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를 흔들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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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를 흔들지마라

정용상 0 28

정용상 한국법학교수회장

정용상 한국법학교수회장

[정용상 한국법학교수회장]눈이 녹아서 빗물이 된다는 우수가 지나고, 겨울 잠자던 개구리가 놀라서 깬다는 경칩이 다가 오니 이젠 엄동의 겨울옷을 벗고 완연한 봄맞이 채비를 해야 하는 계절이 되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이 계절의 봄에 우리 마음의 봄, 세상의 봄기운이 넘쳐나길 소망하면서, 난세의 끝자락에서 다 함께 희망을 노래하는 온전한 대한민국의 봄이 오길 학수고대해 본다.

 

작년 10월 이후 오늘까지 끝도 없이 펼쳐지는 사회갈등과 분열의 온갖 뒤엉킴에 모두가 정신을 잃을 지경이다. 단 한순간도 멈출 수 없는 치열한 국제경쟁의 대열에서 우리는 완전히 궤도를 일탈한 열차처럼 광야에 버려져 있는 느낌이다. 치열한 경제전쟁·외교전쟁에서 이기려면 국민이 똘똘 뭉쳐 통합의 힘으로 상대를 마주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그와 정반대의 분열과 갈등과 반목과 이반의 극치에서, 마치 전선에서 병사가 투항, 무장탈영, 명령불복종, 하극상의 극한 상황에서 항복선언을 해야 할 판처럼 무질서한 사회분위기로 이어져 여간 걱정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대통령은 물론이고 국회도 아니고 법원도 아니며, 검찰의 것도 특검의 것도 아니며, 목소리 큰 특정집단의 것도 아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그 주인은 오직 국민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몰이해의 개인이나 집단이 다수인 것 같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자기 집 주방인 줄로 알고 자기 입맛대로 요리해서 먹으면 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개인이나 단체가 부지기수이다. 상당수 목소리가 스스로는 헌법보다 상위기관인 것처럼 언행을 하며 무소불위의 칼을 휘두르는 망나니 같은 형상이 평범한 시민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다.

 

대통령탄핵이라는 불행한 사태를 맞은 국민의 새까맣게 타 들어 가는 가슴을 나 몰라라 하고, 아전인수식의 헌법해석을 하고, 헌법적 가치나 정신을 자기의 이기적 생각에 맞추어서 꽤나 논리적인양 궤변으로 마이크(?)를 독식하는 세상의 흐름이다. 이런 식이 과연 대한민국의 튼튼한 미래를 보장하는 근간이 될까? 적지 않은 사람들이 헌법전문가이고 정치평론가이고, 법심판자가 되어 이미 모든 것을 다 정리해 버리는 식의 완장 찬 앞잡이 같은 저 꼴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정신과 헌법가치에 맞는 짓일까 의심스럽다. 

 

탄핵정국의 혼란 속에서 백가쟁명의 유독 말 많은 이는 정치인 특히 잠재적 대권후보들을 위시한 여의도 정치꾼들이고, 이상할 만큼 법률가들은 말문을 닫은체 침묵하고 있다. 왜 대부분의 법률가들이 이 난세에 침묵하고 있을까? 현재의 시국상황을 보면 법치에 근거한 정치가 아닌 법을 무시하거나 뛰어 넘은 사이비 정치판을 만들어 놓고, 법치와 정치를 병치(?)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정치를 오도된 통치권적 관점으로 법 위로 또는 법 밖으로 세워 놓아, 절차의 적법성은 온데간데없고 목표를 설정하고 우선 목표점을 찍은 후에 그 과정을 조합하는 귀납법적 방식의 정치(正治)도 아닌, 정치(精緻)하지도 않은, 희한한 정치(停置)의 틀을 형성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온 백성이 모두가 헌법전문가가 되어 사법기관의 판단이전에 마구잡이로 선도적 법해석을 하여 국론을 분열시키고 혼란을 조장하는 사례가 일반화 되어 적법절차를 강조하는 나약한(?) 법학도의 진부한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리가 없을 줄 알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는 세워야 한다는 대명제 앞에서 현 상황을 냉정함으로 이성적 판단을 해야 하고, 그 판단이 절대다수의 동의를 얻어 개울물이 만나고 또 합쳐져서 강물이 되고 대해를 이루듯이 정의를 세우기 위한 몸부림으로 반듯함의 깃발아래 모두가 모여야 한다. 그 깃발이 촛불이냐 태극기냐를 묻지 않기를 바라면서, 어려울 때 일수록 원칙에 충실하고 힘들 때 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본다. 좌건 우건 이념적 차이는 접어 두고 우선 다 함께 힘을 합쳐 독립을 위해 동일대오를 갖추자는 독립운동가 도산의 대공주의가 현재의 혼돈사태의 수습을 위한 근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좋든 싫든 탄핵의 시계는 흘러가고 있다. 필자는 이 시간 기도하는 마음으로 호소하고 싶다. 국회의 탄핵소추결의, 국회 청문회, 법원의 재판, 검찰수사, 특검수사, 헌법재판소 심리 등 숨쉴 틈 없이 달려 온 탄핵의 열차는 마지막 관문인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 결론이 난다. 탄핵의 원인의 위헌성여부를 미리 주관적인 판단에 의하여 결론을 내 놓고 나를 따르라! 따르지 않는 자는 매국노이며 만인의 공적이라는 식으로 입도선매식 재단을 해 버리면 이건 정말 위험하다. 국민의 저항권을 선뜻 주장하며 모든 기본권의 최우선에 저항권을 내어 놓는다면 이건 온당한 법의식에 의한 판단이 아니다. 나의 주장을 할 수는 있으나 궁극적인 판단은 판단권을 가진 기관이 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탄핵인용이건 기각이건 간에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국민으로서의 당당하고도 당연한 자세이다. 만약에 인용된다면 또는 기각 된다면 혁명을 해야 한다든지 민중폭동이 일어 날 것이라든지 하는 식의 국민을 상대로 한 겁박은 치졸한 후진법치사회의 단면이다. 우리가 세운 헌법재판소의 권위와 위상을 스스로 파괴하려는 발상은 헌법파괴요 자살행위와 같다.

