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랑에 씻겨간 우리의 청춘이여, 함성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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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랑에 씻겨간 우리의 청춘이여, 함성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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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랑에 씻겨간 우리의 청춘이여, 함성이여!
 
- ROTC 15기 임관 30주년 기념 <동복 유격장> 방문 -
 
글쓴이 : 강원대학교 동기회 회장 조주현
 
(편집자주 : 현재 강원대학교 동기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인제고교에서 교감으로 재직중, 올 9월에는 교장 발령 예정입니다. 8사단 21연대에서 소대장, 사단 작전장교로 복무하다 전역하여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쳤으며 도교육청 장학사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 동복 유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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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복유격장> 교육대 입구를 알리는 입간판. 눈에 익은 ‘나를 따르라’ 보병학교 부대 마크가 우리 일행을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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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도 이것이 있었던가? 붉은 바탕과 박쥐인지 올빼미인지 검은 두 날개와 머리의 흰 눈알 두 점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공포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랬다. 30년전 우리를 맞이하던 붉은 모자를 쓴 조교들의 눈빛도 저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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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대 안으로 들어 섰다. 갑자기 시계가 30년 전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투철한 군인정신으로도 좀처럼 극복하기 어려웠던 그 날의 공포와 고통이 스쳐 지나간다.
숭실대 출신 30기 소령 민경만 후배가 부대와 교육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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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을 거쳐 간 수많은 청년 장교들이 징표 삼아 세워 놓은 비석들이 사열대 옆을 장식하고 있다. 눈물과 피땀으로 아로 새겨 놓은 비문을 바라보며 공연히 숙연해 진다.
위병소 입구에 설치된 군용 막사 텐트.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올빼미들 대접은 냉정하고 가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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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기들이 새겨 놓은 돌조각. <克己> ROTC 15기 一同 1977. 6. 18. 이 선명하다.
더 멋진 말도 있었을 텐데 지금 와서 보니 아쉽다.
이런 글도 눈에 띤다.

<한 발 한 발이 고통스러워도 / 한 숨 한 숨이 괴로워도 / 흐르는 땀에 목을 축이며 가리라>

약관의 나이에 새겨 놓은 맹세치고는 정말 비장하고 결연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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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되면 되게 하라’ 이 구호는 나중에 새긴 것같다.
저 바위 위로 유격 코스가 있다. 이 바위 좌에서 우로 난 언덕길은 ‘선착순’ 하느라 헐떡이며 오르내리던 눈물겨운 코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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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복유격장> 교육대 행정 본관 건물. 개나리와 산벚꽃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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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 본관 건물 뒤로 아찔한 암벽이 병풍처럼 세워져 있는데, 그 곳에서 암벽타기, 수직낙하 훈련을 받았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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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낮은 포복 실시! 높은 포복 실시! 전방에 보이는 고지 좌에서 우로 선착순 한 명 뛰어!! 동작봐라 동작!!! " 그 때 이 작은 연병장을 기고 뒹굴면서 왜 이리 왕모래가 많은고 원망했었는데, 지금도 그 왕모래는 여전하다.
지금도 환청처럼 들려오는 조교들의 구령소리, 고함소리. 대한민국 보병 장교들의 정신력은 이 용광로 속에서 담금질되었다.
봉체조로 천만근 무거운 몸이지만 ‘십분간 휴식!’은 그나마 위안이었다. 땀과 흙먼지로 뒤범벅인
채로 먹던 <풍광빵>에 대한 기억은 추억이지만 여전히 싫다.
행정 본관 건물 앞에서 기념 촬영. 건물 너머 우측에 암벽 훈련을 받던 바위 모습이 일부 보인다.

