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패의 봄

감동글

사패의 봄

현중재 6 30
오늘 모처럼 시간이 나서 아침 일찍 서둘러 사패로 달려 갔습니다.
오랫만에 오르는 산행이라 사패를 대하는 마음이 울 어망 품 같이 아늑하더군요!
해마다 오는 자연의 순환일지라도 이 순환은 나에게는 항상 새롭다.
 
 어느덧 그 길게만 느껴지던 겨울이 물러가고 봄의 문턱에 들어섰습니다.
 길가에는진달래, 개나리꽃을 피우며 봄을 알리나 계절의 느낌은 정작 모든 것이 정지한 것 마냥 나른하고
 그리고 온몸의 힘을 앗아가는 듯한 그런 느낌을 줍니다.

 그러나 실개천에는 파란 싹들이 요란스럽게 수다떨듯 솟아 오르고  동네 어느집 담장에 흰 목련 나무에서도 처녀의 하얀 속살만큼이나
 부끄러운 모습을 가득 머금은 채 이제 막 꽃망울 틔우고 이곳 저 곳 양지바른 언덕에는
 벌써 냉이랑 쑥이랑 햇나물이 돋는지 나물 바구니를 든 아낙네들의 분주한 손길이 바쁘게 움직이네요.

 사패산은 의정부 시청을 끼고서 두시간 남짓 올라가면 북으로는 멀리 소요산을 바라보며 양주와 동두천를 아우르고
 서로는 송추를 아우르며 남으로는 수도 서울을 동으로 남양주를 아우르는
 사패산의 정상으로 정확히는 모르나 해발 약 6백 미터 정도의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있는 산이나
 그 산의 모양세가 너무나 좋아서 등반을 하기가 아주 안성 맞춤일 뿐만 아니라 등반을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군데군데 있는 휴식 장소에서는 수도 서울 근교 그리고 송추, 의정부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모태같이 편안한 산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산세가 산책로가 있는가 하면 깎아 지른 듯한 딸깍 고개도 있으며 일반적인 산의 경우 오르막의 연속이 보통인데
 이 곳은 오르막이 있는가 하면 어느새 내리막이 있고 내리막이 계속되는가 싶으면 낙엽이 수북히 쌓여서
 마치 카팻트처럼 깔린 평지의 산책로가 나오는 것이 마치 적당히 살이 오른 여체와 같이 변화가 무궁무진 합니다.
 저기 소백산이 거대한 서양의 풍만한 여체라면 어쩌면 사패산 이야 말로 동양의 조그만 하고
 아담한 그런 여자와 같아서 더욱 더 정감이 갑니다.

 봄이라고는 하지만 이른 4월 아직은 겉보기에는 밤나무 참나무 오소리 나무 굴피 나무 그리도 물푸레 나무 등
 모두가 낮잠을 즐기는 듯 움직임이 없으나 속으로는 무던히도 봄 맞이에 바쁠 지금 이른 아침 사패산 정상에는
 아직도 한 겨울 삭풍에 뼈를 시리게 하는 매서운 추위의 잔영이 그대로 남아 있는지
 피부를 스치는 봄 바람이 냉기는 없다고는 하나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바람은 차다고도 할 수 없고 덥다고도 할 수 없는 봄 바람만이 가져다 주는 맑음과 상쾌함을 가득 실은 채
 나의 가슴을 파고 듭니다.
 
 그 바람은 지금 천지가 봄 맞이 준비에 천둥 치듯이 요란한 소식을 전하기도 합니다.
 여기 저기에서 들리는 파란 싹들의 아우성이야 말로 환희의 아우성이며 희망의 교향곡이며
 내일의 노래이기에 이른 봄 미처 새순이 세상을 향해 모습을 나타내기 전 요란한 수액의 고동을 듣는
 이 순간의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일지 모르겠습니다.
 만삭이 된 아기 엄마의 모습이 성스럽고 가장 자애스럽 듯이 말입니다.
 
