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중고 컴퓨터 장사의 일기

감동글

어느 중고 컴퓨터 장사의 일기

정문교 12 138
어느 중고 컴퓨터 장사의 일기
3110_1.jpg

저는 인터넷이나 알림방 광고를 내어
중고 컴퓨터 장사를 합니다.
얼마 전 저녁때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아는 사람 소개 받고 전화 드렸어요.
여기는 경상도 칠곡이라고 지방이에요.
6학년 딸애가 있는데 중고컴퓨터라도 있었으면 해서요.
딸은 서울에서 할머니랑 같이 있구요...."

나이 드신 아주머니 같은데
통화 내내 목소리가 힘이 없어 보였습니다.

열흘이 지나서 쓸 만한 중고가 생겼습니다.
아주머니가 말씀하신 그 집에 도착하자,
다세대 건물 옆 귀퉁이 새시 문 앞
할머니 한 분이 손짓을 하시더군요.

액세서리 조립하는 부업거리가 보입니다.
지방에서 엄마가 보내주는 생활비로는
살림이 넉넉지 않은 모양입니다.

"야 컴퓨터다!"
그 집 6학년 딸이 들어와 구경하자,
할머니가 아이의 어깨를 두드리시더군요.
"너 공부 잘하라고 엄마가 사온 거여,
학원 다녀와서 실컷 해. 어여 갔다와."
아이는 "네~" 하고는 후다닥 나갔습니다.

설치를 끝내고 집을 나섰는데
대로변의 정류장에 아까 그 딸아이가 서 있습니다.
"어디로 가니? 아저씨가 태워줄게."
주저 할만도 한데 아까 봤던 아저씨라 믿었는지
아이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하계역이요~"
제 방향과는 반대쪽이지만 태워 주기로 하였습니다.
집과 학원거리로 치면 너무 먼 거리였습니다.

한 10분 갔을까.
아이가 갑자기 화장실이 너무 급하다고 합니다.
패스트푸드점 건물이 보이기에 차를 세웠습니다.
"아저씨 그냥 먼저 가세요."
다급히 아이는 건물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무심코 보조석 시트를 보는데
가슴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검빨갛게 물들은 시트.

아마 첫 생리?
보통 바지가 젖을 정도...
당황한 아이의 얼굴,
당장 처리할 방법도 모를 테고 마음이 너무 급했습니다.
재빨리 청량리역까지 와서
속옷을 여러 사이즈로 샀습니다.
아이엄마에게 전화했다가는 마음이 아파하실 것 같아
연락도 못하겠더군요.

집사람한테 전화 했습니다.
"지금 택시타고 빨리 청량리역...
아니 그냥 오면서 전화해.. 내가 찾아 갈게."
"왜? 뭔 일인데?"
자초자종 이야기하자, 집사람이 온다고 합니다.
아, 아내가 구세주 였습니다.

가는 중 전화가왔습니다.
"약국 가서 생리대 사. XXX 달라 그러고
없으면 XXX 사....속옷은?"
"샀어.."
"근처에서 치마 하나 사오고....
편의점 가서 아기 물티슈도 하나 사와."

진두지휘하는 집사람 덕에 장비(?)를 다 챙겨서
아이가 좀 전에 들어갔던 건물로 돌아갔습니다.
없으면 어쩌나 조마조마합니다.
아이 이름도 모르는데,

집사람이 들어가니 화장실 세 칸 중에
한 칸이 닫혀 있었습니다.
말을 걸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때까지 그 안에서 혼자 울면서 끙끙대고 있었던 겁니다.
다른 평범한 가정이었으면 조촐한 파티라도 할
기쁜 일인데... 콧잔등이 짠하더군요.

집사람과 아이가 나오는데
그 아이 눈이 팅팅 부어 있더군요.
그냥 집에 가고 싶다는 아이를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묻더군요.
"그 컴퓨터 얼마 받고 팔았어?"
"22만원"
"다시 가서 주고 오자.."
"뭐?"
"다시 가서 계산 잘못 됐다고 하고,
10만원 할머니 드리고 와."

램 값이 내렸다는 등 대충 얼버무리면서
할머니에게 돈을 돌려 드렸습니다.
나와서 차에 타자 집사람이
제 머리를 헝클이며 "짜식~" 그랬습니다.

그날 밤 11시 쯤 아이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여기 칠곡인데요. 컴퓨터 구입한......."

이 첫마디 하고
계속 말을 잇지 못하시더군요.
저도 그냥 전화기 귀에 대고만 있었습니다.

- 김진영 (새벽편지 가족 / 옮김) -

3110.jpg

가끔 다른 사람의 마음에
귀 기울이시고 노크를 하십시오.

- 배려하는 마음 하나가 이렇게 감동을 줍니다. -
사랑밭 새벽편지에서 퍼온 글

Comments

정진앙
가슴이 찡~ 하군요! 중고 컴푸터 아저씨 복 많이 받고 부자되세요~, 건강히사구요~!
오자진
어째 나도 얼굴이 찡하네
진앙이 해외출장 간다고 도망가더니 어느 하늘 아래에서 접속한겨
정진앙
인도네시아에서 날씨는 덥고,나가봐야 뜽어 먹을려고 하는 하이에나 비슷한 지무승들만
많으니 홈피는 부지런히 들랑달랑 한다. 주말에는 들어갈껴, 자진아 모임 참석 못해서
미안혀~, 충헌이가 명예위원장 풍위 유지 하느라 고생이 많구먼, 정길이 얼굴에 꽃피었겠네?
충헌아, 고맙다, 단~결~  
김형목
정말 가슴 찡한 내용이다.
작은 나눔과 배려가 이 사회의 등불이 되는 됩니다.
거기다가 사랑을 부부가 실천도 하고, 세상 오래 살아 볼 일입니다.
동기생들 !
중년의 중후함과 넉넉함으로 후덕하게 삽시다.
 
임우순
아주 감동이 절로오네그려,,  복많이 받으실거여,,,
정용상
감동!!!
이승준
아이고오~
진짜~ 가슴이 찡~ 하네~
감동적인 글 감사합니다.
최해원
찡 ~~~~~~~~~ 하게 어딘가 얻어맞은것 같구먼 !!!!
퍼가도 되제 ?????????????????????????????
최종왕
눈물이.....눈물이.....많이 나이탓인가?
이진팔
찡하다
현중재
똑 같은 일은 아니지만 우리 주위에 이렇게 할 때가 많이 있지...마음만 앞서고 행동으로 하지 못하면 항상 후회한다네...나이들면서 감동을 받고 또 그 감동을 실천하면 삶이 윤택해 짐을 이제야 알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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