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호 김홍배장군 부인 그레이스 최(천숙)의 글 입니다.

감동글

쌍호 김홍배장군 부인 그레이스 최(천숙)의 글 입니다.

문순만 10 229
춘삼월이 되어, 친정집 마당에 있는 동백나무에 꽃이 피기를 기다렸지만 올 해도 꽃은 피지 않았다.
아버지가 돌아 가신지가 제사를 세 번 지냈으니, 사 년이 넘어 가나보다.
봄을 네 번째 맞이하였으나, 기다리는 동백꽃은 피지 않았다.
엄마는 두 해를 넘기면서, 동백나무가 죽었다고 했지만, 나는 내년에는 필거라며 뽑지 말고 그냥 두라고 했었다.
동백나무는 공무원이신 아버지께서 전근 다니실 때 마다 옮기며 키웠던 소중한 나무였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였으니, 경남 마산에서 근무 하실 때 마련한 작은 꽃나무였다. 꽃과 새를 좋아 하시고, 예술적 소양이 많았던 아버지께서는 이사 다닐 때마다 제일 먼저 꽃나무를 챙기셨다.
우리 가족이 세 들어 살았던 집은 정원이 넓은 집이었다. 정원에 언덕도있고, 작은 연못에 꽃과 나무가 많았다.
꽃을 들여다보다 벌에 쏘여 소리 지르니, 엄마가 달려 나와 미장원에 데리고 가서는, 붉게 부어오른 손등에 암모니아수를 발라 주었다.
돌로 만든 발판을 밟고 지나며, 느리게 기어가는 지렁이도 보고, 나뭇잎 위에서 기어가는 달팽이도 보며 신기해했다.
친구랑 소꿉놀이 하며 봉숭아꽃을 따서 작은 돌맹이로 찧어 반찬을 만들기도 했다. 언니가 곱게 찧은 꽃을 내 손톱위에 올리고는 길쭉한 잎으로 돌려 감싸고 실로 꼭 매어 주었다. 나는 붉은 물이 들 때 까지 손톱에서
떨어뜨리지 않게 벌서는 것처럼 팔을 뻗치고 있었다.
지금도 그 정원에서 본 봉숭아, 채송화, 분꽃, 다알리아, 맨드라미 등을 보면, 어린 시절이 생각나 정겹다.
동백나무는 남쪽 지방 해안에 많이 심어진 나무이다. 지난 달 모임에서 서천에 갔었다. 서해안 쪽으로 가서 새조개, 쭈꾸미 먹자며 찾아 간 곳이 서천 바닷가였다.
춘장대 라고 이름이 붙여진 바닷가 언덕이 동백나무로 가득 차 있었다.
꽃피기에는 일렀는지 큰 고목나무에 수많은 꽃봉오리가 달려있었고, 드문 드문 붉은 꽃이 피어 있었다. 꽃이 모두 피어나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앞으로는 햇빛에 반짝이는 은물결을 보며, 소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솔바람을 맞으며 핀 야생 동백은 온실에서 핀 동백 보다 꽃이나 잎이 단단해 보였다.
노란 수술을 내 보이며 피어있는 꽃을 클로즈업 하여 사진을 찍었다. 우리 민화 에도 동백꽃이 있으니 그림 그릴 때 참고 하려고 사진을 찍어둔다. 꽃말이 ‘고귀’라고 하니 군자를 상징하는 꽃을 그릴 때 같이 넣어도
될듯하다.
친정 마당에 심어진 동백나무는 이사 할 때 마다 아버지께서 애지중지 감싸서 옮겨 온 나무였다.
꽃은 연분홍 겹꽃으로, 층층이 꽃잎이 있는 가운데 연노랑 수술이 박혀있다. 활짝 핀 꽃은 손바닥 만 한데, 그 화사함이 눈부셨다.
우리 집 마당에서 해마다 꽃을 피운 동백나무를 어릴 때는 잘 몰랐는데 결혼 후 한 번씩 친정에서 본 동백나무는 키도 나보다 크고, 꽃이 많이 달려 아름다웠다.
꽃이 떨어 질 때는 꽃송이 통째로 떨어져 수반에 띄우면, 며칠 더 볼 수있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니, 동백나무도 같이 따라 갔는지 올해도 꽃을 피우지 않는다. 언젠가 우리 집에 옮겨 심고, 아버지 보듯 하려 했는데...
아버지는 이생을 마감하는 순간,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돌아가시기 전 한 두 달 정도 병원 중환자실에 계셨다. 팔십 넘도록 건강하게 지내시다 어느 날 치매가 오기 시작하여 삼년에 걸쳐 점점 심해져 가더니 급기야 병원 중환자실에서 돌아가셨다.
눈도 감고, 입도 다물고, 미동도 없이 그냥 누워 계시는 아버지께 말했다.
‘아버지! 내가 무슨 일을 해도 무조건 내 편을 들어 주세요.일자를 이자라 우겨도 제 말이 맞다 고 해주세요.`
나는 왜 그렇게 내 편이 필요 했을까? 아버지는 늘 내 편이 되어, 어느 곳에서든 나를 지지하고, 이해 할 거라는 믿음을 갖고, 나는 당당하고 외롭지 않게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버지 임종을 보지 못했다. 연락받고, 서울서 내려가는 동안 돌아가셔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아버지는 감은 눈에서 눈물이 흘러, 볼에 한줄기 눈물자국이 나 있었다. 한줄기 눈물의 뜻을 헤아려 보며, 나는 아버지 손목에 백두산 여행 갔을 때 산 그곳 나무로 만든 염주를 끼워 드리고, 태극기에 감싸여 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편안하게 가시기를 기도했다.
꿈속에서 보이는 아버지는 젊은 날의 모습으로, 꽃놀이 간다며 꽃잎을 춤 추 듯 뿌리고 계셨다. 꽃을 좋아하신 아버지는 어쩌면 뚝 뚝 떨어진 동백꽃을밟고, 가슴에 분홍 꽃을 한 아름 안고 가셨을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죽어 버린 듯한 동백나무를 애태우며 들여다보고, 언젠가 다시 꽃이 피어나기를 기대한다.

