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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 4 55

노전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국민장을 치르도록 하겠다고 한다. 국민장이라면, 한 국가가 죽음에 대해 해줄 수 있는 최상의 예우이다. 노전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국민장을 선사하는 것은 죽은 노전대통령에게는 영광이 되겠지만, 우리 사회 전체로 보아서는 지극한 치욕이요 과실이다.
 
도무지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짓을 우리 사회, 우리 국가가 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살자에 대해 이런 예우를 갖춘 경우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살자에 대해 인류의 대응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자살자가 아무리 막강한 지위를 지녔다 하더라도, 이에는 예외가 없다. 자살자는 인류의 가장 보편적인 욕망, 삶이라는 욕망의 배반자이기 때문이다. 삶을 배반한 자에 대한 인류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예우란, 최소의 예우이다.
 
동서고금의 어떤 현인, 어떤 위대한 종교도 자살을 긍정하지 않는다. 모든 위대한 현인, 위대한 종교의 궁극적 결론은 자살하지 마라 하는 것이다. 자살을 경계하고 터부시한 모든 위대한 종교는 그래서 이를 신의 정언명령으로 묶어둔다. 자살은 신의 정언명령을 어기는 것이며, 따라서 죄악이라 하는 것이다. 자살자는 반드시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게 이들의 결론이다.
 
유일하게 그 자살이 옹호되는 경우가 있긴 하다. 삶을 위해 봉헌하는 자살일 경우에는 그 자살이 긍정되고 옹호된다. 그 자살은 기본적으로 죽음에의 긍정이 아닌 삶의 긍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를 살신성인의 경우라 할 텐데, 그러나 이 경우에도 자살자가 지옥이나 연옥에 떨어지는 것을 면할 길은 없다. 구원이나 은혜의 문제는 차후의 문제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가 자살을 경계한 것은 인간이 살고자 하는 본능을 지니고 있지만 또 죽고자 하는 욕망도 지니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란 살고 싶어하지만, 또 죽고 싶어하기도 하는 것이다.
 
한 사회에 삶의 본능이 만연한다면 그 사회는 사랑이 넘치고 화합하며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다. 반면에 한 사회에 죽음에의 본능이 만연한다면, 그 사회는 파괴와 저주와 싸움이 만연하고 죽고자 하는 사람들로 끔찍한 사회가 되고 말 것이다. 인류는 일찌기 죽음에의 본능에 사로잡힌 사회가 어떠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살을 경계하고 터부시하고 신의 명령을 어긴 자로써 자살자를 경원시했던 것이었다.
 
노전대통령의 죽음의 형태는 자살이다. 
 
자살자에 대해 국민장이라는 국가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예우를 선사한다는 것은, 자살자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예우에 그쳐야 한다는 인류보편의 정서를 배반하는 일이다. 노전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자살자라 하더라도 그만한 예우는 해줘야 한다 하는지 모르지만,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이에 예외는 성립하지 않는다. 아니, 대통령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해서는 안된다. 일반사람들의 경우에 자살은 억울함에 대한 하소일 수 있지만, 대통령의 경우 억울함은 상정될 수 없는 범주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책임이 무겁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삶과 죽음의 문제인 한 대통령이나 일반사람이나 모두 한가지인 것이다.
 
우리 사회가 자살자에게 해서는 안될 예우를 치러준다면 이는 우리 사회에 몹시 잘못된 시그널을 보내는 일이다. 우리 사회는 '자살을 옹호하는 사회'라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며, 이는 우리 사회를 '자살을 옹호하는 사회'로 만드는 것이며, 우리 사회를 죽음의 본능이 지배하는 사회로 돌이키는 것이다. 죽음에의 본능이 지배하는 사회는 죽고자 하는 사회이며, 파괴와 저주와 싸움이 일상화된 사회이다. 죽고자 하는 자를 살릴 길이 없는 것처럼, 죽고자 하는 사회를 살릴 길도 없는 것이다.
 
노전대통령의 자살이 억울한 죽음인가. 그래서 그 억울한 원혼을 달랠 필요에서 국민장이라는 한판의 굿을 해줄 필요에서인가. 도대체 누가 노무현의 자살을 억울한 죽음이라 하는가. 일반사람들이 신의 정언명령을 어긴다면 측은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전직 대통령이 그러하다면 어떤 이유에서건 용서될 수 없는 일이다.
 
노전대통령의 자살에 국민장이라는 최고의 예우를 선사하는 것은 노전대통령의 자살을 살신성인의 경지로 승화하는 것이다. 노전대통령의 자살이 살신성인이면, 이명박대통령은 죄인이요 사악이다.
이명박대통령의 웰빙기질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르고 있다.
 
죽은 자는 죽은 자들로 하여금 장사지내게끔 하면 된다.
산 자가 왜 죽은 자들의 일에 매달리는가.
전직에 대한 예우도 좋지만, 자살자에 대한 인류보편의 정서는 더 중요하고 엄중하다는 사실을 우리 사회가 명심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퍼온글-


[이 게시물은 최관리자님에 의해 2010-03-31 20:50:05 감동글/좋은글에서 복사 됨]

Comments

엄기준
출처가 어딘고~~~
전병환
또다른 좋은의견이지만 지금은 추모중...ㅍㅎㅎ
최준영
노우 코멘트~~~
임우순
다 맞는 글이네....도대체 뭐가 정의이고..진실인지...가치관의 흐름에 따라 다 다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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