해야 건축도 실내장식도 멋지게 만들어 갈 수 있다. 인간에게 아름다운 삶을 엮어 가기 위한 기본 재료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좋은 삶의 요리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속 빈 강정처럼, 빈 깡통처럼 만들어진 인격 속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속이 곽 찬 양질의 인격훈련을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생활 속에서 교육을 통하여 쌓아야 한다. 그래야 세상을 밝고 맑게 부드럽고 여유롭게 살아 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정치권의 경우 정치를 체계적으로 배우는 시스템이 없다. 도제·장인 식으로 배우면서 못 된 것을 먼저 배우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체계적인 정치입문교육시스템이 만들어 져서, 전술한 교육을 통한 토목공사의 위에 덧붙이는 각론적 교육과정이 있어야 한다. 미워도 다시 한 번!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정치는 우리가 미워해도 버릴 수 없는 우리의 삶 그 자체이다. 정치가 나를 속여도 나는 그를 버릴 수 없는 필요한 존재이다. 품격있는 정치를 위해 우리는 다시 사랑의 나무를 심고 물을 주련다. 듬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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