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선

감동글

첫선

현중재 7 57

첫선 (단편, 수필)


제대를 한 후 발안에 있는 조그만 봉담면에 있는 타이루 공장에 취업을 하고 그 시골 마을

허술한 집에 하숙방을 얻어 처음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하였다.


공장은 마을에서 좀 떨어진 논길을 따라 작은 산자락 밑에 있었다.

눈이 두텁게 쌓인 어느 해 겨울이었다.

어느날 집에서 어머니가 오시겠다고 하여서 해질 무렵 눈길도 걸을 겸 어머니 마중을 나갔다.

마중이라야 동구 밖을 벗어서 국도변에 간이 버스정류장이 있는 곳이다.


버스 정류장에 서서 찬바람에 손을 호호불며 어머니가 타고 오실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땅거미가 뉘엿뉘엿 질 무렵 중년 여인이 지친 모습으로 내게 다가와 이 근방에 쉬어 갈 여관이 있느냐고 묻는다.


지금이야 도로변 주변에 여관들이 많이 들어 서 있지만 30여 년 전에 시골길에 무슨 여관이 있었겠는가?

보아하니 눈길에 먼 길을 걸어 매우 치친 모습이었고

그대로 모른 체 하다간 날도 저문데 사고라도 날 것 같았다.

원래 하숙집이 옹색한데다 내방에서 같이 주무시자고 할 수도 없고...

그때 마친 어머니를 태운 차가 막 정류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어머니가 버스에서 내려 나와 아주머니를 번갈아 보시면서 의아한 눈초리로 말씀하셨다.

“어쩐 일이냐, 누구신가?”

“길을 가시는데 밤이 어두워 여관을 찾고 계신데.......“

“이곳에는 여관이 없고 하숙집으로 모시고 갈 수도 없고 참으로 난감하네요.”

어머니는 한참 생각하시더니

“내가 있으니 네방에서 우리 둘이 자고 너는 하숙집 아이들이 자는 방에서 신세 좀 지려무나”

 이렇게 하여 그 아주머니는 우리 거처에서 하루 밤을 보내시게 되었고 그 이튿날 아침에

떠나시기 떠나시면서 나를 찬찬히 보시더니 중매를 서겠다며  우리 집 주소와 내가 근무하

고 있는 직장 주소를 적어 가져 가셨다.


 복사꽃이 피는 4월초쯤 직장으로 편지 한통이 왔다.

우리 하숙집에서 하루 밤 주무시고 가셨던 그 아주머니셨다. 

예쁜 규수를 데리고 갈 테니까 다른 약속을 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약속된 날에 그 아주머니와 규수가 왔다.

그 규수는 눈이 부실 만큼 아름다웠고 옷차림이나 머리위에 걸친 모자와 목에 걸친 머플러

그 규수를 더욱 멋스럽고 아름답게 하였다.


마침 그 날이 일요일이라서 우리는 한가롭게 봉담저수지 오솔길을 산책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알고 보니 그 규수는 그 아주머니의 따님이었다. 현직 학교 교사였다.


 이러한 인연으로 우리는 교제를 하였고 이 규수는 오산에서 금동초등학교로 발령을 받아 그 곳에 근무할 때

토요일이면 어김 찾아와 봉담저수지를 끼고있는 싱그러운 오솔길을 걷곤 하였는데

스치는 사람마다 그의 아름다움에 눈길을 멈추곤 하였고 예비군 훈련장으로 떼 지어 가는

젊은이들은 휘파람을 불어 우리의 테이트를 부러운 마음으로 축복 해 주곤 하였다.


 그가 토요일 내게 오는 날은 찬합에다 여러 가지 반찬을 해 오기도 하고 옷을 손 수 만들어 가져오기도 하였는데

그 반찬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옷 역시 색상이나 디자인이 너무 예뻐 그 것을 입고 나들이를 하면 어디서 구입 했느냐며

주위 사람들이 부러워하곤 하였다.       


 그녀는 일본에 유학하여 디자이너 공부를 하고 싶어 했으며,

도시에서 의상실을 운영하며 후진을 양성하는 꿈이 많은 여성이었다.

