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 기행

감동글

설악 기행

현중재 9 69



설악은 나는 태어나서 처음이다.
물론 그 근처에서 배회 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정상까지 가 본 적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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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松庵이 2박 3일을 잡고 설악등반을 하자고 했을 때 설악을 만난 다는 설레 임은
어릴 적 소풍 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그 시절의 마음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었다.
아니 좀 더 솔직한 심정은 시간의 공간에 갇혀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돌아가는 일상에 일탈의 시간을 갖는다는 설레 임이 더 솔직한 마음이겠지...
직장, 가정이 모두가 갇힌 공간처럼 숨이 막힐 때 숨통을 열어주는 청량제가 될 것이라 믿었다.

휴가 이틀 전부터 경험 많은 두용이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주섬주섬 준비물을 챙기고
처음 선보로 가는 총각마냥 가슴이 설레이는 것은 아직도 내 속의 피는 식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것 같다.

아침 첫차를 타고 4시간가량 가니 백담사 용대리계곡 물이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준다.

 

설악에 가기 위해 몸도 챙기고 술도 節酒를 하였더니 컨디션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하지만 산행 코스가 길어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한다는 松庵과 不巖의 말이 내 근육을 긴장시킨다.
용대리에서 백담사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로 백담사로 향하는 내 마음은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부풀기 시작했다.

설악은 그 품에 한번 안긴 이라면 누구든지 영원히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산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산은 `절세의 미인`에 견주어진다. 는 말이 문득 머리에 와 닿아서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百潭寺 修心橋를 지나면서 우리들의 산행의 첫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말로만 듣던 백담사를 보니 그저 산자락에 붙은 수수하고 평범한 절인 것 같은데
괜시리 마음 쓰임은 그렇지가 않네 그려!!
백담사 경내를 둘러보고 계곡 쪽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잡는 글귀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내려 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지은이    고 은

무슨 꽃일까? 연꽃!!
아님 염화시중의 미소!!
나는 올라갈 때도 볼 것이고
내려 올 때도 볼 것이다.
설악 너의 속살을 나는 느끼고 볼 것이다.........

백담 계곡 초입부터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어대는 설악의 물줄기의 탱탱한 웃음소리에 등줄기 땀방울도 피부세포 속으로 숨어드는 듯하다.
백담 계곡 비취 물에 몸을 씻기운 돌 장군들이 이끼없는 하얀 몸들을 여기저기서 뽐내는 모습도 참으로 신선하다는 느낌이 든다.

백담 계곡으로 들어서면서 양쪽 벽들의 웅장함에 잠시 숙연해지는 것 같더니 울퉁불퉁한 적벽에 짙은 녹색의 생명들의 아우성이 마치 아이들이 부모에 재롱떠는 아기자기함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케 하기도 한다.

어느 정도의 산행에 어깨를 누르는 등짐의 무게를 느낄 때 쯤 윗 쪽 하늘에서 하얗게 쏟아지는 설악의 폭포가 가슴속의 땀 방울을 씻어가는 것이 힘겨운 등반에 행진곡 같이 나의 발걸음에 힘을 보탠다.

갖가지 폭포에 우리네 인간들이 나름대로 붙인 이름이 그럴 듯하다.
설악의 모습에 정신을 뺏기는 순간의 시간이기도 하다
도시생활을 서서히 벗어나고 시골의 맑은 공기를 만끽할 수 있다는 즐거움과 2일 동안 잠깐이나마  집을 떠나 지낸다는 아쉬움이 교차하면서 미묘한 감정이 감돌았다.

어느 정도 올라서니 죽순처럼 뾰족뾰족한 봉우리가 구름을 뚫고 솟아있는 모습이나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비취처럼 맑은 물이 골짜기마다 못을 이루고 폭포를 이룬 모습을 보며 오늘 하루가 있게 한 신에게 감사를  드리며 새로운 설악을 보려는 발걸음은 지칠 줄 모른다.

