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우러러 보는 삶
오늘 하루 종일 나무들과 씨름하며 밑둥을 짤라내고 우죽을 치며 태양을 등에지고
직원 두친구와 하루 일을 끝내니 어느덧 시뻘건 놈은 서산으로 줄행낭을 치려한다.
그사이 두툼한 뱃가죽이 홀쭉해져 온다. 자리를 옮겨 하루를 마무리 할 수밖에.
조그마한 공간이지만, 북새통을 이루는 가능역 치킨 집. 생맥주는 달달했고,
노르스름한 닭 살코기 튀김 덕분에 허리띠를 한 칸 풀어야 했다.
너무 서둘렀는지 목구멍이 갑갑해져오기 시작했다. 뭔가 박혔나보다.
직원들과 이야기에 몰입할 때는 몰랐는데 그렇지 않을 때는 다시 갑갑해져 온다.
자리를 옮겨 뜨거운 생맥를 목구멍에 쏟아 부어도 별 진전이 없다.
그나마 그냥저냥 참을만하다. 별 통증이 없는 것으로 보아 닭 뼈가 걸린 것은 아니고,
닭날개 두툼한 놈이 목구멍에 늘러 붙은 모양이다.
이상하게도 숨을 일부러 크게 들이마시면 그 놈이 들쑥날쑥 펄렁거린다.
며칠 전, 화장실 문에 부딪힌 머리의 통증보다 더 신경 쓰인다.
직원들과 헤어진 후, 그래도 불안해,
동네 어귀 홍탁집에서 병맥주 두어병과 홍탁으로 밀어내기 시도를 해봤다.
별 진전이 없다.
내 사연을 들은 홍탁 사장이 뜨거운 물을 갖다 준다.
숟갈로 한 컵을 다 비웠다.
그래도 들쑥날쑥 이다. 게다가 약간의 통증까지 느껴진다.
집에 가서 밥 한술 떠 넣으면 효과가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그마한 희망이 생기니 발걸음이 가볍다. 종이 잔에 든 3백 원짜리 커피를 다 비울 때쯤
발길은 학교 운동장 내의 은행나무에 이르렀다.
겨우내 빈가지에 시선을 주었는데도 꽃이 다 된 자리에 조그만 은행이 듬성듬성 얹혀있다.
목을 치켜세워 세어본다. 꽃샘추위가 유난히 기승을 부려서인지 작년 보다 못했다.
수천개 개쯤 열려야 할 가지에 듬성듬성 수백개 정도 보였으니 말이다.
한 참을 세다보니 목이 시원해져온다.
은행나무을 뒤로하고 대문을 열자마자 양치질을 했다.
코 옆의 점보다 작은 살점이 튀어 나왔다.
그래, 바로 이 녀석인 것 같다.
냄새가 깔끔했고 목구멍이 잠잠했으니 그리 추정하는 게다.
조그만 게 어찌 그리 주인 덩칫값을 못하게 했을까.
그 부드러운 살점이 목을 움켜쥐고 큰 가시처럼 행세했으니.
그렇지. 사람이 살아가다보면 큰 일로 멱살 잡는 게 아니고,
목에 걸린 작은 놈 때문에 일이 터지는 것 아닌가.
가만 생각해보니 요 며칠사이에 별 일이 다 생겼다. 화장실 문에 머리를 받혀 정수리가 퉁퉁 부어오르질 않나,
치킨 살이 목에 늘러 붙질 않나. 처음 겪는 별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즈음은 일이 나무 사이사이 풀을 뽑느라 땅만 봐야하고 나무를 벌목하기 위해 밑뿌리만
봐야하고, 그리고 집에서는 글을 쓴답시고 너무 고개를 숙이며 살았다.
밤낮없이 고개를 숙이다보니 목울대의 기능이 약화 되었나보다.
왜, 닭이 목울대를 치켜세우고 물을 마시는지,
사람들이 목을 젖히고 별과 달 그리고 꽃을 쳐다보는지 그 이유를 알 것만 같다.
또한 조선 인조때(1640년) 김수항 선생이 도봉산 계곡 바위에 새긴,
고산앙지(高山仰止 높은 산처럼 우러러 사모한다)라는 글이 떠오른다.
지금부터라도 아집과 위선에 쪄든 겸손을 버리고,
그윽한 눈빛으로 누군가를 우러러보며 살아야겠다.
그리고 씩씩하게 푸른창공을 향해 자신의 날개를 펴가는 나무들처럼 말이다.
牛 步
*참고 : 서울 도봉산, 도봉서원 건너편 계곡에 '고산앙지(高山仰止)'라 새겨진 바위가 반쯤 물에 잠겨 있다.
조선 인조때(1640년) 김수항이 새긴 글씨로,
고산앙지라는 말은 시경(詩經)의 소아보전(小雅甫田)편에 나오는 글로 높은 산처럼 우러러 사모한다는 뜻이다.
이는 김수항이 정암(靜庵) 조광조(趙光祖)의 학덕을 우러러 사모한다는 뜻으로 새긴 것으로 짐작된다.
-출처: 북한산 국립공원 안내판
[이 게시물은 최관리자님에 의해 2010-03-31 20:50:05 감동글/좋은글에서 복사 됨]
우보야 !! 우찌 이리도 표현력이 무궁무진허냐 ??? 감동 또 감동의 연속이다 ~~~~~~
출판사하는 동기들 없냐 ???
모셔다가 책한권 맹걸어라 ~~~~~~~ 대박 날끼다 !!
우보! 암튼 그러자꾸나~~~글케 살아보잔 말일세~~~
빠지면 안되지....좋은 글과 음악 매우 고마워.......
중재 복 많이 받게나 ㅎㅎㅎㅎㅎㅎ
우린 중년의 나이에 얼마나 큰 영위와 안위를 누리려고 뛰어 왔는가 ? ? ? ? ?
항상 기뻐하는 마음과 모든일에 감사하며 살아온 날이 얼마나 되나 ㅠㅠㅠㅠㅠ
좋은 일 하기도 바쁜시기에 ㅊㅊㅊㅊㅊ
나누고 베풀며,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물질문명이 발달하고 세상이 변하여도 우린 인간이기에 @#$%&
현실을 즉시하며,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들...........
좋은 일 많이 하며 지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