문학에도 시심이 깊어 강가를 거닐 때면 언제나 시 한편을 낭송 해 주었다.

 

그녀는 노래도 제법 잘 불렀는데 나와 같이 있는 때에는 주로 동요를 불러 주었다.

언제나 그는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지 않으면서도 어디서 그렇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는지

그녀는 어디엔가 이야기 주머니를 찬 듯 했다.


 그녀는 어떤 특별한 분위기를 좋아했다.

자연스러움을 좋아하면서도 스스로 어떤 분위기를 새롭게 만들어 냈으며 늘 생각과 행동을 통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려고 노력하였다.


 그의 행동은 애써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상이었으며

나보다도 4년이나 어린 나이에도 그의 어른스러움은 나보다 10년은 위인 것 같았다.

나는 오늘에 만족하며 산다면 그는 먼 미래를 내다보며 나에게 먼 산을 가리키듯 미래를 가리켜 보였다.


 그녀의 꿈은 프랑스 파리에 가 있었다. 디자이너로 명성을 떨쳐보겠다는 것이 그의 꿈이었고

그녀의 꿈은 나 까지 흔들어 놓았다.

‘이대로 여기서 머물 것이냐’가 그가 내게 던진 가장 큰 숙제였다.

뒷바라지는 자기가 할 것이니 학업을 계속하라는 것이다.


 나는 그를 얼마큼 사랑하고 있는지는 모르나 그는 나를 분명히 사랑하고 있음을

그의 어머니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한번은 그의 어머니, 아니 그냥 어머님이라고 하는 게 편하겠다.


 어머님은 내게 와서 내가 죽지 않을 만큼, 수혈을 할 만큼만 아팠으면 좋겠다는 것이 딸의 소원이라기에

그 이유를 물으니 자기의 피를 내게 수혈하기 위해서란다.

내 안에 자기가 있을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그토록 사랑한단 말인가. 그토록 사랑했단 말인가?


 커플반지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시절 그는 커플반지를 해 가지고 왔다.

진달래가 온 산을 붉게 물들이든 봄이었다.

봄꽃이 만발한 산과 들은 밭갈이 하는 황소의 울음소리와 바위에 부딪치는

강물소리와 함께 만물이 약동하는 그 봄에 樂動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 마지막이 될 줄을 누가 알았으랴.      

 

  그녀가 오산로 돌아가고 그 이튿날에 비보가 왔다.

 교통사고로 중환자실에 있다는 것이다.

 오산 j병원으로 달려갔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때 문득 떠 오른 것이 수혈이었다. 그녀도 나도 혈액형이 AB형이었던 것은 질긴 인연 때문이었을까?

내 팔뚝에서 그의 팔뚝으로 플라스틱 관을 통해서 영혼이 연결되는 길지 않은 순간에 그녀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내 안에 그녀를 담고 싶어 했던 그녀는 그 안에 나를 담고 가 버렸다.


새로운 봄이 오면  진달래꽃이 만발하면 그 저수지둑을 다시 거닐어 보고 싶다.


인생의 성숙함이 시간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레 영글듯 어느덧 지천명의 고개에 뒤를 돌아보면, 

아픔의 정도는 다를지라도 새가 알을 깨는 고통이 있듯,

우리 인생도 그런 고통의 단편이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한다.

 

牛 步

[이 게시물은 최관리자님에 의해 2010-03-31 20:51:17 감동글/좋은글에서 복사 됨]

Comments

엄기준
슬프다~~~
정용상
야1 정말 지고지순함의-----
최해원
아 ~~~~~~~~~~ 
뭐라고 위로를 해야하나 ??
그냥 수필로 받아드리고 싶으이 ~~~~~~~
임우순
좋은 글 매우 고마우리.....
최해원
이번엔 실로가 어델가고 매우가 들어오냐 ???
김현식
우짜문 존노~~!!!!!!!!!!
윤동일

설마 실화가아닌 픽션이겠지..
정말 실화라면 너무안타까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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