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것 (연재 4회)

감동글

내가 사랑하는 것 (연재 4회)

현중재 4 47
“양평입니다. 내리실 분들 짐 잊지말고 가져가십시요.”
운전사의 외침에 달수는 눈이 번쩍 뜨였다.
그리고 후다닥 버스에서 내려 어디에  택시가 있는지 살피었다. 

기사식당앞에서  택시를 세우고 나와 담배를 피우고 있는 기사 한 명이 달수에게 포착되었다.

“아저씨 강남 터미널 갑시다.”

“ 예? 강남터미날예”

“ 급한 일입니다. 부탁드립니다.”

십만원은 받아야 되겠다는 택시 기사의 말에 달수는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킨다.

“ 하모… 대한민국 육군장교가 약속은 지키갔제. 자 가입시더. ”

달수는 등받이에 등을 대지고 못하고  안절부절 하며 앞좌석의 시트를 잡고 전방을 주시했다.
그러나 먼저 떠난 속초발 강남 터미널행 버스는 끝내 보이지 않았다.

“아저씨 죄송합니다. 이 반지하고…  그리고 이것은 제 전화번호입니다.”
달수는 멍하니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운전사의 손바닥위에 임관 반지와 메모 쪽지 하나를 건네고
사력을 다해 달려 강남 터미널 대합실로 뛰어들었다.

숨을 헐떡거리며 매표소에 달려간 달수는 판매원이 손가락을 가르킨 방향을 향해 또 뛰기 시작한다.
속초발 버스가 이미 한 대 들어서 있었고 승객들은 모두 내린 상태였다.
달수는 무릎에 손을 얹고 허리를 반쯤 숙여 헉 헉 거리며 숨을 고르다, 
스넥 코너에서 앉아있다 일어서
터니널 대합실 문을  빠져나가는 그녀를 보았다.

“저 아가씨! 아가씨!”
달수가 소리쳤지만  대합실의 안내방송등에 파묻힌 달수의 음성은 그녀에게 전달되지 않았는지 그녀는 문을 밀고 나간다. 
그런데 그녀가 다시 들어와 자신이 앉았던 스넥 코너와 대합실 안을 두리번 거린다.

“ 저… 저… 잠깐만요”

달수는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를 끄집어 내어 그녀를 세운다. 
그녀가 한 두 걸음 대합실 안으로 들어와 멈춘 뒤 달수를 본다. 
달수는 그녀가 자신을 알아차린 것을 확인하자 다리에 힘이 풀려 무픞을 꿇고 고개조차 들 힘이 없을 정도로 탈진하여 왼팔은 바닥을 짚고 오른팔을  그녀를 향해 휘저었다. 
잠시후 달수의 눈앞에 그녀의  검정색 긴 부츠가 들어왔다.

고래를 숙여 달수임을 확인한 그녀는 일어서면서 긴 머리를 쓸어넘기며 어이없다는 허탈한 미소를 짓는다. 

“저를 쫓아 오신거예요…아니 왜요?”
다시 스넥코너에 마주앉은 달수에게 그녀가 물었다.

“모 모르겠어요. 그냥 저… 인천에 내려갈 차비가 없어서…돈 좀 빌리려고…”

“ 정말 특이하신 분이군요 중위님, 저 못 만났으면 집에 가지도 못했겠네요 내 참…”
그녀는 달수의 임기응변에 할 말을 잃었다며 얼마나 빌려드리면 되냐고 했다.

“그..그러니까 돈도 빌려주고… 갚아야 되니까… 전화번호도 주셔야 되요. 
물론 이름도 알아야 되고요. 제 이름은 여기 있죠 군복에… 김… 달… 수 ”

“김달수 중위님, 갚을 필요없구요, 그러니까 제 이름도, 전화번호도 알려드릴 필요가 없네요. 
자, 만원이면 인천까지 충분할 것 같은데…”

“무슨 동에 사는지만이라도 알면 알될까요.”

“그건 또 왜요?”

“이후에 다시 못 만나도 그 동네 근처를 지나가면 아가씨 생각이라도 하려고요, 혹시 알아요? 
그 동네 기웃거리다 보면  또 만날지.  그… 그러니까  뭐라도 인연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 인연의 끈요?  글쎄…. 저는 관심없구요, 저도 지금 인천가야 되요, 가면서 얘기하죠”

“예? ”
달수는 하늘을 날듯이 기뻣다. 
터미널을 빠져나와  지하도로 내려가  맞은 편 인천행 완행버스들이 정차하는 정류장 매표소로 둘은 말없이 걸었다.

