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체제(리더스월드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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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체제(리더스월드 7월호)

정용상 0 17


정상적 지배구조로 비상적 시대를 마감해야

 

정용상(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 사회가 걸핏하면 비상대책위원회체제(이하 비대위로 약칭함)로 운영되는 것이 일반화된 느낌이다. 19604. 19 직후의 허정과도정부, 19615.16 직후의 국가재건최고회의, 197910.26사태로 인한 대통령 유고시 최규하대통령 권한대행체제로 비상한 국가경영을 하더니만, 그 이듬해인 19805월엔가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라는게 만들어져서 대통령과 국무회의를 무력화시키는 초권력기구로 군림하면서 제5공화국을 잉태하는 비상국가경영체제를 경험한 바 있다. 그 이후 한 참 지난 2000년대 들어 대선을 전후하여, 정당에서 비대위체제로 정상적인 정당의 지배구조가 아닌 비상의 지배구조하에서 비정상적인 의견수렴절차가 용인되는 방식으로 정당을 운영하는 것이 더러 보이더니만, 최근에 와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여당도 야당도 걸핏하면 비대위를 약방의 감초처럼 꺼내들곤 한다.

특히 한국정당사에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양상이 정치판에서 일어나고 있다.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3개의 정당이 모두 비대위체제로 운영하면서 국민의 뜻을 받든다고 난리를 치고 있지만, 사실은 국민들은 감동은 커녕 미동도 하지 않는다. 비정상치고는 너무 심하게 비정상적이기 때문이다. 약간 코미디 쇼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과거의 독재체제에 대한 향수를 유발하는 것이거나 아니면 떼법의 현장을 보는 것처럼 그 운영방식이나 환경이 반민주·비민주적인 느낌이다.

비대위는 비상체제이므로 그 체제는 짧을수록 좋은데,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연초 총선 전에 꾸려진 비대위가 아직도 엄존하며 비상적 정당경영을 하고 있으니 이게 될 말인가? 아무리 비대위라 할지라도 그 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은 고도로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전제하에서 짜여져야 한다. 그런데 그 당의 비대위는 위원장의 좀 엉뚱한(?) 카리스마도 그렇고, 또 그 비대위가 국보위의 의사결정이나 집행에 유사한듯한 오해를 받기에 충분할 만큼 독선적 결정을 하고, 반대의견이 있을 때는 경청은 커녕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당무거부 칩거형식의 어름장을 놓아 당원과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곤 한다. 적법절차에 의한 합리적 의사결정구조는 찾아보기 힘드는 비대위의 모습이다. 새누리당 역시 비대위구성을 위한 전국위원회인가를 소집했는데 다수파의 사보타지(?)로 개의정족수가 미달되어 파행을 겪더니, 다시 없었던 일로 하고, 새로이 비대위 구성을 하는 과정에서 당 밖의 누군가의 눈에 보이지 않는 큰 손을 타는듯한 의구심을 버릴 수가 없다. 경제학에서 아담 스미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흥정되어 거래가 봄눈 녹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무대 뒷켠에서의 손놀림에 따라 연극이 진행되는 것과 다름 아닌 이 현상을 국민은 어떻게 인식할까? 분명 비대위는 비정상 상황에서의 비상적 경영체제이니 하루 빨리 정상체제로 회귀해야 하는데, 지금이 좋다는 식으로 비대위체제를 즐기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비대위 그 자체가 정상적 체제인양 아예 비대위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아서 안타깝다. 비대위라고 모든 것을 혁명적 발상에 따라 운영해도 좋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주어진 여건 아래서 최대한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운영이 필요하다. 특히 위원장이나 위원들은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초법적 기구이니 초법적으로 운영되어도 괜찮다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불가항력적 상황이 아니라면 적법절차를 금과옥조처럼 지켜야 한다. 정상적 지배구조로는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도입한 비대위가 물먹는 하마처럼 모든 힘을 빨아 들이는 블랙 홀이 된다면 그 비대위를 콘트롤하는 특수한 비대위가 또 필요할 것이다. 그건 결국 멸문의 시작일 뿐이다. 또한 정상적 지배구조하에서 조직의 장악이 어려우므로 비상체제로 만들어 놓고 그 비대위를 통하여 권력자나 다수파의 구미에 맞게 정당을 끌어 나가자는 의도를 가져서도 안된다. 만약 그런 생각을 하고 비대위를 만들었다면 그건 지도자의 단견일 뿐이다.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가 아주 낮다는 통계를 우리는 자주 접한다. 맨 날 천 날 정치권에서는 정치를 마치 식은 죽먹듯이 비상체제로 운영하니 국민의 행복지수가 어찌 상승할 수 있겠는가! 국가도 정치도 정당도 사실은 그 모든 것이 국민의 것인데, 감히 이 대명천지에 누가 자기 것이라고 소리 지르며 독선적 소유의식이 발동하여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단 말인가! 거듭 강조하지만 비대위체제는 기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좋고, 없으면 더 좋은 조직이다.

