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플러스 원

감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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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택 4 62

원 플러스 원 / 덕일 권영택

올 추석은 비교적 이른 편입니다. 혹독한 폭염과 장마를 이겨낸 과일과 곡식들이 채 여물기도 전에 성큼 다가왔으니 말입니다. 체감경기가 어쩌고저쩌고 하지만, 민족 최대명절이라는 추석을 소홀히 하는 가정은 없나 봅니다. 팍팍한 삶이 힘들어 평소에는 좀체 지갑을 열지 않던 사람들마저 제수祭需거리며 선물 따위를 마련하느라 시장으로 몰려듭니다. 특이한 것은 올 추석을 전후하여 유독 대형마트마다 경쟁이라도 하듯 1+1상품을 쏟아놓은 채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서민들 입장에선 우선 반가운 일입니다. 하나 살 돈으로 두 개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이니까요.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이런 행사가 그리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생색은 대기업인 마트 측에서 내고 있지만, 실제로는 상품 공급업체가 울며 겨자 먹기로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고객을 끌기 위해 쥐어짜낸 결과물 즉 물건을 생산한 회사의 피와 눈물이 바로 ‘하나 더’라는 형태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가 물건을 사면 되돌아오는 마일리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 역시 공급업체가 부담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처럼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횡포는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함께 살아가자는 마음은 추호도 없고, 그저 나만 잘 살자는 심보입니다. 그렇게 얻은 수익으로 연말 상여금 등으로 자기네들끼리 돈 잔치를 벌이면서도 사회에 대한 배려는 전혀 하지 않습니다. ‘있는 사람이 더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지경입니다. 최근 대기업 출신인 대통령까지 대기업의 하청업체에 대한 횡포를 걱정하고 있을 정도이니 그 정도를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이쯤에서 3백 년 동안 조선시대 최고 부자였던 경주 최 부잣집, 그 집안을 다스리는 지침인 여섯 가지 교훈인 ‘육훈六訓’이 생각납니다.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말라’, ‘만석이 넘으면 사회에 환원하라’, ‘흉년에 땅을 사지 말라’, ‘과객을 후히 대접하라’,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시집온 며느리는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 등입니다. 가진 사람들이 이웃과 사회에 대해 가져야 할 도덕적 책임의식을 드러낸 교훈으로서, 부의 사회 환원과 정경 유착에 대한 경고, 검소와 절약에 대한 미덕이 엿보입니다. 재물과 영예를 지키는 가히 참다운 보살행이오, 한국형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의 전형으로서 오늘날 가진 이들에 대한 충분한 교훈이 될 만합니다.

미국 기업인들이나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기부활동은 참 활발합니다. 미국 부자들의 프로필에는 반드시 ‘자선가philanthropist’라는 또 하나의 직함이 따라다니니까요. 카네기, 포드가 그러했었고, 지금은 빌 게이츠와 투자가 워런 버핏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워런 버핏은 자신의 재산 440억 달러 중 무려 85%에 해당하는 370억 달러를, 빌 게이츠는 350억 달러를 내놨습니다.

미국의 공동모금회가 1984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고액기부자클럽 ‘토크빌 소사이어티Tocqueville Society’에는 2만 명의 기부자들이 매년 5천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모금 기관으로부터 기부 요청을 받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이를 성공의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선 통계를 내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미미합니다. 최 부잣집 등 극히 소수를 제외한 한국의 부자들에겐 ‘오블리주(사회적 의무)’가 없으니, ‘노블레스(귀한 사람)’가 아닌 셈입니다.

하지만 공동체를 위한 사회적 책임은 특정 계층만의 의무는 아닙니다. 일반인들도 반드시 실천해야 할 덕목입니다. 이를 ‘시티즌 오블리주Citizen Oblige’라 하는데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노블리스 오블리주 보다 더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IMF에 의해 경제 통제를 받을 당시 형편이 나은 기업들은 구조조정이라는 미명하에 서민들의 삶은 내 알 바 아니라며 집단 해고에 바빴고, 몰락한 기업들은 공적자금이란 떡고물에 침 흘리고 있을 때, 일반 시민들은 나라 빚 갚기 위해 금 모으기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나라가 어려울 때 힘이 된 것은 소위 사회지도층이 아니라 지금도 각종 모금에 앞장서는 일반 시민들이라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티즌 오블리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곳이 진정한 공동체가 되려면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시티즌 오블리주’가 공존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어려운 것은 서로 나누고 베푸는 보시행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가진 이들이 약자를 쥐어짜기보다는 베풀고 나눈다면 세상은 더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단 베풀기는 하되 ‘묘행妙行은 무주상無住相(가장 아름다운 행동이란 머물음이 없는 베품)’이라는 부처님 말씀은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리고 회당대종사님은 다음과 같이 법문하셨습니다.

 

진리에 사는 사람은 남의 것을 빼앗고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유익하게 하는데 넉넉하게 되는 것을 아는 생활을 하느니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 같은 날만 지속되기를 서원합니다.

Comments

임우순
아주 좋은 글이네...있는 자들이 없는 자들을 잘 보살펴주시옵소서...더불어 같이 살아가는 세상이 되기를 기원합니다...감사합니다...
김형목
좋은 글 고마우이 ~~~~~~
남을 위해 무엇인가를 봉사한다는 것은 매우 힘들다.
봉사정신 하나로 남을 즐겁게하고,
행복의 전도사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
동기생들 !
마음이 후덕하고,
넓은 아랑과 덕망이 있어,
만인이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 같이 잘먹고, 잘사는 그날까지 합심으로 노력합시다.
이계인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이면의 그늘을 유심히 살펴야 제대로된 나라인데...
엄기준
매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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