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부의 소금 꽃

감동글

염부의 소금 꽃

현중재 7 140

염부의 소금 꽃

어느 날 장거리 콜이 들어와 여자 손님을 태우게 되었는데 자신의 집안 중에 염전을 하는 시숙이 있다며 먼 거리를 가는 내내 말을 하는데, 그 말솜씨에 우리가 쓰는 소금에 대한 경외감이 생겨 이렇게 정리하여 보았다. (나는 항상 녹음기를 소지하고 필요시에 녹음을 하여 정리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녀의 시숙님은 염부라 한다. 소금밭에서 잔뼈가 굵어 노인이 되었단다. 평생 외길을 걸어오셨는데 칠십이 넘은 지금도 일을 놓지 못하고 있단다. 요즘은 바닥에 장판을 깔았지만 얼마 전까지 토판 염을 고집하셨다고 한다. 토판 염은 천일염 중에서도 최고며, 칼슘, 칼륨, 미네랄 등 갯벌의 영양분을 그대로 품고 있지만 작업속도가 느리고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고 한다. 장화를 신으면 염판에 흠집이 나기 때문에 맨발로 작업을 하고, 오랜 시간 짠물에 노출되어 있으니 발이 견뎌내질 못한다. 그렇게 조심해도 흙이 일어나는데 흙이나 이물질을 걸러내는 것도 일일이 수작업으로 한다. 대파질을 할 때도 흙이 쏠리지 않도록 어깨로 힘을 모으고 바닥에 발자국이 남지 않게 신경을 곤두 세워야한다.

  몇 년 전에 나라에서 염전을 없애려고 장려금까지 주며 권장했었단다. 갯벌이 좋은 신안군은 국내 천일염의 70%를 생산하는데 그 사이 폐 염전이 많이 늘었다. 염전은 함초가 자라는 갯밭이 되거나 새우 양식장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그녀의 시숙님은 끝내 일터를 붙들고 있었다. 그런데 외국 사람들이 염전을 보고 극찬하며 왜 이런 보물 밭을 없애려느냐고 의아해 했다고 한다. 그 덕분에 사양길에 들어섰던 염전이 살아나게 되었고 친환경 바람을 타고 다시 기지개를 켰다고 한다.

  천일염은 지구 0.1%의 희귀자원으로 신의 선물이라고 한다. 사람은 땀을 흘릴 뿐, 노력만으로는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아는 염부들은 소금을 자신들이 만들었다고 하지 않고 소금이 왔다고 한다. 누군가 보냈다는 것이다. 동물이나 식물, 세포가 있는 생명체는 소금이 없으면 죽는다. 사막이나 만년설이 덮인 히말라야에도 소금 길이 있다. 예로부터 소금이 생산되거나 교역이 이루어진 곳은 대도시가 되었다. 지금도 소수 민족들은 소금나무에서 염분을 채취하거나 암염을 찾아 땅을 파기도 하고 수십 킬로 떨어진 소금 호수를 찾기도 한다.

  우리 천일염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게랑드 소금보다 훨씬 우수하다는 것이 인정되었다. 지난해에는 엄격하기로 유명한 청결식품마크인 코셔(kosher) 인증을 받았다고 한다. 젖산 발효식품인 김치나 젓갈이 상하지 않은 것도 그 비밀이 소금에 있다. 굴비며 된장, 각종 장아찌...천일염이 명품 음식을 만든다. LA에 있는 최고의 맛 집에서도 한국 소금을 사용한 뒤로 손님이 많아졌다고 한다. 앞으로 우리 소금은 한류바람을 타고 한식의 세계화에도 한 몫 할 것 같다.

