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에 봄의 색깔이......

감동글

대지에 봄의 색깔이......

현중재 7 66

파란 하늘에 솜뭉치처럼 피어오르는 뭉게구름,

메마른 대지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태양,

온 산을 뒤덮은 초록의 물결…. 개울물에 종이배라도 띄워보고 싶은 찬란한 봄이다.

그런데 올해의 봄은 봄답지가 않으니 지구의 기후가 변하는 것일까...

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4월이 되면 학창시절에 즐겨 부르던 노래,

박목월의 시(詩)에 김순애가 곡을 붙인 「4월의 노래」가 떠오른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

 

봄을 가장 먼저 가슴으로 느끼는 사람은 시인이 아닌가 싶다.

시인 치고 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웬만한 시집만 들춰봐도 봄을 노래한 시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는

사실이 이를 잘 증명해 주고 있다.

  

봄 중에는 4월을 노래한 시가 유난히 많다.

아마도 3월의 봄은 너무 감질나서 가슴에 잘 와 닿지가 않고,

더구나 올해는 더욱 그렇다.

5월의 봄은 너무 무르익어서 더러 짜증을 내게 하는데 비해

4월의 봄은 감질나지도 무르익지도 않아서

시심(詩心)을 잘 자극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여류시인 노천명에게도 「4월의 노래」라는 유명한 시가 있지만,

‘4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엘리어트(T.S.Eliot)의 시 「

황무지(The Waste Land)」이리라.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꽃을 피우며

추억과 욕망을 뒤섞이게 하고

봄비로 활기 없는 뿌리를 일깨운다

 

 겨울의 깊은 잠에서 깨어나 대지가 부활의 기지개를 켜는 봄,

나날이 변모해 가는 봄의 꿈틀거림이 시인의 눈에는 잔인하게,

또 추억과 욕망을 뒤섞이게 하는 것처럼 보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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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나라 영국의 봄은 하루 동안에

사계(四季)가 모두 나타나서 어지럽다고 하지 않는가.

변덕이 심하여 사람들을 골려대는 봄은

시인에게도 잔인한 계절로 각인된 모양이다.

 

 모든 것이 소생하는 봄, 그것은 때로 고통의 반복을 의미하기도 한다.

왜 봄은 한 시대를 부대끼다 사라진 것들을 새롭게 태어나게 하고,

그리고 또다시 죽게 만드는가.

어찌하여, 무슨 심술로, 조물주는 그렇게 생로병사를 거듭거듭 반복케 하는가.

  

봄이라는 말의 어원이 ‘보다’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說)이 있다.

봄은 새롭게 볼 것이 많은, 보는 계절이라는 의미이리라.

이 설에 따른다면 우리말의 봄은 다소 정적(靜的)이고 여성적인 어감을 갖는다.

봄바람, 봄비, 봄나들이, 봄나물, 봄처녀….

봄이 붙는 말에는 그윽한 향내와 함께 은근한 설렘이 내포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서양의 봄, 즉 Spring은 ‘솟아오르다’ ‘도약하다’는 뜻으로 활력, 도약, 탄력,

생기, 생동감 등 동적(動的)이고 남성적인 어감을 갖는다.

동(東)과 서(西)의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얼었던 대지가 부활의 기지개를 켜는 봄, 봄은 만물이 새롭게 생동하는 계절이다.

겨우내 죽은 듯이 숨을 죽이고 있던 땅에서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고 움츠렸던

나뭇가지에도 망울이 맺힌다.

언덕빼기에 거추장스럽게 걸려있던 나무넝쿨에서도 어김없이 노란 개나리가 피어나

고, 아파트 베란다의 버려 둔 화분에서도 거짓말처럼 싹이 돋는다.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다. 저 아무렇지도 않은 땅에서 저토록 아름다운 빛깔의

꽃들이 피어나는 것을 보면.

도대체 저 땅속에는 얼마나 많은 형형색색의 물감이 숨어있단 말인가.

  

봄에는 누구나 시인이 되는가 보다.

시인이 아니더라도 이름 없는 산골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진달래꽃 무리에서,

교외선 철길가의 노란 개나리에서, 열차 안 차창을 통해서 보이는 시골 아낙의

나물바구니에서 진한 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지 않은가.

  

또 양지쪽 담 벽에 서서 따스한 양광(陽光)을 받으며 신기루처럼 피어올랐다가

사라지는 어린 시절의 꿈,

이제는 기억 속에서만 살아있는 그 꿈을 더듬어 공상의 날개를 펼쳐보는 것도

봄이 가져다주는 감회요 낭만이 아니겠는가.

  

지나간 겨울이 아무리 혹독한 시련의 나날이었다 하더라도

봄의 따뜻한 입김은 그때의 아픈 상흔(傷痕)들을 아물게 하고

다시 희망과 갱생의 내일을 기대하게 해준다.

젊음을 되찾는 것을 회춘(回春)이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리라.

 牛 步

Comments

최준영
사월아 빨리 가거라~~
푸른 녹색의 오월이 기다려진다~~
정용상
잔인한 사월! 의미있는 4월이지요---
최해원
봄인지 가을인지 겨울인지 여름인지 감이 안잡힌다 !!
꽃이 피는것 보면 봄이고 ~~~~
초저녁 쌀쌀함을 느끼면 가을이 오는것 같구 ~~~~
썰렁한 이내마음을 뒤집어 볼라치면 꽁꽁 얼어붙은 겨울 같꾸 ~~~~
후다닥 거리다보면 등어리 흠뻑젖는걸 보면 여름이 온것 같기도허구 ~~~~
시인들의 눈에는 사계절 오계절이 있다더니 마음으로 느껴지는 계절이것찌 ~~~~
엄기준
새벽 3시반에 출발해서 낚시터에 도착해서 본꼐 아직 춥드라. 일교차가 심해서 입질도 없고 꽝치고 왔따. 물이 뜨뜻해야 낵기질이 잘된디~~~
임우순
봄은 서서히 가야되고...여름은 천천히 오거라...좋은 글 매우 고마워.....
백장현
요즘은 봄 가을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 같다.
봄을 노래한 노래나 시가 얼마나 많은가.
봄의 서정(抒情)을 잘 나타낸 좋은 글!

청춘(靑春)!
듣기만 하여도 가슴 설레인다는 젊음의 상징도 푸른 봄이다.ㅎㅎㅎ
최종왕
개나리 목련꽃 벗꽃을 보며 봄을 맞는 계절의 반복이 매년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가?
St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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