 
◎ 적벽(赤壁)에 서다. 창랑(滄浪)에 몸을 날리다.
□ 유격교육대를 나와 적벽으로 향했다. 교육대에서 적벽 훈련장까지는 족히 10리는 넘는 길이었다.
비포장 먼지 나는 길을 그 땐 뛰어 다녔다. 도중에 포복으로 기다가 물속으로 뛰어 들다가 앞뒤로 구르며 그렇게 오가던 길이다.
적벽은  고경명의 <유서석록(遊瑞石錄)>에도 소개될 정도로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문헌에 나타난 적벽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적벽에 다다르니 -- (중략) --- 산은 온통 돌로 에워싸여 골산(骨山)을 이루었는데, 봉우리가 서로 쳐다보기도 하고 내려다 보기도 하며 어떤 것은 일어섰고 어떤 것은 엎드리기도 하여 형세가 꼭 싸움터에서 군마가 달리다가 잠깐 멈춰서서 이 절벽이 된 것같다. (중략) 창랑천의 물이 굽이굽이 뻗쳐 흐르는데 그 수심이 깊고 검푸른 빛깔이어서 감히 내려다 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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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벽은 완연한 봄이었다. 누군가 말했다.
‘경치가 너무도 아름다운 곳에 서면 마음이 절로 슬퍼진다’ (勝處傷心目哀 / <유서석록>중에서)고 했던가? 
30년 전 우리의 고단한 추억을 아는지 모르는지 적벽은 봄꽃과 새순으로 곱게 단장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아래 흐르는 창랑천은 적벽의 고운 자태를 수면 위에 띄운 채 가만가만 흐르고 있었다.
저들은 알고 있으리라. 30년 전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악에 받친 복창 소리로 한 편에서 ‘정신!’하면 화답하 듯 ‘통일!‘을 외치며 유격 훈련을 받던 올빼미들을.
아니 대한의 청년 남아들을. 소위 계급장에 실린 책무가 아직은 버거운 햇병아리 장교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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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벽 위에 설치되어 있는 하강코스. 그 때 이곳에서 훈련 중 사망한 어느 교육생의 비석이 있었는데----.
창랑천은 하류 물막음 보를 열어 놓아 수심이 아주 낮았다. 한쪽엔 낚시꾼들이 한가로이 고기를 낚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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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차를 둘러 메고 적벽에 오른다. 로프에 활차를 걸고 도약대에 올라서면 목표 지점이 아득하다.
“00번 올빼미 하강 준비 끝!!” “죽어도 좋습니까?" “애인있습니까?” “애인 이름 3회 복창!!” (애인이 없으면 ‘어머니’ 3회 복창이었는데 난 누구 이름을 외쳤던가?)
우린 적벽에서 저 아래 창랑으로 활차에 몸을 매달고 미끄러져 내려갔다.
행여 두려움이 들킬까 속으로 삼키며, 한 마리 새처럼 날아 내려갔다.
죽음이 무섭지만 피하고 싶지 않았던 용맹의 시절. 진정 우리들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육군 소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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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직하강 코스. 인간이 가장 공포를 느끼는 11m의 높이 였던가?
차라리 매달려 있을 때가 편했다. 매달리기 전의 고달픈 PT체조.
떨어지고 난 후 입수자세 불량으로 또 한번의 곤혹!! 모두가 정해진 과정이며 절차였지만, 공포와 고통의 극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차츰 강인한 군인으로 담금질되고 있었던 것이다.
□ 30년 만에 다시 온 동복유격장. 그리고 적벽과 창랑!
빛바랜 사진 한 장 남아있지 않은 우리의 과거. 그나마 남아있던 희미한 기억마저 조각이 되어 세월 속으로 흩어져 버린 지 오래다.
지금에 와서 과거를 되살려 놓은들 새로운 현재로서 존재할 리는 만무이지만, 새삼스럽게 천리길을 마다않고 달려와 꿰맞추어 놓은 추억의 편린 앞에서 절로 콧등이 시려온다.
□ 이젠 웃을 여유도 생겼다. 30년 만에 재현한 올빼미(최해원 동기)와 조교(정해웅 동기)의 수직낙하 포퍼먼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문득 유행가 한 구절이 떠올려 지는 것은 무슨 연유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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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강 종착 지점 바위에서 기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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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날의 올빼미들이 중년이 되어 적벽을 찾았다.
이곳에서 터득한  ‘올빼미 정신’은 험난한 세파와 치열한 경쟁사회를 강인하게 지탱해 준 버팀목이었다고 자부한다.
내 젊은 시절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되어 뒹굴었던 현장. 성장을 향한 독한 통과의례를  치렀던 그 곳에 환한 웃음을 띠며 다시 찾게 될 줄이야 예상이나 했으랴.
우린 오늘 또하나의 추억을 안고 간다.
30년 전 빛바랜 흑백사진과도 같은 기억 위에, 오늘의 봄빛 마냥 화려하게 빛나는 칼라사진을 덧붙여 새로운 추억의 앨범을 간직하게 되어 마냥 기쁘다.
 
<함께 간다 15기!! 앞으로 30년!!>

2007년 4월 14일, 동복유격장에서 새로 만든 이 추억의 앨범도 영원히 함께 갈 것이라 확신한다.
□ 에필로그 : 그 정도의 ‘추억만들기’로는 부족했던가? 돌아오는 길에 윤행옥 동기가 느닷없이 물막음 보로 차를 몰아 허공에 띄워 놓는다. (내가 이 차에 선임탑승하고 있었음) 우리는 이날 봉체조 대신 차량을 들어 올리는 특수상황 적응 훈련(?)으로 ROTC 15기 임관 30주년 기념 무등산 등반 및 동복유격장 방문 행사의 대미를 장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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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08-01-07 15:12:21 동기칼럼/수필에서 이동 됨]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08-01-11 18:20:12 자유게시판에서 이동 됨] [이 게시물은 이기현님에 의해 2008-01-18 18:23:01 감동글/좋은글/여행에서 이동 됨]

Comments

엄기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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