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산행기 (백복령-댓재) 2007. 10. 13-14

자유게시판

백두대간산행기 (백복령-댓재) 2007. 10. 13-14

조주현 4 1,056
 

<백두대간 제9구간>


□ 백복령(780m) ~ 상월산(980m) ~ 갈미봉(1260m) ~ 고적대(1354m) ~ 연칠성령(1184m) ~ 청옥산(1404m) ~ 두타산(1352.7m) ~ 댓재(810m)

 


□ 29.86Km (예상 소요시간 15-16시간)

□ 일시 : 2007. 10. 13(토)-14(일)



1. 등정 지도

 


2. 사진과 글

백두대간 구간 중 가장 길고 힘든 코스. 도상거리로만 29.86km이고 예상 소요 시간도 무려 15-16시간이 소요된다. 올여름과 가을엔 너무 많은 비가 내렸다. 특히 주말이면 어김없이  내리는 비. 벌써 배낭을 몇 번 꾸렸다가 풀었는지 모른다. 비가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듣고도 강행하기로 한 산행. 더구나 높은 산에 첫눈이 내릴지도 모른단다. 특히 이번엔 산에서 비박을 해야 하기에 잔뜩 흐린 하늘만큼 걱정이 크다. 하지만 올해 태백산까지 가기로 한 당초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

백복령에 도착했다. 지난번엔 공사판이었는데 어느새 멀끔하게 단장되어 있었다.

 

 

대간 길을 오르다 돌아보니 산등성이가 뭉툭하니 파헤쳐진 자병산의 까칠한 모습이 저 너머로 보인다. 생겨날 때부터 뱃속에 석회석을 품고 태어난 값을 톡톡히 치루고 있는 비운의 산. 백복령과 원방재 사이길을 오른다. 한약재로 쓰이는 복령(茯笭) 많이 나서 ‘백복령’이라 하였다는데, 주변의 소나무들은 볼품이 없다. 산길엔 떡갈나무들이 낙엽이 되어 누워 있다. 

 

 

 

 

 

숲 속 길로 들어서니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어둡고 축축하다. 자욱한 안개비. 시야는 엉망이다. 그나마 비를 맞으며 걷고 있지 아니함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같다.

 



이쯤에선 동해의 푸른 바다가 조망되어야 한다. 그러나 날씨 탓으로 그러한 즐거움은 누릴 수 없다. 산행 중에 눈에 보이는 경치가 없으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진다. 체중이 불어서인지 발걸음이 무겁다. 내 자신의 몸뚱이조차도 가볍게 지고가지 못함을 자책하며 걷는다.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는 비알길. 대간 길 동쪽 편은 아득한 단애(斷崖)이다. 다만 짙은 안개 때문에 그 추락의 깊이를 알 수 없다.

크게 본 것이 없이 이기령에 당도했다. 잠시 후 긴 오름길에 대비하여 휴식을 취했다. 이기령에서 원방재로 통하는 임도가 보인다. 편안하게 임도로 갔으면 하는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참자!! 참어!! 스스로 달래는 수 밖에-----.


 


이기령(815m)에서 갈미봉(1260m)으로 향하는 긴 오르막길. 중간에 너덜지대가 있지만 크게 어려움은 없다. 다만 끝없이 올라야 할 것 같은 나무 계단은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무릅이 팍팍해 온다. 큰일이다. 갈 길이 아직 먼데------.

 

 

갈미봉을 거쳐 의상대사가 수행했다는 고적대(1354m)에 오르니 이미 사방은 어둡다. 아차! 해드 랜턴을 잊었구나!!

출발 전에 꼼꼼히 챙긴다고 하면서도 늘 산에 와보면 잊은 것이 있다.

 

망군대를 겨우 더듬거리며 내려와 오늘의 비박 장소인 연칠성령에 도착. 다행히 하늘은 맑다. 오히려 별이 총총하다. 행운이 아닐 수 없다. 10월 중순, 산중의 밤은 춥다. 하지만 오늘은 텐트가 있고 침낭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랴. 도란도란 마주앉아 술잔을 주고받는다. 깊어가는 가을 밤. 기분대로라면 밤을 지새우겠지만 내일의 일정이 있기에 참아야 한다. 침낭 속에 들어가 잠을 청한다. 작년 설악산 마등령에서 하룻밤을 지새운 이래 두 번째 비박. 

