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이기

감동글

문명의 이기

현중재 6 64
고속도로 

8월 들어 비도 자주오고 일 거리가 없어 친구들 덕분에 강원도를 자주 간 편이다.

중부, 경부, 영동, 중앙 고속도로를 번갈아 타면서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차량 행렬을 보면서 머리 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몇 자 적어보았다.



아침 이른 시간 벌써 고속도로가 분주하다.

편도 3차선의 도로가 입추의 여지없이 차량들로 붐빈다.

일정한 안전거리와 빠른 속도를 유지하며 어쩜 이렇게도 질서정연하게 움직일 수 있을까?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100미터 간격으로 경찰이 감시를 하는 것도 아닌데 어떠한 충돌도 없이

문명의 굉음을 내며 일방의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



일단 한번 문명도로에 진입하면 줄줄 그어진 차로를 따라 수많은 규칙을 지키며 앞만 보고 가야한다.

아무리 피곤해도 내 마음대로 차를 멈추거나 쉴 수가 없다.

차들은 외관상 보면 평화롭지만 실상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 채 무섭게 질주한다.



일단 차량의 무리에 끼어 질주를 시작하면 행렬의 속도에 맞추어야 한다.

차선을 따라야하고, 일정한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시선은 전방과 좌우를 수시로 쳐다보고

가끔은 후방도 감시해야 한다.



가끔은 먼 산의 푸른 숲과 아름다운 경치를 힐끗 쳐다보지만 내 감성이 미처 그곳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두 눈은 전방을 주시하며 앞차가 행여나 갑자기 멈추지 않을까 마음을 놓지 못한다.

이런 운전기술을 '방어운전'이라고 하며 베테랑 운전자로 인정받는다.



도로에 올라서는 순간 자유는 없다.

운전자에게 쉴 새 없이 뭔가를 알리고 싶어하는 표지판에도 주목해야 한다.

아주 어린아이 다루 듯 '무엇을 해라, 마라'는 기본이요,

친절한 정부의 대국민 계몽문구나 도로가 '막혔다'는 짜증난 정보도 첨단 전광판에 뜬다.

목좋은 자리 대형 광고판을 강제로 쳐다보아야 하며

요즘에는 누가 어디서 죽었다는 사망사고 표지판까지 자주 눈에 띤다.

가끔은 누누이 강조한 준수사항을 얕보다가 사고를 내고, 거대한 소통의 맥을 끊어 놓기도 한다.



문명시민들은 이 세상에 나올 때

부모에게 물려받은 최소의 지능만으로도 넓고 반듯한 도로를 잘 달릴 수 있다.

하지만 고속도로는 유난히도 동일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운전자를 가르치려 들고 자율성을 배제한다.

이것은 오직 사람의 두 발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가 없는 '고속'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빠름'이란 효율의 개념이요, 상대적 개념이다.

내가 남보다 빠를 때 의미가 있는 것이며

모두가 빠르다거나 모두가 느리다는 상황에선 '빠름'이란 의미가 없다.

고속도로가 모든 차량이 ‘빠름’을 요구하는 것처럼

우리의 문명도 획일적인 '빠름'과 '질서'를 요구한다.

너도 나도 ‘빨리빨리’를 외치며 일정한 행동규칙을 따라야 한다.



이렇게 떼를 지어 질주하는 모습을 보면 인간사회의 축소판을 닮았다.

작게는 우리 도시인들, 크게는 우리 문명사회의 인간사회를 보는 듯하다.

우리는 문명의 창조자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그 주인은 되지 못한다.



문명시스템에 한 부속으로서 고속도로의 차량행렬처럼

철저하게 약속이나 규칙대로 움직여야 하는 부속품이요,

수동적인 존재다.

우리가 얻고자 하는 진정한 행복은 그러한 수동적 존재감에서 벗어났을 때 찾아 올 것이다.

 

문명의 고속도로는 속도만을 요구한다. 오로지 질주하고 앞만 보는 상황을 요구한다.



천천히 길 옆의 자연적인 것에 눈길을 줄만큼 여유가 없다.

자연의 사물들이 왜 거기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도로 밖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이런 질문을 할 줄 모른다.

아주 천천히 음식을 먹고 차를 마시고 그리고 자연을 걷다보면

얼마나 인생이 아름답고 지금 이순간이 기쁜지 느낄 수 있다.

충분한 휴식과 여유에 목말라 하는 고속도로족은 늘 그것을 내일로 미룬다.

