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면의 사각에서
뻐꾹! 뻐꾹!…….
조그마한 목각뻐꾸기 한 마리가 잇따라 들락거리면서 자정을 알린다.
녀석의 울음소리는 횟수를 더할수록 날카롭게 들렸다.
요즈음 가뜩이나 신경이 예민한 나는 그놈의 뻐꾸기 우는소리가 무척이나 성가셨다.
생각 같아서는 벌떡 일어나 녀석의 모가지를 비틀고 싶었지만,
정작 저것을 불러들인 것은 내가 아니었던가.
새 집을 짓고 그래도 그당시 유행했던 뻐국시계를 걸어놓고 가슴이 뿌듯하기도 했다.
녀석은 언제 울었느냐는 듯 시치미를 떼고 집안으로 숨어버린다.
나는 그런 녀석이 어찌나 얄밉게 보였던지 눈만 흘겨주고 밖으로 나왔다.
어차피 잠들 수 없는 밤이라면 시계 소리는 좋은 핑곗거리가 되었다.
집 골목 어귀에 가로등 하나가 골목 끝이 궁금했던지 간신히 빛을 모으고 있다.
비쩍 마른 몸뚱이에 끈 떨어진 현수막을 걸치고 펄럭펄럭 빛을 산란시키고 있었다.
맞은편 늙은 담벼락 역시 덕지덕지 남루한 종이옷을 걸치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어그러진 삶의 현주소를 투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월세나 전세방 있음, 과부나 섹시女 있음, 안주 공짜, 소개 오케이, 등…….
나는 내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얼른 뒤돌아섰다.
쌩! 검게 그을린 아스팔트 위에서 속도 음이 자지러진다.
마치, 압력을 견디지 못한 고무풍선의 마지막 선택처럼 빵! 빵!
질서의 벽을 허물어트리면서 바람까지 난도질한다.
비틀비틀 술에 취한 사십 대 남자가
인도를 점령한 검은색 쏘나타 대가리에 방뇨를 마치고 온몸을 털어 낸다.
무엇이 불만인지 고래고래 소리까지 지른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덩달아 차오르는 요의(尿意)로
서둘러 학교운동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드문드문 공해로 범벅된 눈 더미는 학교 주변의 분위기를 더욱 스산하게 만들었다.
나는 시소가 있는 학교울타리쪽 시멘트 의자에 앉아서 도시를 안고 있는 수락산을 돌아다보았다. 제멋대로 자란 벌거벗은 활엽수들이 겨울을 안고 있었다.
차가운 의자 위에는 빈 소주병과 번데기깡통, 담배꽁초들이 어지럽게 널려져 있었다.
이 또한 어떤 이가 토해낸 독백인 것이다.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
영역 표시라도 하려는 듯 기다란 그림자를 앞세운 남자가 질질~ 오른발을 끌면서 다가왔다.
“뭐하쇼? 야심한 밤에.”
마치 자신이 학교 관리인듯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는 자신의 탁한 목소리가 마음에 걸렸던지 칵! 가래침을 뱉어내면서 말을 이었다.
“난 말이요 저기 살고 있소.”
니코틴에 절었는지 누런 수염이 배배꼬인,
짧은 턱으로 고만고만하게 웅크리고 있는 건너편 놀이터쪽 주택을 가리켰다.
그는 말을 시키지 않았는데도 꼭 전달하고 싶었던 말인 양, 욕설부터 퍼부었다.
그 욕의 대상이 궁금했지만, 끝까지 들었다.
말투로 보아 무척 마음이 상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죽일 연놈들! 저것들 때문에 불안해서 잠들 수 있어야지!
맨 날 쌈질이니 성한 날이 있어야지! 하기야 모두 내 탓이지만…….”
남자는 버릇처럼 담배를 꺼낸 뒤 갑을 들여다보았다.
아마 남은 개비의 수를 확인하려는 모양이다.
“저것도 자식이라고 내 원 참!”
푸른색 일회용 라이터가 이내 시퍼런 불꽃을 만들어내더니
넓은 콧구멍으로 생솔가지 타들어가듯 꾸역꾸역 뽀얀 연기를 뿜어낸다.
사내는 내 옆으로 바싹 다가와 앉았다. 자신의 과거지사를 털어놓기 위해서였다.
“형씨, 나도 왕년에는 산골이긴 하지만 아름다운 분교에서 선생님 소리를 들었다오.
다 지나가 버린 일들인데도 이런 일을 당할 때마다 그 시절이 몹시 그립구려.”
벌써 두 개비 째 불붙은 담배는 마치 대장간에서 금방 꺼낸,
시뻘건 칼처럼 섬뜩하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발목쟁이만 다치지 않았어도 저 꼴은 안 보고 살았을 것이오.”
사내는 오른쪽 정강이를 만지면서 잠깐 얼굴을 찡그리더니 독백처럼 중얼거렸다.
“죽일 놈들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고 뺑소니라니…….”
마지막 담배를 꺼내 들고 신경질적으로 빈 담뱃갑을 우그러트렸다.
나는 사내가 걷어 올린 두툼한 밤색 바지 밑으로 흉하게 패인 깊은 상처를 보았다.
“다 소용없는 일이지!
자식도 있고 형제도 한둘이 아니지만 내 몸뚱이 불구 되니 차라리 남보다 못하더군.”
어느새 사내의 눈망울에 이슬이 맺혔다.
사내의 슬픈 이야기를 들으면서 전쟁으로 死傷 되는 사람들보다
교통사고 비율이 더 높다던 어떤 보고서를 떠올렸다.
그는 몸 따라 마음조차 장애인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나는 그가 세상을 향하여 불만이 많다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을 경시하는 현실적 모순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차츰 고갈되어 가는 도덕과 윤리관을 생각하니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집으로 들어와 계단을 오르며 생각했다.
지금 우리가 숨을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없다.
그 육체적 생명력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들의 사회적 생명력이라고…….
우리집 3층 창문에는 아직도 환한 불빛이 기다리고 있다.
마치 등대처럼, ‘어서 오세요’ 부르는 것 같았다.
나는 희망한다. 저 따스한 사랑의 불빛이 오랫동안 꺼지지 않기를…….
牛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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