 

 

바닥에 귀를 대니 거대한 산은 나지막이 웅웅거린다. 산의 숨소리인가? 아니면 삼라만상이 어우러져 그들만의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인가? 한밤중에도 산은 잠들지 않는다. 산은 부단한 생성과 소멸의 근원인 아페이론(apeiron)이다. 특히 어둠 속의 산이 신비로움을 더해주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래서 산등성이에 누우면 깊고 깊은 잠에 빠지는 모양이다.



산에서 잠을 깨면 참으로 기분이 맑다. 밤새도록 산의 기운이 온 몸에 세포 속에 담겨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더구나 먼동이 트면서 어둠의 장막이 걷히는 여명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여간 경이로운 것이 아니다.


 




청옥산(1404m)에 오르니 어제 짙은 안개를 헤치고 지나온 대간 길이 선명하다. 고적대와 갈미봉이 정겹다. 고적대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일품이라는데 보지 못해 아쉽다.

 


두타산(1353m) 정상에 오르다. 조금 전 우리는 진부령 기점 200km 지점을 통과하였다. 천지신명께 지금까지의 안전 산행을 감사하는 산신제를 올렸다. 멀리 동해시가 한걸음에 닿을 듯 가깝다. 두타(頭陀)란 ‘의식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심신을 수련하는 불교 용어’라는데 정상은 상당히 어수선하다. 더구나 정상 한가운데 버티고 있는 누군가의 무덤은 황당스럽기 까지 한다.

두타산은 고려 때 이승휴가 머물면서 <제왕운기>를 기술한 곳이다. 저 아래 삼화사 계곡의  너럭바위엔 양사언의 글씨가 남아있기도 하다. 30년 전 탁본을 뜨기 위해 왔던 무릉계곡을 내려다보며 남다른 감회에 젖는다.  

 


댓재까지 하산길. 조금은 지루하지만 막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들이 힘을 덜어 준다. 표지판의 햇댓등을 향해 내려왔는데 어느 순간 우회했는지 바로 댓재에 내려섰다.

 

 

삼척 미로면과 하장면을 잇는 424번 도로. 이제 우리는 바다를 등지고 태백산을 향해 가야 한다. 내륙으로 접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에필로그 ; 낙엽을 보며>


 

 

언젠가는 가야 할 이승의 끝.

그 앞에 선 나뭇잎은 공손하다.


스스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땅 위에 나뒹굴 때까지

겸허하게 자신의 가치와 의미를 비운다.


한 때 싱그러운 이파리를 뽐내기도 했건만

꽃가지 

열매의 빛깔과 향기로

한 시절을 풍미하기도 했건만----


공(空)으로서

생을 마감하는 날.


이승에서 가장 소멸하기 쉬운 무게로

빙 돌아 날아 내리는 낙엽.


발길에 차이면서도

침묵하고 있는 낙엽이

더 두렵다. 


(떨어진 낙엽을 보며/ 2007. 10.14)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08-01-07 15:12:03 동기칼럼/수필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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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황항윤
숲 속 길로 들어서니  자욱한 안개비. 시야는 엉망이다. 그나마 비를 맞으며 걷고 있지 아니함을 다행이라. 안개비를 맞지 않는 자신을 먼저 기술했지만 나는 이 글과 시잔을 보면서 안개비를 맞으며 산행하는 조주현일행을 현신하듯이 공송하게 서 있는 뭇 나무들.  그대들이 저 말없이 넓은 마음으로  서서 우리들을 맞이해 주는 듯하여 기쁘기가  이러리야 . 답글을 소낙비처럼 쓰네. 아름다운 당신들을 생각하며 이 시간도 행복했네라고 글을 남기며 안녕!!!
조주현
감사합니다.
임우순
좋은 등산 자료 매우 고마우리......
엄기준
한편의 인간다큐를 연상케 하는구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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