  날이 풀린 4월부터 소금밭 일이 시작된다고 한다. 염도 2%의 바닷물이 소금이 되려면 10단계쯤 과정을 거쳐야 한단다. 1단계는 수로를 통해 바닷물을 끌어들이고, 그 물을 누테(증발지)로 올려 덧 물을 뿌려주며 염도를 높여가는데 그게 물 만드는 작업이란다. 보매도(염도계)의 눈금이 17도를 넘어가면 해주(소금물을 담아두는 곳)에 저장한다. 시숙님은 자면서도 라디오를 머리맡에 틀어둔다. 그렇게 일기예보에 촉각을 세우다 비가 오면 만사를 제쳐두고 염전으로 달린다. 증발지에 깔아놓은 소금물에 빗물이 섞여버리면 며칠 동안의 수고가 헛일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란다. 비설거지를 하는 염부들은 번개처럼 빠르고, 숨이 붙었다 끊어졌다 할 정도로 일을 몰아서 한단다. 여기저기 물꼬를 터서 해주로 물을 모은다.

  비가 개면 다시 해주에 저장해 놓았던 물을 끌어 올린다. 몇 년 전까지 수리차질을 했는데 지금은 전기가 들어와 양수기를 돌린다. 염도가 28도가 되면 소금을 앉힌다. 이 때 햇살의 열기는 대단하단다. 염부들의 장화는 늘 땀이 고여 질척거리다 보니, 오죽하면 소금 한 되에 염부 땀 한 되라는 말이 생겼단다. 영하로 내려가야 굳는 민물과 달리 바닷물은 30도가 넘어가면 제 모습을 잃어버리고 단단하게 굳는다. 마지막 결정지로 옮겨진 물은 오후 세시가 넘어가면서 하얗게 모습을 바꾼다. 육각형의 하얀 알갱이들이 송알송알 모여드는데 이것을 소금 꽃이라고 한다. 안개꽃을 흩뿌려 놓은 것처럼 동동 떠다니는 소금 꽃은 물에서 하얀 별들이 솟아난 것 같다거 한다. 소금 꽃은 데 금방 가라앉기 때문에 바로 떠야 한다. 이 꽃소금이 정제하지 않은 자연산 가는 소금이다. (이 대목에서 그 여자는 무아지경인 것 같다)

  해가 설핏해 지는 5시부터 채렴이 시작되고, 대파질을 할 때는 좁은 보폭으로 걸으면서 어깨에 바짝 힘을 줘야 한다고 한다. 무거운 소금을 밀다보면 여지없이 근육이 뭉친다. 소금이 많이 온 날은 저녁도 거른 채 달빛을 받으며 일을 해야 하고, 염부들은 집에서도 고봉밥을 먹지만 도시락도 5인용 밥통보다 크다. 대파질 몇 번이면 배가 꺼져버리기 때문이다. 대파질이 끝나면 소파질을 한다. 다음 소금을 앉히기 위해 바닥에 남아있는 소금을 녹여주는 것이다.

 소금 판은 경사가 맞아야 한다. 1미리라도 차이가 나면 물이 낮은 곳으로 모여 소금이 고르게 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금밭이 쉬는 겨울에 보수 공사를 해야 한다. 바닥을 다지는 일을 발발이라고 하는데 발발이는 품앗이로 한다. 여러 사람이 꼬리를 물고 빙빙 돌면서 뛰는데 흡사 달팽이가 기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오리들이 떼를 지어 뒤뚱거리며 걷는 것 같기도 하다. 뛰는 데도 요령이 필요하다. 앞사람 발자국과 겹치지 않게 빈틈없이 밟아줘야 하는 것이다.

  한 군데로 모은 소금은 외발 수레에 담아 창고로 옮긴다. 요즘은 창고까지 레일을 깔아 밀고 다니지만 전에는 어깨에 지고 옮겼다. 무거운 소금에 눌려 시숙님은 골병이 들었다. 어깨에는 옹이가 박히고 등은 구부러지고 다리는 휘었다. 그렇게 채취한 소금은 염막에 보관했다가 간수가 빠지면 날을 잡아 포장 작업을 거쳐 판매한다.