 언제부터 인가 산이 좋아 산을 다니고 그리고 주위의 여러 친지에게도 산을 권하였습니다.
 자주 오르시라고 그러면 모든 것이 좋아 질 것 이라고 말입니다.
 산은 누가 오더라도 아무 말 없이 받아 들입니다.
 산은 누가 떠나더라도 아무 말 없이 받아 들입니다.
 산 속에서는 이런 나무도 저런 나무도 덩굴 식물도 일년초도 그리고 잡초에 이르기 까지 모두가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면서
 싸우지 않고 서로 조화롭게 살아 갑니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들은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지혜를 쌓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고
 유년 시절의 저에게 있어서 내 주위 산의 의미는 산 그 자체 보다는 놀이터 였으며,
 때로는 먹거리를 찿아 헤메는 대상이 였었지요.
 그래서 봄이 오면 잔대나 더덕 그리고 칡 뿌리를 찿아서 산을 헤메었으며
 여름이 오면 다래와 머루 그리고 깊은 산 계곡에서 지천으로 자라는 각종의 산천어와 가제를 잡으러 산을 올랐으며
 겨울이 되면 산 토끼 등을 잡으러 하얀 눈 덥힌 산야를 추운지도 모르고 진 종일 헤메기도 하였습니다.
 
 나무가 없어 벌건 민둥산에 살아날지 아니면 죽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묘목을 아이들과 함께 어지간히도 많이 심었습니다.
 비단 식목일이 아니라도 말입니다. 또한 여름이면 나무젓가락에 빈깡통 들고 송충이 잡던 그 산이었습니다.
 아카시아 나무의 씨앗을 모으기 위하여, 진달래나 철쭉 꽃을 누구에게인가 예쁘게 장만을 하여서 선물하기 위하여서
 참 많이도 그리고 자주도 산을 다녔습니다.
 이렇듯 저에게 산은 단순히 산 그 자체 이상의 의미가 있었고
 저는 산을 통해서 유년기를 살아왔고 그리고 배워 왔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세상 살이 힘들다고 산을 멀리하며
 온갖 상념에 젖어 산을 등지고 살았던 젊은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 중년의 나이를 들며 산의 의미를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며 지난 날을 회상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언젠가 부터 산은 저에게 그 이상의 의미 즉 나에게 영원한 용기를 주는 가까운 벗 이였으며
 힘들 때는 용기를 주는 후원자 였으며 지혜가 부족할 땐 지혜의 샘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산을 오르고 내일도 산을 오르고자 합니다.
 때로는 산과 둘이서 때로는 친구와 선 후배 지인들과 말입니다.
 
 그러한 산에 올해도 어김없이 봄 소식이 전해오는 군요!
 앙상한 나뭇가지, 나무와 나무사이에 널부러져 있는 낙엽 밒으로 새순들이 빠곰이 머리내밀며
 방실방실 웃음세례를 보내고 있네요.
 봄바람에 나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봄을 환영하듯하는 것이 온 사패에 생기가 넘치는 것 같습니다.
 
 
牛 步
 
[이 게시물은 최관리자님에 의해 2010-03-31 20:52:15 감동글/좋은글에서 복사 됨]

Comments

최해원
아름답고 좋은 추억이 빼곡하게 간직되어있는 우보 자네의 산 ~~~~ 그리고 봄내음 ~~~~ 잘 읽었네 !!
이제부턴 튀어나온 똥배 퇴치작전을 위해 바지런히 산을 오르시게 !!!
현중재
최장군 잠도 없나 글을 올리자마자 댓글이오니 ㅎㅎㅎㅎ 그러지 똥배 들여보내고 힘차게 수액을 빨아드리는 나무들의 삶을 닮고자하네.....
오자진1D
해워니는 어제 3시경에 실시간 검문을 해보니 홈피 사냥을 열심히 하고 있더구만
牛步 어제 편집회의에서 기고한 글을 전에 올린글로 대체하였으니 이해 바라네
어렵게 써준 글인데 ~~  不岩
정재화
중재는 금주 토요일 15기 산악회 도봉산 정기산행에서 두달만에 봐야지. 해원아 서울에도 개나리,진달래가 한참 피고있어야
임우순
사패산모습이 너마나도 좋네....좋은 글과 사진 실로 고마우리....
엄기준
봄산 생동감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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