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택영 에세이 vs 이영해 시론을 보면서

감동글

정택영 에세이 vs 이영해 시론을 보면서

저는 미술에는 무외한인데도 나이가 드니 그림은 곧 세상이야기요,
시대의 거울이요, 작가의 세계관이요, 감성과 지성이라는 걸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모르던 세계를 알아가다 보니 즐거움이 대단합니다.
그래서 얼마전엔 덕수궁 미술관엘 친구와 함께가서 난해한 '피카소와 모던아트전'을 보고 왔습니다만 우리 동기들의 작품들이 결코 피카소와 비하여 조금도 손색이 없는 걸작들이라는 걸 세삼 깨닫고 있습니다. ^^
그리고 조선대 15기 박수룡 화백의 작품도 기회가 주어지면 소개해 볼까 합니다.
또 이번 기회에 샤갈전도 꼭 가볼 요량입니다만 ...

오늘 아침에 페이스북에서 제게 보내진 동기 글 중에서 유독 두 글이 눈에 띄더군요.
그 하나는 요즈음 제가 페이스북에서 만나 절친으로 푹 빠져서 사는 홍익대 15기 정택영 동기의 글 인데 얼마 전에 자유게시판에 소개한 적이 있지만 정 화백의 예술 세계는 같은 시대를 사는 저에게도 늘 공감하는 바가 크고 울림 또한 넓고 큽니다. 또한
초기화면에 동기관련기사에도 오늘 링크 시켰습니다만 한양대 교수로 재직 중인 이영해 동기가 경기일보 시론에 올린 "프로보노와 사회통합"이란 글도 울림이 적지 않습니다.
택영과 영해, 이 둘이 서 있는 공간이 다르고 쳐다보는 포커스, 장르는 다르지만 지향하는 곳은 너무 유사하여 동기들께 이 분들의 글을 감히 아래에 소개하여 봅니다.
   
   
파리스케치-26회 -
월간에세이 2011년 2월호 정택영(홍익대15기, 홍익대 교수, 현재 파리에서 활동중)


제목 : 소음을 삼킨 밀레의 바르비죵 평원
<Keeping back the noise from messed downtown- Froncois Millet's Barbizon>

...해가 바뀌고 맞이한 새해지만 파리의 정경은 그다지 변한 것이 없어 보입니다.
솟아오르는 아침 햇살을 되쏘며 산산이 부서져 내리는 오페라 하우스 지붕 위의 거대한 황금 조각상 아래로 끊임없이 파리사람들과 이방인들의 물결은 넘실댑니다.

세계 어디나 그러하듯, 대도시의 모습은 늘상 번잡하고 사람들로 북적이며 자동차들의 경적소리와 비상구급차의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귓전을 때립니다. 금물결같은 노란 머리를 휘날리며 미끄러지듯 자전거 페달을 밟고 지나가는 파리지앵 뒤켠으로 꼬리를 물고 차들이 질주를 합니다. 이렇듯, 도시의 얼굴이란 부산하고 비릿한 어물전처럼 형형색색의 사람들과 소음으로 범벅이 되어 번화함과 화려함, 그 뒤로 감춰진 채 밀려오는 나른한 공허함을 함께 느끼게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파리 중심부를 빠져 나와 소음으로부터 일탈해 A6 고속도로를 탔습니다. 남쪽으로 80여 킬로를 내려가면 서서히 수평선 위에 누운 평원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나지막하게 지어진 프랑스 전형의 메종들이 듬성듬성 이어진 동네와 마주치게 됩니다.
파리에서의 소음과 질주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든 그런 고즈넉한 곳으로 들어섰습니다.
눈앞엔 드넓은 바르비죵 마을이 거대한 병풍처럼 펼쳐졌습니다. 대지의 색, 드넓은 대지의 짙은 황토색이 수평선을 그은 것처럼 평화롭게 채색되어 있었습니다.

대지는 말이 없었고 다만 그곳에서 지난 가을 농작물을 거두어간 흔적이 오롯하게 남아 있을 뿐이었습니다. 대지는 거짓이 없습니다. 변덕이나 셈은 물론, 눈치나 동요가 없는, 부드러운 어머니의 가슴 품처럼 편안한 모습으로 그렇게 누워있을 뿐이었습니다.

백 오십여 년 전 바로 이곳에서 밀레는 아득한 지평선을 뒤로 하고 이삭을 줍던 농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그곳이었습니다. 그리고 황혼으로 물든 짙은 황갈색 하늘과 이제 막 어둠이 내려앉을 것만 같은 늦은 오후, 그윽이 울려 퍼지는 교회당의 만종소리를 들으며 하루의 감사를 드리는 두 부부의 모습이 저켠에 있을 것만 같은 전원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밀레가 보고 색으로 덧칠했던 바로 이곳에서 노동과 삶의 경건한 목가적 노래가 울려 퍼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는 이곳에서 대지를 사랑하고 평온함 속에서 인생의 깊이를 느꼈을 것이며 평화를 한껏 향유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밀레가 처음부터 이러한 고요와 평화를 누린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파리 도심 속에서 살던 그가 궁핍의 삶과 첫 아내와의 사별을 통해 인생의 고뇌와 비애를 느낀 나머지 비통한 세월의 주름을 접고 바르비죵으로 내려와 본격적인 붓질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 당시 경제적으로는 산업혁명, 사회적으로는 시민혁명 그리고 종교적으로는 종교개혁으로 변화무쌍한 시기에 밀레는 인간의 삶을 객관적으로 반영하려는 그의 의도가 이곳에서 가감 없이 펼쳐졌습니다.

