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녘
어둠이 짙게 내리는 노을을 보며
나는 잠시 시간의 흐름 속으로 다가가
내면에 있는 누군가와 은밀하게 대화를 청해 봅니다.
해 질 녘은 삶의 고단한 하루의 종창 역이요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기 전, 잠시 머물 수 있는
마음이 안식처이자 시간적 휴식. 공간일 것입니다.
떠오르는 아침 햇살과. 해 질 녘을 바라보면서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어둠이 깔리면서 찾아오는
사람들의 모습에 어느 한순간 나 또한 어둠 저편으로
사라져 갈 것이란 생각에 건너가는 길을 발견 하게 됩니다.
낮에는 숨어 있어 찾아볼 수 없던 어둠 속의 밀어들
어둠이 내리 우면 어김없이 찾아드는 그림자의 속삭임,
늘 곁에 머물러 함께 하지만 인생의 고단함에 서서히
마음이 지쳐갈 때쯤이면 불쑥 튀어나와 손을 잡아 주는 그림자.
해 질 녘, 어둠이 존재하고 인간과 사물들이 존재하는
인적이 드문 길에서 따라와 줄 누군가가 그리워지는 날
공허한 내 마음 달랠 길 없어 허공 속에 내 마음을 전해 봅니다.
내가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될 어둠 속의 그림자와 밀어를 나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