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비가 올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감동글

여름날 비가 올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현중재 3 34

비만 오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

이성은 아니다 . 동성이다

내가 남자니까 그 생각나는 사람도 당연히 남자다
요 대목에서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떠오른다
다들 들어서 아는 야그겠지만...

"아기감자가 엄마감자한테 묻는다
 엄마~ 나 감자 맞쥐~?
 엄마 왈~
 당근이쥐~~~~!
 아기 감자는 너무 슬퍼서 자살을 했다"는 얘기다

갑자기 이 망상은 왜 떠오르는 걸까!
이 얘기를 처음 접했을 때 기절할 정도로 웃었던 기억 때문일 게다

아무튼 그 남자는 멀쩡하다가도 비만 오면 온비를 다 맞고 시내 거리를 헤멘다
그 당시 의정부는 작은 소도시 이다. 지금이야 인구 50만이 넘어가는 도시로 변했지만........ 

한 바퀴 도는데 삼사십 문이면 족하다
술은 한방울도 입에 대지 않는 사람이다

우리 집 문간방에서 자취를 하는 사람이다
자취는 하는데 어린 여자 하나 데불다 놓고 동거했다

여자는 콧날이 오똑하고 충청도 사투리를 여과 없이 질펀하게 잘하는 뇨자였다
위태위태한 동거로 내 어린 눈에는 비쳤다

여자는 남자를 오빠라 불렀다.
서울에 있는 명문대를 나온 사람이다.

여자는 고등학교 중퇴인가로 기억난다
내 눈에 비치는 앞으로의 결과는 별로라고 조심스럽게 점쳐 보기도 했다

밥해 줄 여자가 필요해서 그리고 잠자리가 필요해서 시골딱지 여자를 데불고 사는 것으로 보였다
결코 이세를 낳을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내 예상대로 두 사람은 몇 해 동안 애를 낳지 않았다
여자가 숨죽이고 우는 소리가 종종 들렸다
남자가 출근하고 나서 들리는 잦아드는 울음소리다

난 생각했다
남자가 헤어지자고 종용하는 모양이구나...

전매공사에 다니는 남자는 어느날부턴가 줄담배를 먹기 시작했다
비가 와도 담배를 물고 거리를 헤멘다

그는 묻지도 않은 말을 나한테 했다
난 고1의 어린 나이였다

까까머리 어린 총각한테 말을 걸어온 거다
난 누가 묻는 말에는 대답해도 누군가한테 뭘 묻는 습성은 없다

내성소심형이라 그런가...
고시공부하다 무참하게 참패하고 겨우 전매공사에 입사했노라고 했다
마루턱에 엉덩이만 걸치고 입가장자리엔 담배를 물은 채 씨부렸다

그런데 비만 오면 비애감이 들고
실패한 인생에 대한 회한 때문에 온세상의 비를 다 맞으며 자신을 질책하고 싶어진다나

그 사람은 목소리가 참 굵직하고 멋있었다
듣든데 아무 거부감이 들지 않는 호감 가는 목소리다

완전 비맞은 새앙쥐가 돼서 들어오면 충청도 말씨를 질펀하게 쓰는 젊은 여자, 아니 어린 여자는 수건을 들고 나선다
비만 오면 그 사람이 생각난다

이름을 알았었는데 이젠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 것까지 기억할 만큼의 용량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용량은 자꾸 줄어들고 저장해야 할 것들은 많고...
아무튼 또렷이 기억나는 그 사람의 음성과 잘생긴 표정과 굵은 빗줄기는 항상 질근 끈처럼 연결되어 놓아주질 않는다

칠 년인가를 살고 어디론가 이사를 갔다
이사를 간 건지 서로 다른 길로 갔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칠 년 살도록 그들을 닮은 어떤 종도 생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牛 步

 

[이 게시물은 최관리자님에 의해 2010-03-31 20:51:45 감동글/좋은글에서 복사 됨]

Comments

임우순
씨를 말리는 모양이구먼....좋은 글 매우 고마우리....
김형목
좋은 글 고마우이 ~~~~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는 게 즐기는 겁니다.
즐겁게 일하면 어려움이 있어도, 그것 마저 즐거운 눈으로 볼수 있듯이 &&&&&
사소하게 생각한 잘못들 때문에 남에게 상처주고,
마침내 그것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부메랑 처럼 ㅠㅠㅠㅠㅠ
즐거운 세상을 만드는데, 우리 동기생들은 일조 하며 살아 가야 겠지 ㅎㅎㅎㅎㅎ
겸손과 배려로 명랑하고, 밝은 사회와 복지국가를 만들며 삽시다 @#$%&
이승준
牛步님.. 實話 인가요?
꼭 소설 같이, 찡~ 해 오네용~~

배경 음악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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