  소금은 장마가 지난 한 여름, 짧은 시간에 만들어 낸 것이 가장 맛이 좋단다. 염부들은 이 때 만든 소금을 달다고 표현한다. 그만큼 맛있다는 뜻이다. 시숙님네 염전은 산과 가까운 곳에 있다. 사월 끝자락쯤이면 소나무마다 노란 송화가 피어오른다. 하늬바람을 타고 송화 가루가 염전으로 날아들면 노란빛을 띤 송화소금이 만들어진다. 송화소금 알갱이를 혀끝에 대면 입안이 환해지면서 진한 솔향기가 풍긴다. 시숙님은 그 소금을 아껴두었다가 보내주신다. 시숙님의 땀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귀한 선물이다. 우리 집 모든 음식은 시숙님 표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시숙님은 소금이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저수지에서 창질을 한다. 창은 대나무를 뾰족하게 깎아 만든 지극히 원시적인 도구다. 시숙님의 창질 솜씨는 훌륭하다며 칭찬이 대단하다. 창을 던졌다 하면 백발백중 운저리(망둥어)가 달려 나온다. 그럴 때의 시숙님은 아마존의 전사 같다고... 물꼬 막이 판자에 썰어서 풋고추와 함께 된장에 찍어 먹는다. “제수씨 딱 한 점만 잡싸 보쑈. 살살 녹아부요. 달디 달단 말이요” 시숙님은 어떻게든 먹여보려고 애를 쓰는데 나는 매번 도리질을 하고 만다. 눈을 퍼렇게 뜨고 퍼덕이는 것을 어떻게 먹겠는가.

 
가끔 시골에 가면 해 넘어갈 때쯤 염전에 간단다. 염전 옆에 있는 원둑에 오르면 볼 것이 많다. 짱뚱어가 뜀을 뛰고 칠게는 숨바꼭질 한다. 등지느러미를 곧추 세운 망둥어들의 싸움구경도 재밌고, 저수지에서 모시조개를 한 바가지쯤 잡아놓고 나서 소금 내는 일을 거들어 드린다고. 다른 일은 잘 못해도 대파질은 할 수 있단다. 이 여름이 가기 전에 시숙님을 뵈러 가야겠다고 하며 눈을 슬며시 감기도 한다. 꽃소금이 오는 것도 보고 대파질을 하며 땀도 좀 빼야겠다며 얼굴에 하얀 미소를 띄우며, “이번에는 운저리 먹기에도 한 번 도전해 볼까나!” 얘기를 듣는 나도 그 광경이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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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정리하기 위해 시간이 많이 들었네.

소금은 우리들의 식재료에 없어서 안 될 식품이지만 너무 넘치면 건강에 해로운 것...아닌가!

알고 먹으면 된다~~~

 

우보

 

Comments

정진앙
우보, 알찬 정보 감사합니다!우리에게 꼭 필요한 식품이면서도 늘 우리의 관심 밖의 식품이 소금이 아니던가?
우보 글을 읽으면서 고마운 식품에 소금에 대해서 즐감하고 물러 갑니다!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녹음 분량을 이렇게 정리하자면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야 했을터인데 ...... 수고 많았습니다.
임우순
빛과 소금의 역할의 글 감사합니다...
이진팔
소금 꼭 필요하지 소금기가 모자라면 싱거운 놈이 된다. 근데 혈압이 높아지는 친구들은 자제하시도록 채소나 고기, 그냥 드셔도 몸에 소금기는 부족하지 않습니다. 곰탕도 소금을 넣지 않는 버릇을 들이면 그냥 그대로 구수한 맛이 나요. 고마워요. 우보.
소금은 어려운 몇 단계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구나!
염부 시숙의 노고를 알아주는 제수가 있어서 다행이네.
어려운 글 쓰느라 수고 했네. 고마워!!!
최해원
언제나 자네글을 읽노라면 입안에 침이 고인다네 ~~~~ 꼴깍 ㅋㅋㅋㅋ 고마버 !!
오자진

우보 오랜만이다
이쪽 마당에서만 놀고 있었나

김기승
현중재 안뇽?
호는 '우보' 구나.. 난 울보인지 알았어.
조동관 친구와 얘기를 나누는 중 현중재라는 친구가 글을 잘 쓴다고 꼭 읽어보라고 해서
염부의 소금 꽃을 읽었다오.
정말 몰랐던 사실이구료.
좋은 글 감사하오. 앞으로도 계속 좋은 글 부탁하오.
먼저 올린 글도 읽어봐야지~~
감사하오.
안성에서 김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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