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와 버그

감동글

잡초와 버그

권영택 8 49

잡초와 버그 / 마가 도로 공덕 된다.
 
 덕일:권영택

 

들판이 온통 누런빛으로 물들었습니다. 자연을 이겨 낸 농부들의 땀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정경입니다.

전업으로든 취미로든 농사를 지어본 분이라면 잘 아실 일입니다. 잡초의 끈질기고 왕성한 생명력을요. 한 이틀 정도만 눈길 주지 않으면, 잡초가 사정없이 자라 농작물의 광합성 작용을 방해합니다. 방치하면 농사는 망치고 맙니다.

중국 전설에 따르면 곡식을 내려준 분은 신농씨神農氏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신농씨를 모신 선농단先農檀이란 곳을 지어 임금이 해마다 직접 행차하여 문무백관과 함께 고마움을 표시하고 농사 잘 되기를 기원했다고 합니다. 그 제사가 끝난 뒤 백성들과 함께 나누어 먹은 음식이 선농탕 그러니까 지금의 설렁탕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고마운 분께서 곡식만 내려줄 일이지 어쩌자고 잡초는 함께 주셨대요?

아마 사람들이 게을러질까봐 잡초랑 함께 주신 것일 겁니다. 잡초가 없다면 농사짓는 사람들이 얼마나 게을러지겠습니까?

세상일이 그렇잖습니까. 우리에게 늘 좋은 일만 있지 않는 게 세상사 아닙니까.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뜻하지 않은 불행이 닥치기도 하고, 내 삶에 원치 않은 잡초가 끼어들어 자라기도 하는 게 우리네 인생사입니다.

 잡초는 일종의 ‘버그bug'입니다. 버그를 글자 그대로 번역하자면, ‘벌레’이지만 컴퓨터 용어에선 ‘프로그램의 실행 오류’란 뜻이 됩니다. 가끔씩 끼어들어 잘 진행되고 있는 컴퓨터 작업을 망쳐 놓는 괘씸한 놈이지요. 그런데 과연 이 버그란 놈, 백해무익하기만 한 것일까요?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욕계欲界의 지배자 마왕 파순 같은 버그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부처님은 선정을 게을리 하셨을 지도 모릅니다. 아니 아예 부처님께서는 출가 자체를 하지 않으셨을 겁니다. 기독교에선 에덴동산 사건이 매우 큰 충격이었을 겁니다. 감히 하느님의 만들어 놓은 질서를 방해했으니 버그 중에서도 매우 괘씸한 버그인 셈입니다. 허나 만약 사탄이 하와를 유혹하지 않았더라면, 우리 인류는 그저 배고프면 밥 찾아 먹고 졸리면 잠이나 자면서 무위도식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스 신화의 관점에서 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로메테우스’란 버그(제우스에겐 그가 버그인 셈)가 인류에게 불을 가져다주지 않았더라면, 우리 인류는 그저 신들의 명령에 고분고분하며 짐승처럼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영국의 소설가 토머스 모어Thomas More는 버그 없는 세상을 ‘유토피아Utopia’라고 했습니다. 이는 그리스 말인 ‘outopos’에서 유래합니다. ou와 topos의 합성어이지요. ou는 not, topos는 Place 그러니까 유토피아란 바로 ‘존재하지 않는 곳’이란 뜻입니다. 버그 없는 세상은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수도 없으며, 존재해서도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버그는 이처럼 우리 인간을 더욱 단단하게 하고 근면하게 만드는 자극제 역할을 하고 있으니 백해무익한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인류 역사는 버그의 도전에 응전해 오면서 발달해 왔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 도전이 없다면 나태해지고, 나태해지면 동물 같은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도전에 정당한 응전應戰이 없는 사람 역시 인간 이하의 삶을 살게 됩니다. 뽑고 또 뽑아도 다시 자라는 잡초, 귀찮다고 하여 방치하면 밭농사를 망치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들이 어떤 일을 성취해 가는 과정에서도 버그와 잡초처럼 많은 마장魔障(역경․고난․고통․시련․장애)이 있게 마련입니다. 특히 중요하고 큰 일 일수록 그 정도가 심합니다. 그런데 그 마장을 받아들이는 마음에 따라서 많은 차이가 납니다. 즉 마장을 긍정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생활에 이익 되게 활용하는가? 아니면 이것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서 자신의 생활에 손실을 가져오게 하는가에 따라서 우리의 삶은 백팔십도 달라집니다.

마魔가 도로 功德공덕 된다.
정진 중에 일어나는 魔障마장은 곧 법문法門이라.
아직 증득證得 못한 사람은 마장이라 하지만
지혜가 밝은 사람은 법문이라 하느니라.

지난 달 국지성 폭우로 뜻밖의 수해를 입은 우리 이웃들과 지금 이 순간 크고 작은 어려움에 처해 있는 모든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회당대종사님 말씀입니다.

Comments

서옥하
참 생각을 하게만드는 좋은 글입니다! 맏습니다!
어릴적 교회와 성당다닐때 생각했던게 만물을 창조한 하느님이 왜 사탄까지 만드셨는지? 이건 하느님의 불완전함의 증거(?)다 라고 생각하고 종교에 흥미를 잊어버렸는데...!
이런 관점에서 보니까 이해(?)가 될것도 같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계인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엄기준
감사합니다~~~
임우순
잡초가 늘 문제로구나...좋은 글 대단히 감사합니다...
윤윤병
정치에도 노동당,공산당이 존재하는 이유와 바슷한 거지요.
김형목
좋은 글 고마우이 ~~~~~
영택이 고맙습니다.
인간은 잡초처럼 강하게 살아야 합니다.
모진 추위속에서도 살아 남는 잡초.
있을 때 인정을 베풀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운동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부부가 나란히 손잡고 들로 산으로 가봅시다.
부부건강이 최고 랍니다.
최해원
땡큐 ~~~~~~~~~~~~~
이승준
좋으신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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