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어물전
더위가 한창 무르익어가는 8월 첫날 하늘은 쾌청하다...
그래도 변함없는 하루가 올 뿐이다.
권태로울 수 있는 여름날 전화통이 몸을 떤다 수화기를 귀에 갖다대어보니 사장의 목소리
날씨도 덥고 마땅한 일이 지지부진 하니 이번 주는 휴가 겸 쉬는 걸로 하자는 목소리에
그게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리에 힘이 빠진다...
일주일 쉬는 동안 무엇을 할까!
산엘가야지... 아니면 영화 한 프로 볼까나...
그냥 무작정 차를 몰고 거리로 나가 볼까나..
그런데 이번 달 지출해야할 돈이 얼마지!
이 생각에 모든 걸 접고 가장 경비가 안 들고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게
무엇일 가를 생각하며
새빨간 태양을 쳐다보니 그 놈이 나를 비웃는 듯하네....
젊었을 때 우리들은 폭풍우 속을 우산도 없이 걸었다.
이유 없는 반항과 까닭 없는 울분과 그리고 폭음과 폭언.....
젊은 혈기마저 식어버린 지금, 필요한 것은 따뜻한 온기와 약간의 생동감이라고나 할까.
나는 외롭고 쓸쓸할 때면 아내를 따라 장보러 가기를 가끔씩 한다.
시장의 물건들은 임자가 따로 없는 듯하다.
먼저 선택하는 사람이 임자요, 사가는 사람이 임자다.
왁자지껄 하는 시장만이 갖고 있는 오케스트라는 나에게는 생동감으로 들려온다.
장사꾼들이 외쳐대는 떠들썩한 소음과 북적거리는 인파의 혼란 속에서
나의 가슴은 가벼운 흥분마저 느낀다.
그런 감정은 어물전 앞에서 절정에 이른다.
비릿한 내음에 무언가 펄떡이는 생동감은 마치 바다가 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생선은 도마 위에서 바닷물을 차오른 기세로 헐떡거리고 비늘을 튀기며 아가미를 벌름거린다.
빨래판만큼 커다란 광어, 상자보다 배는 됨직한 민어, 속살이 빨간 연어.. 이런 생물들이
펄떡거리는 모습은 내 가슴도 뛰게 한다.
“자 싱싱한 명태가 삼천원이요.. 삼천원!“
생선장수의 갈고리에 꿰어 들린 고기들. 그 고기들의 허공을 차는 꼬리에는 아직도 푸른 바다의 한자락이 잠겨 있다.
파도에 밀려오던 바닷가의 비릿한 싱그러운 냄새.
수평선 너머로 잠기는 흰 돛대의 흔들림이 가뭇없이 눈에 잡힌다.
붉게 물든 커다란 함지박 속에서는 미꾸라지들이 기름진 배를 들어낸 채 자맥질을 하며 아우성을 치고,
게란 놈은 허옇게 거품을 문다. 이놈들은 마치 온 세상을 숫제 바다로 만들 작정인가 보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위장술이다.
틈만 나면 녀석은 두 눈을 잠망경처럼 빼어 들고 슬금슬금 게걸음을 친다.
도망갈 구멍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상자의 경계선을 벗어나자마자 주인의 잽싼 손에 잡혀서 도로 상자 속으로 처박히고 만다.
장난을 치다 꾸중을 들은 아이같이 더없이 부끄러운 표정으로 죽은 듯이 웅크리고 있다.
그런데 얼마 후 다시 비눗방울을 만들어 가지고 논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넓적한 몸을 바닥에 깔고 숨을 죽인 채 엎드려 그 모든 것을 곁눈질하던 넙치는
옆에 있는 도다리와 가자미에게 말을 건넨다.
“뭐랬어, 내가 별수 없댔잖았어,”
도다리와 가자미는 입을 삐쭉이 내민다.
종이 상자 속에서는 정렬된 얼룩 새우들이 새우잠을 잔다.
그 모습은 마치 사방 연속무늬를 연상시킨다.