어쩌면 밀레의 눈 속에서 당대의 상류사회를 이룬 부르주아의 삶을 비판하고 춥고 배고픈 이들에 대한 휴머니즘을 통해 삶의 진정성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소리 없이 웅변을 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삭이란 본디 방랑과 추위와 주림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알곡을 대충 남겨놓은 것들이기에 이삭을 줍는 모습은 가난과 비루함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저 가슴 밑바닥에 드리운 아름다움 그 자체일 것입니다.

황혼 빛으로 물들어가는 바르비죵의 텅 빈 평원에서 밀레가 덧칠한 살아있는 색을 발견하게 됩니다. 참으로 살아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며 삶은 화려하고 번화한 것이 아니라 조용하며 그 속에 함께하는 공존의 미학이 깃들어 있을 때 더욱 고매한 것임을 이 광활한 대지 위에서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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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해 ㈔21세기분당포럼 이사장·한양대 교수

제목 : 프로보노와 사회통합

일본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마쓰시다 고노스케는 경영이란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라 사람들의 행복에 기여하는 가치 있는 일이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빌 게이츠가 말한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능력이 있는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시장경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 태어난 자본주의를 의미한다.

러시아의 대문호이자 부자였던 톨스토이는 평소에 사회봉사를 많이 한 덕분에 러시아 혁명 때도 해를 당하지 않았으며, 수백 년 동안 주위에 좋은 일을 많이 베풀었던 경주의 최부잣집은 동학혁명 당시 농민들이 건드리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고 한다.

부가 증가할수록 가난하고 도태되는 사람은 더욱 늘어나 양극화가 심해지는 자본주의 현실에서 나눔과 기부의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

돈이 아닌 ‘지식과 재능’ 나눔

이 시대의 공공선 창출에 나눔만큼 울림이 큰 것도 없어 보이며 나눔에는 좌우 이념이 따로 없다. 그동안 기부라는 것은 금전적, 물질적 지원이라는 의미가 강했다. 그러나 최근 ‘나만이 갖고 있는 기술과 능력’을 나누는 ‘프로보노(Pro Bono, 재능기부)’가 회자되고 있다. 금전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물에서 물고기를 잡아주는 방식이라면 프로보노는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로마 시대 지도층의 공익을 위한 헌신과 기부를 강조하기 위해 쓰인 프로보노는 서구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들에게 무보수로 전문 지식과 기술을 제공하는 관습으로 뿌리를 내렸다. 개인에서 시작된 재능 기부는 기관으로 발전했고, 다시 대기업에서 중소벤처기업으로, 학교와 연구소로 확대되며, 사회 공헌 활동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프로보노는 법무·의료·교육·경영·노무·세무·전문기술·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전문지식과 기술을 이용해 벌이는 봉사활동을 아우르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유명인이나 대기업, 전문직 종사자에서부터 평범한 일반인까지 범위가 넓으며 전문 기술이 아니더라도 취미나 동아리 활동 등으로 누구나 기부를 할 수 있다.

프로보노 참여자들은 자기 분야의 경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며 재능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점에 그 의미가 있고, 도움을 받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맞춤식’ 도움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다. 프로보노와 자원봉사가 다른 점은 개인 능력의 차이를 더욱 존중하는 데 있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경제적,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의 어려운 운영에 자신의 재능이나 전문지식으로 도움을 주는 프로보노 활동은 서로 다른 계층들을 연결하고 사회 변혁을 유도하는 창조적 집단지성 활동으로 평가되기에 충분하다.

‘물고기 잡는 법’ 전수로 사회 변혁

활발한 프로보노 활동의 정착을 위해서는 프로보노들이 자신이 속한 조직 내에서 격려받고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문화의 정착과 어려운 개인이나 사회적 기업이 필요한 프로보노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체계적인 매칭 시스템의 개발이 필요하다.

‘공감의 시대’ 저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공감이란 다른 사람이 겪는 고통의 정서적 상태로 들어가 이를 자신의 고통인 것처럼 느끼는 포용을 뜻한다’고 말했다. 공감이야말로 인간 본성의 일차적 특성이며 이러한 공감이 인류를 진화시켜 왔으며 현대사회의 많은 문제들도 공감의 문화를 바탕으로 해결할 수 있다.

공동체 자유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공감의 능력을 가지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를 위해 행동하는 리더가 진짜 리더이다. 진정한 ‘사회 통합’은 빈 자와 소통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는 활발한 프로보노 활동을 통해 가능할 수 있다.

Comments

정용상
지성인들의 담론일세. 참 깊은 의미를 담고 있어요
임우순
아주 막강안 인재들이군요...좋은 정보 대단히 감사합니다.....
김일현
영해동기의 글은 많이 접하여 보았는데, 정택영동기는 화가의 화폭의 장르도 확실한 것 같은데 글도 일품이네. 한귀절 한귀절 글이 아니라 작가의 품성과 지식이 배어나오는 것같네, 작업의 능력과 지식의 능력이 함게하는 미술가로 표현 하여도... <정택영동기가 건방지다고 하지는 않겠지> 정말 인재가 있는 줄 몰랐네 너무 멋진동기이다. 작품과 글을 통하여 자주 보기를 부탁드립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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