 

내가 내 이웃보다 돈을 더 벌고 내 회사가 경쟁회사에 뒤쳐지지 않도록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가 되도록

매일 아침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무한 질주를 계속한다.

일반 성인의 하루 일과를 보면 일하는 시간이 너무 많다.

나는 그렇지 않다라고 부정할 수 있더라도 어쩔 수 없이 하루 12시간씩,

그것도 주야교대를 하면서 문명시스템의 부속품으로 살아가는 내 이웃들이 얼마든지 있다.



문명의 편리함의 생산자로서 역할을 다하도록 끊임없이 요구받는다.

반대로 문명의 편리함의 소비자로서,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아주 적다.

그 혜택 또한 생산자로서 역할을 위한 수단이 된다.

우리의 목적인 문명의 수혜까지도 문명생산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사회, 우

리는 그런 잔인한 사회에 살고 있다.



평일날 돌아올 땐 도로가 한산하다.

3차선 도로에 띄엄띄엄 차들이 먼 거리를 유지한 채 저마다 자기속도를 유지한다.

조금 느리거나 빨라도 서로에게 조금도 불편하지가 않다.



가끔 도로 밖 풍경을 구경하며 적당히 구부러진 산과 들의 곡선들, 높낮이,

다양한 모양을 보고 저 들판의 녹색풍경이 참 보기 좋다는 느낌이 들며

갑자기 무한한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느낀다.

마치 이 편리한 도로가 나만을 위해 준비된 것처럼...



만약 신이 계신다면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다.

“자, 이젠 그만 됐네.

원래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잘 되었어.

수고 했으니 이제 그만들 쉬게.”



그러나 문명사회의 인간들은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이 단지 일하기 위해서 태어난 노예인간이 되었음을 알지 못한다.

그러다가 가끔 삶이 힘들어지면 신께 간구한다.

“삶이 너무 힘들어요. 당신을 믿을테니 행복하게 해주세요.

그리고는 오늘도 돈을 많이 벌게 해주세요. 부자되게 해주세요.”

신께서 다시 한번 당부하시길,

“내가 뭐랬어? 지금 당장 하던 일을 그만두고 좀 쉬게나.

푹 쉬고 나면 몸이 편하고 마음이 편하고 정신이 투명해지고,

진정한 행복이 어디서 오는지 알게 된다네.”



“이런 제길! 일하던 것을 그만두고 쉴 수가 있나... 이것이 내 현실인데...ㅎㅎㅎㅎ”

牛步

 

 

Comments

임우순
우리나라 운전문화도 많이 바뀌고..발전을 했어요...그래도 3.4차선으로 자연을 즐기며 여기 저기 구경하면서 천천히 가리라...좋은 글 음악 매우 고마워....
엄기준
감사합니다~~~
이계인
복잡한 도로보다는 뻥뚤린 길에서는 오히려 속도를 줄이고 여유있게 운전하게 되더라구...지하철에서 자리가 많이 비어 있으면 앉고 싶은 마음이 없듯이...좋은 글 잘 보았네..
정용상
주객이 전도될라---, 악화가 양화를 밀어 내듯이---목적잇는 삶!
최해원
넋두린지 ~~~~~~~~~~
푸념인지 ~~~~~~~~~~
현실인지 ~~~~~~~~~~
꿈일런지 ~~~~~~~~~~
감미로운 음악에 취하면서 많은걸 생각하게 해줬네 !!!
짬짬이 쉬어가세 ~~~~~~~ 푹 ~~ 쉬면 나른해지고 퍼진다 우보야 !!!!
김형목
좋은 글과 음악 고마우이 ~~~~~
좀 있으면 중추절이다. 
각 도로마다 교통지옥이 지금부터 걱정된다 ?
도로가 만들어지는 것 보다 자동차 보급 대수가 더 많이 출시되기 때문에 어쩔수 없나 보다 !
젊은 사람들도 생활의 윤택함과 문명의 이기 때문에 차부터 구입한다.
동기생들 !
즐거움과 행복도 잠깐이고,
사는 것이 항상 아름다울수는 없듯이,
가까이 있는 자들과 막걸리 한잔이라도 기울이며 인생을 논하자.
그것도 자주 어울리면 할말이 많아진다.
우리 같은 중년에는,
항상 부담없고,
무슨 일이 든지 즐겁고,
기뻐하며,
범사에 감사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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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2 기타 쌍호 김홍배장군 부인 그레이스 최(천숙)의 글 입니다. 댓글10 문순만 04.18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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