그들은 늙기도 전에 모두 등부터 굽었다.
바닷속에도 가난과 과로와 좌절의 삶이 있단 말인가!
단단한 껍데기를 가졌지만 그럴수록 속살은 더없이 연한 조개들 대합, 가리비, 비단조개, 모시조개 바지락 조개.....
그 가운데 어떤 놈은 술에 곯아떨어진 어부처럼 입을 헤벌린 채 혀를 내밀고 코를 골고 있다.
그 코고는 소리는 항구의 소리를 담아내고 있다.
소라는 금욕주의 철학자 디오게네스.
그의 이동식 주택 속에서 사유의 나선형 계단을 따라 안으로 안으로 침참하고,
그러다 때로는 바깥 세계를 향해 “뚜우~”하고 나팔을 분다.
장 콕토의 소라들이 일제히 합창을 한다.
“그리운 바다의 물결 소리여.”
파도 무늬를 닮은 고등어의 등줄기를 넘어 배는 미끄러지고, 땀으로 번들거리는 구리빛 팔뚝을
한 어부들이 부둣가 선술집에서 막소주를 들이켠다. “위하여!” “위하여!” 잔과 잔이 부딪치는 소리.
기름이 번들거리는 항구의 선착장에서 과음한 어부들이 토해내는 오물이 흐른다.
멀리 항구를 떠나는 연락선에서 뱃고동 소리가 들린다. 나도 한때는 저 소리와 같이 푸른 바다로
나가고픈 욕망이 있었는데... 하지만 나는 그 꿈을 다 포기한 것은 아니다.
넘실대는 푸르름의 바다는 아직 거기 그렇게 누워서 나에게 손짓하고 있다.
이런 때 속으로 존 메이스필드의 시를 중얼거려보기도 한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바다로 가야겠구나.
그 호젓한 바다와 하늘로 가야겠구나.
높다란 배 한 척과 지향할 별 하나와,
그리고 노래하는 바람, 흔들리는 흰 돛.
그것만 있으면 나는 그만이어라.
내가 이렇게 혼자 도취되어 있는 동안 아내는 몇 장의 낡은 지폐로 살아 있는 바다를 사서 담는다.
아내의 흰 손가락에 감겨오는 싱싱한 바다.
도미란 놈은 아직도 도마 위에서 헐떡거리고, 게는 신나게 거품집을 일구어 낸다.
참으로 헐 값이다!
아내의 장바구니는 갑자기 싱싱한 생활로 활기가 넘쳐흐른다.
돌아오는 발걸음 푸른 바다가 기웃거리며 길동무를 하자며 넘실댄다.
뜨거운 일요일 그늘을 찾아 헤매는 것도 좋지만 아내를 따라 시장에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돌아 올 때 어깨로 전해져오는 바구니의 무게에서 느끼는 생활의 중량감을 실감한다.
그 중량감이 나의 의욕을 곧추 세우는며 회복시킨다.
牛步


우보의 글이 동영상으로 우리네 삶이되여 생생하게 전해 지누만
아름다운 인생의 한 부분일쎄~
우보야 언제 얼굴한번 보자~~~
고향에서는 일주일에 한번썩 장을보니 같이 다닐수밖에 양도 많고 ~~ㅋㅋㅋ
좀더 자주 많이 만나자 그래야 대통령 휴가때 하루정도 동행하지 않겠나 ~~??ㅎㅎ
보게 되는구나...좋은 글, 음악 매우 감사합니다....
우와~ 대~단하다.. 牛步 선생..
수필가로 등단 하셔도 되겠어요..
중재 여전히 글을 쓰고 있구만 ?
싱싱한 생선을 보면 파르르 떠는 횟감이 생각나는구만 !
여름 패류는 먹지 말게 들 - 몸에 안 좋아(특히 간이 안 좋은사람)
여름철에는 어,패류는 푺 삼아서 먹게나,
무더위와 장마가 교차하는 시기 - 계곡피서들 조심합시다.
나의 즐거움을 앞세워 남의 흥을 망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