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패의 오솔길을 가다보면
이 숲길은 분명 사람의 자취련만 자연이 흔연스레 동거한다.
길 위에 풀이 나기도 하고 길가에 꽃이 고개를 내밀기도 한다.
비오는 날이면 두꺼비가 앉아있기도 하고,
맑은 날이면 흙으로 막 빚어놓은 듯 다람쥐 한 마리가
말간 눈으로 나를 바라보기도 한다.
길가의 나무들이 계절의 추이를 섬세하게 전한다.
봄이면 흰 꽃이 피었다가 가을이면 붉은 열매를 달고 있는 나무도 있고,
붉은 꽃이 검은 열매가 되는 나무도 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무에서 알 수 없는 꽃이 피었다가 알 수 없는 열매가 열리기도 한다.
분명히 꽃은 보지 못했는데 느닷없이 열매가 주렁주렁 맺혀 있는 나무도 있다.
숲길을 가노라면 어제는 없었는데 오늘 홀연히 피어있는 흰 버섯도 있다.
오래전에 뿌리내린 듯 의젓이 갓을 쓰고 시치미를 떼고 있지만
발길질 한 번에 저만치 나가떨어지기도 하고
내일이면 또 홀연히 사라지기도 한다.
그 오솔길에
올해의 낙엽이 지난해의 낙엽 위에 덮여 있다.
낙엽을 밟으면 쌓여있는 낙엽의 지층이 느껴진다.
부드러운 흙과 눈과 비가 느껴진다.
언젠가는 낙엽처럼 흙이 될 나도 낙엽 위에 내 무게와 내 자취를 더한다.
석양이다.
나무들이 모두 한 곳을 바라보며 긴 사유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편백 잎에 석양의 불이 붙는다.
청미래 덩굴의 붉은 열매에 석양의 불이 붙는다.
수북이 쌓인 솔가리에도 석양의 불이 붙는다.
그러나 황혼의 불은 아무도, 그 무엇도 태우지 못한다.
홀로 환하고 홀로 선연하다.
곧 어둠이 내리고 밤이 올 것이다.
요즈음 하루 사패의 오솔길을 걷는 것은 내 유일한 노래요, 내 유일한 춤이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하루가 끝나고, 내 일생도 끝날 것이다.
이 오솔길을 걸었다는 것을 추억할 수 있다면,
무슨 여한이 있으며 또 무슨 바램이 있을 것인가.
이 길은 나의 동반자가 될 것이다......‘
우보
사패산은 북한산의 일부로 의정부 시민들의 산책로나 마찬가지로
언제든지 갈 수 있으며 내 삶의 일부이기도 하지.......
우리 동기들이 한번 온다면 막걸리 한사발에 사패산의 정감을 나누어 줄 수 있다네...


쓰는데, 어찌 이리 마음에 금방 와 닿는 글을 이리도 자연스럽고 멋지게 표현 하는지 ..... 참 대단합니다. 누구처럼 알아 볼 수 없는 글을 고집스럽게 올리는 분도 계시더구만!
우보 즐감하고 물러 갑니다. 환절기 건강하시구려~!!!
오늘도 우보의 글을 읽으며 내 인생의 낙엽을 사유하게 되네요.
우보가 걷는 사패의 낙엽 처럼 ...
여름엔 그늘과 수량이 풍부해서 하루를 즐길수 있어서......
좋은글 감사......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인데...나는 그저 지나치는 상황을 이렇게 예쁜 글로 표현하다니...역쒸 우보의 글은 머쪄부러!!!! 일부러 계획세워서 가야 하는 사패산....항시 넘나들수 있다니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