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몸의 컨디션이 안 좋아 일을 좀 일찍 끝내고 집에 일찍 들어왔다. 나는 TV를 잘 보지는 않지만 사극은 잘 보는 편이다. 밥을 먹고 TV를 틀었다. 채널을 돌리다 눈에 들어오는 프로가 있었다. <나는 가수다>라는 TV 프로다. 그 프로그램이 처음 시작하던 날부터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평소에 별로 즐기지 않던 대중가요의 무대이고, 젊은 층을 겨냥한 프로려니 생각하고 시큰둥했는데 그 순간 오늘은 놓치지 않고 한번 보려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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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들이 곡의 의미와 정감을 살리기 위해 전신으로 뿜어내는 열기는 대단했다. 그들만의 독특한 창법과 가창력도 청중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하도 열심히 부르는 바람에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듣고 있는 게 미안할 정도였다. 그들의 호소력은 청중을 사로잡았고, 가요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기존의 인식을 무너뜨리고도 남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나도 대중가요에 대한 인식을 새로 하게 되었다.
단 2주 동안 다른 가수의 노래를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로 재해석하여 표현하는 일. 그것은 생각처럼 쉽지가 않을 것이다. 그런 미션을 기꺼이 수행하고 있는 <나가수>는 현재 우리 사회가 그 깊이와 다양성에 있어서 얼마나 놀라운 변화와 발전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 같았다. <나가수>는 매회 10대부터 50대까지 500명의 청중단을 구성하여 1위에서 7위까지의 순위를 매겨 공개한다. 뿐만 아니라 그중 제일 꼴찌를 탈락시키고 다음 회에는 다시 새로운 도전자가 그 자리를 채우는 식으로 진행되므로 시종 긴장감이 팽팽하다. 그러나 가수마다 창법과 스타일이 다르고 전달되는 느낌이 달라서 사실 순위는 별 의미도 없어 보였다. 흥미를 돋우고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에는 좋은 방법이 될지 몰라도, 차라리 최우수자 한 사람만 선정해서 발표하는 편이 더 낫지 않겠나 싶었다.
이미 예고편을 보고 소문도 들어 임재범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의 차례를 기다렸다. 그는 록밴드인 시나위 멤버로 데뷔 후 20 여년이 지나도록 방송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를 얼굴 없는 가수라고 한다니, 내가 그동안 그의 존재를 몰랐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드디어 임재범이 나왔다. 수염도 제대로 깎지 않은 모습, 강렬한 눈빛과 표정에서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왔다. 그가 부를 노래는 윤 복희의 <여러분>이었다.
네가 만약 괴로울 때면 / 내가 위로해 줄게 / 네가 만약 서러울 때면 / 내가 눈물 되리
장내는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하고 엄숙하였다.
나는 너의 영원한 노래야 / 나는 너의 영원한 노래야 /
나는 너의 기쁨이야 /내가 만약 외로울 때 누가 나를 위로해 주지
바로 여러분!
이 대목에서 그가 무릎을 꿇고 피를 쏟아낼 듯이 혼신의 힘으로 절규하는 모습에 청중들은 망연자실하였다. 여기저기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는 사람도 보였다. 그리고 그가 노래를 마쳤을 때, 사람들이 하나 둘 일어나더니 드디어는 모두가 일어나서 박수를 쳤다. 아주극적인 장면이었다. 그가 1등이었다.
그러나 나는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스스로의 감정에 익사하듯이 몰입하는 모습이 노래자체보다 쇼맨쉽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까. 그의 배후에 숨겨진 순탄치 않은 삶의 과정이 청중들의 마음을 더 흔든 것은 아닌지, 그들이 울고 기립 박수를 친 것은 그의 열정과 예술성에 동화되었기 때문이라기보다 각자가 지닌 슬픔 때문은 아니었는지 의구심마저 들었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나는 결말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연속극을 보거나 영화를 보면서도 괜시리 눈물이 나오곤 했다. 그러던 내가 오늘은 가수들의 과장된 표현을 집어내면서 이렇게 멀뚱거리고 있다. 외롭고 서러울 때 이 세상에 누가 나와 함께 울어 줄 수 있겠는가. 누구의 눈물이 나의 위로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노래를 감상하고 공감하였다기보다 오히려 나를 돌아다보고 내 마음을 단단히 조이며 다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언제부터 눈물을 잃게 된 것일까?
눈물을 흘리며 응원하는 저들이 부럽다.‘그래 울어라.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때가 올테니까.’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오늘은 나도 울고 싶다.
牛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