공룡의 이와 같이 생겼다는 용아장성을 우러러보며 우리 일행은 봉정암 깔딱고개에서 큰 숨 몰아치며
오늘의 목표인 소청을 향하고 있다. 이 힘든 과정에 우리 네 친구는 그래도 서로를 격려하며 자신에 맞는 페이스를 유지하며 큰 숨을 설악 등줄기에 쏟아 부으니 설악도 너그럽게 우리들의 우정 어린 숨결을 반겨주는 것 같다.

이 장엄한 성벽 같은 기암괴석은 그 풍채도 위엄이 있지만 하늘을 향에 치솟는 기상은 어느 산에서도 볼 수 없으리라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같은 암석이라도 그 형상이 갖가지로 나타나는 것이 암석들의 만물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목표 지점에 갈수록 등줄기에 흐르는 땀 방을 조차 녹색으로 변해 설악의 계곡의 비취색의 물줄기와 함께 설악을 물들이는 듯하다.
산행 내내 풍광에 빠져 들고 취하고, 서서히 정신이 혼미해지고 감각을 잃는다.

그러다 보니 어느 듯 소청 목표지점에 이르렀다.
소청 산장에 오르는 순간 나는 내 다리의 오금이 저리듯 가슴 속으로 파고드는 설악의 선물에 내 눈을 의심하였다.
맑은 하늘에 산 등성이를 휘감고 있는 산야의 운해 그 황홀한 모습에 내 넋을 잃고 말았다.  하얀 바다에 봉오리만 빠끔이 내민 설악의 운무 아! 내가 여기에 왜 왔는가를 이제야 알겠다!

설악 저 멀리서 흰구름 비상하더니
장엄한 공룡의 등줄기를 휘어감는다
사내 대장부 애간장 녹이 듯
선녀의 섬섬옥수 부드러운 애무가
설악을 잠재우려 한다.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아우성을
선녀의 흰 비상의 날개가
아이 달래 듯 설악의 기상을 잠재우는 듯하다.
아! 내 이 풍광을 신이 내린 자연의 선물이라 아니할 수 있는가.....

이 감동도 잠시 오늘 하루를 마감하는 어둠의 신은 결국 나의 아쉬움을 저버리고 황홀함의 절경을 나의 화폭에서 지워버리기 시작했다.....
우리 네 친구의 우정을 확인하듯 우리는 알코올의 유혹의 뿌리치지 못하고 설악 저 너머로 가는 하루를 술잔에 섞어 마감하였다.

새로운 하루를 열어가는 새벽의 신은 오늘도 어김없이 내 잠을 깨우고
어제의 알콜이 아직도 체내에 맴돌며 나의 육신을 괴롭히지만
그래도 정상은 가야 한다는 생각에 우리 모두는 주섬주섬 배낭을 챙기고 대청봉을 향했다.

그래도 설악은 자신의 모습을 모두 보여 주기가 싫었는지 아니면 다시 한번 만남을 고려 한 것인지 모르지만
산 정상을 뒤덮은 물안개와 세찬 바람은 어제와 달리 우리를 반기는 것 같지가 않네....

중청을 거쳐 회운각 양폭폭포 비선대로 향하는 하산 길은 그래도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되는 것 같다.
어제 무거운 짐 때문에 엄청 고생이 많았던 創巖은 어느 정도 몸이 풀렸는지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다.

어느 만큼 내려와 산 안개가 거치면서 설악의 萬物狀 천불동의 큰 모습에
나는 다시 한번 감탄사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내려오는 고통을 말끔이 씻어주는 저 풍광이야 말로 설악이 나에게 주는 크나큰 선물이라는 것을,,

짙푸른 녹음에 허여멀건 알몸을 내 놓고 있는 모습이 천개의 불상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金剛秀而不雄(금강수이불웅) / 智異雄而不秀(지리웅이불수) / 雪嶽秀而雄 (설악수이웅) 금강산은 수려하지만 웅장치 않고, 지리산은 웅장하나 수려치 않고, 설악산은 수려하고 웅장하다.
나는 이 표현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신이 빚어 논 자연을 신조차도 놀라고 신비롭게 본 것이 설악이라 하는데 이 말이 왜 나왔는지를 나는 내 눈과 마음으로 실감하고 있다.