“주안역 하고요…  잠깐요 중위님은?”
“저도 같은 곳이요”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꺄우뚱 하며 매표소에서 주안역행 표 2장 을  건네 받는다.

“아까도 내가 시킨 카프치노 그대로 따라 주문하더니 중위님은 남들 것 무조건 따라 하나요?” 

“………………..”

그녀가 차창가 앉아 머리를 뒤로 잡아 묶으면서 달수를 힐끗 쳐다보며 묻는다.
찬바람에 충혈된 그녀의 하얀 뺨과 긴 목이 달수의 눈에 들어온다.

“제가 누군지 알고나  저를 따라 오신건가요.  전 이미 결혼했어요. 
그래서 강릉에 있는 시댁에 머물다 속초에서 일보고 가는 길이거든요”

달수는 갑자기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이었다. 할 말을 잃었지만 무슨 말이라도 해야될 것 같았다.
“차비를 빌리려고 따라왔다니까요. 그…그리고는 아무런 뜻도… 없어요”

“ 차비를 빌리려고 따라온게 아니라 뭔가에 목숨을 건 사람 같은데요?......”

("눈치는 빠르다, 그럼 애인해주면 돼지 씨~")

잠시 정막이 흘렀다.  달수는 이 버스가 주안역에 들어서면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시속 70km 로 달리는 무심한 버스를 원망하며 무슨 말을 해서라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그녀의 마음을 열려고 
무진 애를 태웠다.

“하하하 하하하 ”
생긴것과 달리 그녀의통쾌한 웃음에 옆 좌석 청년이 물끄러미 달수와 그녀를 번갈아 쳐다본다.
“그러니까 택시를 타고 쫓아 온 거예요?  대단하시다. 중위님”

달수는 오늘 따라 교통체증없이 시원스레 달리는 완행버스가 야속하기만 하다. 
그렇지만 그녀의 머리결에서 품어나오는 라일락꽃 향내음을 다시 맡는 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김달수 중위님 정말 재미있네요. 그렇게만 하세요 무슨 일이든 크게 성공할 거예요.”
주안역에 버스가 도착하자 ‘전화번호가 아니면, 이름이라도 그것도 아니면, 다시 한 번만 만날 수 있겠냐’고
통사정하는 달수를 그녀는 매몰차게 돌아서며 택시승강장으로 향한다.

“저기요… 여기서 우리집까지 멀어요, 택시비 좀….”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양팔을 벌려 어깨을 들어올리는 그녀에게 달수는 달려갔다.
그리고  만원짜리 한 장을 두손으로 받아 꾸벅 인사를 하고  일부러 다시는 살아서 만날 수  없을 것같은
슬픈 표정을 지으며  뒷 걸음쳤다. 

장교의 품위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동정을 바라기에는 그녀의 의지는 확고해 보였다.

달수는  다시 그녀가  돌아서 걷는 것을 보고  재빨리 포장마차 뒤에 몸을 숨겼다. 
그녀가 몇 걸음을 옮긴 후 뒤를 돌아보고  달수가 보이지 앉자  빠르게 걸음을 재촉했다.

“아저씨 저─기  아가씨가 잡을  택시를 미행해 주세요, 내가  따따블로 드릴게요.”
포장마차  옆에 차를 세우고 우동  한그릇으로 끼니를 떼우는 택시 기사가  위험하다고 거절라는 것을 
달수는 통사정한다. 

“어???”
그녀가 택시 승합장이 아닌 주안역 역사 층계를 밟고 올라가는 것을 본 달수는 그녀를 향해 또 달린다.
달수는  기둥에 몸을 숨기고 그녀가 표를 사서 전철이 들어서는 층계 밑으로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역무원에게 ‘방금 아가씨가  끊은 표를 달라’고  한다.

(“하인천역? )

Comments

이계인
내가 다시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다...머리는 허옇지만...입가에 연한 미소가...
임우순
달수가 바쁘구나...좋은 글 감사합니다...
최해원
소설인겨 회고록잉겨 ????  재밌따 ~~~~~~~~~~~
오자진
소설이 자꾸 연재숫자가 올라 갈수록 하나 둘 실토하기 시작하네
계인이 입에서 가는 신음 소리가들렸어
St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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