Comments

임우순
아주 전원적인 글, 나무와 꽃과 새를 자연을 좋아히시는 어르신은 이슬처럼 청명하고 순수함이 돋보이는 글,,
 좋은 수필 감사합니다....
이계인
마음이 숙연해 집니다. 아버지를 그리는 마음이 은은히 다가 옵니다.글 잘 읽었습니다.
김형목
대추나무 마냥,
봄이면 모든 초본과 목본들이 새싹을 티운 때, 서로 시샘이라도 하듯이 앞 다투어 싹을 티우는 데 대추나무는 느긋하다.
남들 다 가고 난 다음 천천히(만만디) 싹을 티운다.
우리 동기생들도 세상을 중후하게 뒤에서 걸어보자.
앞장 서는 것은 후학과 후배들에게 양보하는 미덕을 갖자.
시건방지게 싹도 티우기 전에 꽃이 피는 벗꽃, 목련, 개나리, 진달래, 매실과 매조꽃들 처럼 앞서지 말고,
뒤에서 천천히 피는 꽃나무처럼 대기 만성형으로 삽시다.
아버지를 그리는 마음이 글 속에 촘촘 합니다.
최여사님 아름다운 글 잘 읽고 갑니다.
이충희
좋으글 감사합니다 항시 그립지만 볼수없어 안타까운 부모님 그립읍니다.
최해원
가슴 뭉클함을 느끼며 아직도 제곁에 계시는 아버지 어머니께 후회와 아쉬움을 줄여야겠다는 다짐을 하게해 주시네요 ~~~~
글월 잘 읽고 감동받고 갑니다 자주 들리셔서 감동의 물결을 솥아부어 주시와요 ~~~~~~~~
우리네 아들 딸 그리고 손자 손녀들에게도 훗날 아름다운 기억속에 남아 있도록 아름다운 추억들을 많이많이 만들어 주고 갑시다요 ~~~~~~~~~~~~
조주현
님의 글을 우리 동기 홈피에서 처음 읽는 것은 아니지만------. 글마디 마디에 숨겨진 그간의 습작의 노력과 타고난 감수성에 그저 할 말을 잊게 만드네요. 문학을 전공하고  아이들 앞에서 국어를 가르쳐온 제가 부끄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잘읽고 갑니다. 다음엔 어떤 꽃을 피우시려는지 궁금하네요.
정진앙
작고하신 부친을 그리는 마음과 어린시절 추억을 되살리는 아름다운 글에 마음이 숙연해 집니다. 순만동기께서 올려 주어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누구나 부모님에 대한 따스한 정과 회한이 있겠지만, 혹시라도 아직 생전에 계신 부모님들이 계신다면 효를 다하여 후에 후회하지 않도록 하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돌아 가시고 나면 아무 것도 없습니다. 동기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구요~!
김일현
부모님을 향한 마음은 부모님이 자식에게 해주던 마음보다 못미치겠지만 부친을 그리시는 마음의 글이 너무 가슴에 와닸습니다. 김장군사모님 자주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동기들이 가슴이 열려지도록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동기의 부인들도 우리와 같은 동기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자주 뵙도록 부탁드립니다
장동민
언제나 아름다움과 지성이 넘치는 최여사님!
크게 감동받고 갑니다..
우리 동기들 뿐아니라 이 시대의 모든 분들에게 훌륭한 사부님이십니다..
바르고 착하시고 예쁘신 마음씨의 따님을 두셨던 부친께서는 정말 행복하셨을겁니다..
나의 딸 장미도 여사님을 본받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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