하산 길에 여러 암봉들의 모습과 눈을 돌리며 보는 그곳이 바로 한 폭의 그림이라는 것이 나에게는 경이롭기까지 하였다.

여러 모습의 암봉과 폭포들의 환대어린 소리를 들으며, 계곡사이로 고속도로 마냥 놓인 계단을 지나 산속 여기저기 놓여있는 고사목 또한 설악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사진으로 남을 것이다.

비선대로 내려오며 맑은 햇살이 우리들 산행의 여정을 반겨주는 듯하다.
계곡 끝 무렵 어깨에 맨 수건을 틀어쥐니 짙은 녹색의 물줄기가 비선대 계곡의 물로 흘러든다.....

참으로 귀한 이틀이었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자연의 웅장함이 자연의 의연함이 우리네 삶과 같다면 무엇이 부러울까!
나는 나의 제자들의 가르킴에 무엇을 더 보태 가르켜야 하는 지를 설악으로부터 배우고 왔다......

2008년 8월 설악을 다녀 와서

우보


[이 게시물은 최관리자님에 의해 2010-03-31 20:51:17 감동글/좋은글에서 복사 됨]

Comments

최해원
지금이 새벽 세시 십분을 넘어서고 있는데 우보 자네와 나 단둘만이 불침번 서며 여길 지키고 있구먼 !!!
글 올리느라 그러하리라 생각하는데 감미로운 음악과 하찮은 돌맹이 하나, 풀 한포기조차 시인의 마음의 눈으로 대화하는 자네가 무척이도 부러우이 ~~~~~
더 건강하게 무사히 크나큰것을 가득담아 오심을 축하 드리네 !!! 
생각 같아선 자작품은 여기보다 자유계시판으로 올리는게 오래 볼수있어 좋다는 생각이 드오 !!
퍼온 감동의 글들로 인하여 깜쪽같이 밑으로 사라져 버리면 밤새워 글올린 수고가 너무도 아까워 그런다네 ~~~ 
현중재
최장군 그래도 자네는 사이버를 통한 친한 친구가 되가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부뜻하구만 언제 한번 소주한잔 먹세!! 
엄기준

우와 감동이다~~~

정재화
우보 !  다음 설악산행 기회있으면 체력단련하여  내설악의 절경이 이어지는 공룡능선과 용아장성(전문 가이드와 안전장비 휴대) 까지 한번 하시게.
오자진1D

우와 부럽다

현중재
언제 시간이 나시나 시간 나는날 전화 한번 주시게 벼르던 소주 어떤가!!
신언수
우보 현중재! 나는 자네를 본 기억이 없네만, 설악 기행문을 보니 자네는 멋진 시인의 마음을 가졌군. 2006년에 설악산 대청봉을 2번이나 등정했는데 자네의 글이 다시금 전율을 주니 나도 더불어 설악산을 다녀온 기분이네 그려... 나는 울산 군단에 더부살이 하는 신언수 안당이라고 하네. 우보! 좋은 글 감사합니다.
현중재

하찮은 글을 읽어주어 고맙네 처음으로 가 본 설악에 취해 내 그 잔영만 이라도 가슴에 묻어두기 위해 글을 써 본 것이지, 또한 그 감동을 동무들과 함께 해보려 써 보았네!! 좋게 봐준 동기들에게 감사하네. 앞으로도 이 사이버를 통해 종종 만나세........ㅎㅎㅎ

엄기준
우보 광주로 퍼가서 광주.전남식구들에게 보여야겠네~~~
우보 자기소개난에 기록을 자세히하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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