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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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현중재 7 74

내 생일 음력 12월 2일...

얼마 안 있으면 내 생일이 되네..... 또 한 살 먹나 보다.

생일을 잊고 산지도 얼마인지도 모른다.

10여전에 내 생일날 난 생일인지도 몰랐다.

아침에 미역국을 먹을 때 아! 오늘이 내 귀 빠진날인가 보네,

이정도 생각이었고 이내 금방 잊어먹곤 했다.

예전에 우리 동네에 '유로파'라는 이름의 작은 빵집이 있었다.

동네 어귀에 조그만 가게지만 파는 빵이 맛있고 종류도 다양하지만 좀 비싼편 이었습니다.

울듯이 흐린 날이었는데,

그 날 난 부엌 환풍기에 들어가는 퓨즈를 사기 위해 동네 전파상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전파상에서 살 물건이 없어 일 년 넘게 찾아오지 않았었는데,

내가 장소를 잘못 기억한 걸까요?

난 좀 멍청한 기분이 들어 그 자리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내 기억이 맞다면 분명히 이 장난감 같은 빵집 옆이었습니다.

'문을 닫았나보다.'

행여 다른 전파상이 있을까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데,

골목길 건너편에서 어린 계집아이 3명 살금살금 다가왔습니다.

갓 초등학생이 됐을까?

 

인형처럼 예쁜 아이들은 마치 하나인 것처럼 꼭 붙어서 걸어왔습니다.

세 아이는 빵집 창에 붙어섰습니다.

 

"자, 골라봐."

한 아이가 친구에게 속삭였습니다.

난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귀엽고 예쁜 계집아이들이기도 했지만,

차도 다니는 골목길에서 소리를 낮춰 속삭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난 아이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돌아보았습니다.

 

아이들이 붙어선 창에선 오른쪽으로 약간 비스듬히 생일 케이크를 전시해 놓은 진열장이 보였습니다.

"음~"

노란 스웨터를 입은 아이가 손가락을 입에 물고 망설였습니다. 

"저거."

고민을 하던 아이가 빵집 유리창을 손가락을 찍어 케이크를 골랐습니다.

그러자 두 아이가 주위 사람들은 들리지도 않게 작은 소리로 소곤소곤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습니다.

 

노래가 끝날 때까지 생일 케이크를 쳐다보던 노란 스웨터를 입은 아이가 눈을 감고

'호' 촛불을 끄듯 입김을 불었습니다.

 

빵집 유리창엔 하얀 동그라미가 그려졌습니다.

그리곤 세 아이는 같이 손뼉을 치고,

큰 죄라도 지은 듯 눈을 크게 떠 주위를 둘러보더니 왔던 길로 달아났습니다.

 

난 들킬까봐 가로수에 기대서서 반대편 길에서 어떤 가게를 찾는 척 두리번거렸습니다.

나를 지나쳐 달려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작아졌습니다.

난 몸을 돌려 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빵집 유리창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생일을 맞은 아이가 어떤 케이크를 골랐을까 궁금해했습니다.

왼쪽에서 세 번째, 눈처럼 하얀 바닐라 케이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입안에 침이 고이며 케이크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색과 모양도 아주 아주 맛있을 것처럼 나를 유혹했습니다.

아! 내 생일도 오늘 이었지...

아들만 두어서인지 생일날 케잌을 먹어 본지도 꽤 오래 돼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런데 갑자기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절대로 아이의 케이크에 손을 대서는, 내가 가져서는 안 될 것만 같았습니다.

난 아이들이 달아났던 빵집 유리창에서 돌아섰습니다.

그리고 생일을 맞은 노란 스웨터를 입은 아이를 위해,

두 친구들처럼 소곤소곤 속삭이듯 노래를 했습니다..... 그리고 나를 위해서......

  "Happy birthday to you.   Happy birthday to you.

   Happy birthday pretty little child and me.  Happy birthday to you."

 

  이제 이 추운 동장군이 물러가고 봄이 올 겁니다.

 

  아이가 입은 옷처럼 노란 봄이 아이처럼 예쁘게 올 겁니다.

 

 牛 步

 

 

[이 게시물은 최관리자님에 의해 2010-03-31 20:49:30 감동글/좋은글에서 복사 됨]

Comments

임우순
좋은 글과 음악 매우 고마워...1년내내 다 내 생일이지....
최해원
우보야 ~~~~~ 생일 축하한데이 !!!
자축하는 생일축하 노래는 요러케 불러야 한단다 ~~~~ 얼른 다시 불러바라 큰소리로 ~~~~

"Happy birthday to me ~~~  Happy birthday to me ~~~

  Happy birthday my birthday ~~~  Happy birthday to me ~~~~~"

그라고 지금 세대가 어떤 세댄데 아직도 음력을 쓰고있냐 ?? 엉터린줄 알잖아 !!
당장 양력으로 바꿔서 제날짜에 생일 찾아 묵또록 하거라 ~~~~~~
생일 축하한다 ~~~~~ 더 건강하게 매 ~~ 년 생일을 맞꺼라 !!!!
윤윤병
우보선생 글은 항상 구수하구만...ㅋ
엄기준
우보 생일 축하혀~~~
송재용
한 편의 동화와 좋은 노래 감사!.....이틀 후 생일 미리 축하!......
김형목
오늘이 우보 중재동기생  귀 빠진날이라구 !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하네 ㅎㅎㅎㅎㅎㅎ
좋은 우보의 글을 잘 보고 있다네 ?
항상 생일 같은 기분으로 생활하기 바라네 ㅋㅋㅋㅋㅋ
멀리 (군산에서) 축하, 또 축하합니다.
백장현
아이들의 생일과 작가의 생일이 오버랩 되면서
아름답고 정겨운 모습들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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