 

우리가 만든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그야말로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동물의 세계가 되고 만다. 누구도 헌법재판소의 권위와 위상을 손상시킬 수 있는 권한이 없다.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이미 둑이 무너져 물바다가 되고 화약고가 점화하여 도심이 불바다가 된듯한 아수라장의 정신적 공황상태이지만 우리 국민은 역사적으로 풍전등화의 위기에서는 분연히 일어나 나라를 구하는 구국의 화신이었다. 오늘날의 국난도 능히 극복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 그 저력은 반듯함과 올곧음의 법치주의 바탕아래서 가능한 것이다.

 

더 이상 헌법재판소를 흔들지 말자! 헌법재판관들이 역사에 길이 남을 명 결정을 할 것으로 믿고 기다리자. 헌법과 법률과 헌법재판관의 양심에 따라 심판할 수 있도록 기다리자. 법에서 정한 기간을 무시한체 조속히 심판하라고 윽박지르지 말자. 그것이 혹시나 졸속결정을 하는 동인이 될까 두렵다. 반드시 인용하라, 기각하라고 겁주지 말자. 그들은 이 시대 최고의 법률가들이다. 그들을 믿고 기다리며, 그들의 판단결과에 온 국민이 승복하면서 새로운 민주주의발전의 한 단계 성숙함을 보여주자. 아픈 만큼 성숙했다는 박비향의 진수를 보여주자. 이토록 온 국민의 살을 애고 벼를 깎는 고통을 주고서도 그 결과가 국민을 절망케 한다면 그건 답이 아니다. 그 오뇌의 기간을 견딘 국민에게 짙은 매화향기의 아름다운 민주주의의 도약을 선물로 내어 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헌법재판소의 구성과 권한은 헌법사항이다. 헌법재판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헌법에 정한 바에 따라 결원이 생기면 보충하고 권한행사의 장애가 생기면 이를 걷어내 주어야 한다. 헌법재판소 구성권에 관한 의견대립은 정치적 논쟁은 될 수 있어도 헌법해석상으로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 헌법재판소의 헌법적 위상과 구성 및 권한을 얘기 하면서 대통령권한대행의 권한한계를 연동시켜 현상유지 운운하면서 정상적인 심리를 방해하는 것은 헌법위반이다. 대통령이 궐위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고 장기간 궐석상태로 두고, 대법원장이 추천한 헌법재판관이 임기가 만료되면 당연히 법절차에 따라 후임 헌법재판관의 추천권을 행사하해야 함에도 하지 않고 방기하는 것은 헌법위반이자 직무유기이다. 후임선출과정에서 정치적으로 불가판정을 할 수 있는 기회(국회표결)가 있으니 정치권은 그 절차에 따라 부결시키고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지면된다. 만약 대통령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논리라면 최악의 경우 계속되는 헌법재판관 유고로 헌법재판관 현원이 5명이 되어 심리자체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현상유지란 말인가. 순 법리에 따른 해석으로는 현재 대통령권한대행과 대법원장은 중대한 헌법위반을 하고 있으므로 탄핵사유가 되지 않는지 검토해 볼 일이다. 더 이상 정치적 이해에 얽혀 헌재를 흔들기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헌재의 권능을 존중하여 정상적인 심리를 통하여 최선의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를 지키고 아끼고 보존하자. 더 이상 헌재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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