정치권만 그런가! 기업의 경우도 법에서 정한 의사결정구조에 따라 민주적 운영을 하도록 되어 있으나, 경제가 안좋다는 변명으로 비상경영을 한답시고 오너라고 폼잡는 자의 독선적 의사결정과 그 집행이 다반사이며, 정상적인 경영라인은 오너의 결단(?)이 후유증이 생길 때 그 책임만 덮어 쓰는 식으로 어물쩡하게 서서 굽신거리는 것은 아닐까? 비정상적 기업경영의 끝이 어떤지는 근래에 와서 무너지는 대기업의 현주소를 보면 명약관화하다.

공공기관(공기업) 대표나 임원을 뽑을 때에도 추천위원회의 추천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의 선임절차가 명문화 되어 있는데도, 그건 그냥 허울좋은 형식일 뿐이고 늘 낙하산 인사관행이 생활화(?)되어 있는 것 또한 비정상의 인사시스템이다. 그 결과는 늘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세상에 널려 있는 각종 비대위체제에 대한 향수나 비대위체제가 오히려 합리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는 제도라고 오해하고 있는 국민이 많으면 많을수록 국가존망은 더 어두워 질 것이다. 국민은 멀쩡한데 정치권이나 경제권 등의 주도층에서 자꾸 위기를 조장하며 사실상 공인된 독재체제를 영속화시키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배신이며 공갈적 성격의 대국민사기극이다.

정상적 지배구조의 회복으로 비상적 시대를 마감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사회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 이 위기의 비대위식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첫째는 비대위체제는 최대한 빨리 끝내고 정상적인 정당지배구조를 통한 정당운영이 필요하다. 각 언론마다 비대위체제에 대한 보도가 잦아 국민들이 이에 대해 과잉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정당의 비상적 운영이 민간단체 또는 개인의 삶속에서 얼마나 반칙을 정당화시키는 교육(시범?)이 되는지 알아야 한다. 가능한 한 빨리 신속한 정상체제로의 회귀가 필요하다.

둘째는, 기왕 비대위를 꾸렸으면, 그에 속한 지도자들은 높은 수준의 도덕적, 정치적 덕목과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확고해야 한다. 새로운 제도는 제도 그 자체의 흠 때문에 사라지는 경우도 있으나, 사실은 그 제도를 다루는 사람의 몰법치·반법치 마인드 때문이기도 하다. 비대위 운영에서 지도자의 영명한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셋째, 비대위가 바람직한 제도는 아니나 비대위체제 중 해당 비대위를 자기 입맛에 맞게 운영하려는 외부의 큰 손을 철저히 막아, 가까운 장래에 원래의 정상적 지배구조로 돌아 갈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이 필요하다. 비대위를 악용하려는 외부의 그 누구도 비대위를 흔들지 못하도록 하는 내부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넷째, 비대위에 비상대권을 부여하여 정무적 판단이라는 미명하에 온갖 불법과 위법, 탈법을 일삼는 것은, 나중에 비대위가 해체되고 정상적인 지배구조의 궤도에 들어서면 그 후유증이 고스란히 출몰하게 되므로, 비대위 현실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최대한 법의 지배를 실현토록 해야 한다.

다섯째, 정치나 경제분야 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 퍼져 있는 반법치·몰법치의 관행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흐름은 세상의 다양한 직역에서 막강한 비상대권을 쥔 비대위체제를 불러 들이는 결과가 된다. 법치주의나 적법절차에 익숙한 국민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국민의 법치생활화로 정상적인 지배구조에 익숙한 풍토조성이 시급하다. 답은 정상적인 지배구조의 착근이다. 그리고 그 룰을 준수하는 시민법치의식이 필요한 것이다. 정상적이지 못한 정당, 기업, 공공기관, 공기업 등은 비대위체제로 낡은 체제유지를 하려 들지 말고 정상화 지배구조로 조속히 회군해야 한다. 반칙, 배신, 부정 등의 반법치적 요소들이 세상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반듯하게 세워 나가야 한다. 국민 개개인도 비대위식의 인생을 경작하지 말고, 올곧고 심굳은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분위기로 나아 갈 때, 사회 각 직역에서 횡행하는 비대위의 종식을 리더할 수 있을 것이다. 온 세상을 정상으로 세워나가는 주인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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