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님 전상서(한글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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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님 전상서(한글날에)

조주현 3 1,055
 

세종대왕님 전상서



조 주 현



세종대왕님!

올해도 한글날은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561년 전, 우리말은 있었으나 이를 표기할 고유의 문자가 없었던 백성들의 처지를 가엽게 여기시어 당신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날입니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로써 우리 민족을 문맹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신 역사적인 날인 것입니다. 

당신이 아니었더라면 우리들은 ‘하늘’이라 말하고는 글자가 없어 한문으로 ‘天(하늘 천)’이라고 표기할 수밖에 없었던 끔찍한 상황이 오늘에까지 대물림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특히 민족 고유의 문자가 있고 없음이 문화적 정체성과 주체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고 볼 때, 지정학적으로 중국 대륙과 한자 문화권에 녹아 들어가 버린 수많은 약소국가 중의 하나가 될 뻔했을지도 모릅니다. 얼마 전 남북 정상이 만나 통역 없이 회담하는 모습을 보면서, 언어의 자유로운 소통 그 자체가 민족의 뿌리를 일깨우며 ‘우리는 하나’임을 명시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렇듯 말과 글은 민족의 동질성을 상징하는 기본 요소인 것입니다.


한글은 언어기호학적으로도 탁월한 구조와 기능을 지녔습니다. 자음 17자와 모음 11자의 절묘한 배열과 조합 체계에 많은 언어학자들이 감탄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언어학자 샘슨은 ‘한글이야말로 인류의 가장 위대한 지적 성취물 가운데 하나’라고 극찬할 정도입니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3천여 문자 중에서 만든 사람, 만든 날짜, 만든 의도가 분명한 경우는 한글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특히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가장 정보 친화적인 문자 구조가 한글임이 입증되어 우리나라를 IT 강국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음도 커다란 자부심이 아닐 수 없습니다.

 훈민정음을 국보 제1호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유네스코에서는 우리의 훈민정음을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하였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자신의 고유한 문자를 가지지 못한 민족들이 많다는데, 그렇다면 이처럼 배우고 익히기 쉬운 우리 한글을 그들에게 보급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종대왕님!

이렇게 자랑스럽고 소중한 우리의 한글이 처한 현실을 바라보면서 차마 부끄러워  머리를 들 수가 없습니다.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국적 불명을 떠나 외계어 수준을 방불케 하며, 일상 언어들의 무분별한 남용과 오용은 원상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어 떠돌아다닙니다. 

한글날이 다가오면 언론 매체에서 앞 다투어 우리말 보존과 한글사랑을 강조하지만 일회성에 그칠 뿐만 아니라, 비속어, 신조어, 저급한 유행어를 남발하고 확산시키는 진원지가 저들 매체이기에 오히려 씁쓸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영어 소통 능력이 바로 국제 경쟁력인양 온 나라가 <외국어 열풍>에 들끓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외국어 구사 능력에 따라 출세와 소득의 차이가 생긴다는 ‘영어 격차(English Divide)’라는 신조어가 만들어 졌습니다. 동네마다 영어학원이 난립하고, 집집마다 코흘리개 아이들이 학원에서 익힌 서툰 영어 발음을 부모들은 큰 자랑거리로 삼습니다. 경쟁이나 하듯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영어마을을 조성하고자 국민의 세금을 펑펑 쏟아 붓는 나라가 이 지구상에 몇이나 있을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그나마 한글날은 1991년부터 국경일이되 공휴일에서 제외되었습니다. 하루 못 놀아서가 아니라 이 날에 대한 가치와 비중이 우리 사회에서 점점 희박해져가는 증거 같아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세종대왕님!

“한글이 목숨이다” 최근 발견된 외솔 최현배님의 친필 방명록에 들어 있는 말입니다. 우리들이 한글을 왜? 무엇 때문에? 굳건히 지켜야 하는지를 한마디로 일깨워 준 구절이 아닌가 합니다. 561돌 한글날을 맞이하여 다시 한번 대왕님의 커다란 업적을 기리며, 어리석은 백성들이 하루라도 한글은 이 땅에 살아가고 있는 개개인의 생존 가치이자, 온 겨레의 목숨 그 자체임을 깨닫는 날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

 

(2007년 강원일보 청탁원고)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08-01-07 15:12:03 동기칼럼/수필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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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임우순
좋은 사진 자료 실로 감사합니다.......
박성렬
숨쉬는듯 쓰고 뱉아 버리는 우리 말..
그 말의 의미를 한번쯤 돌아 볼 좋은 말씀이구려..
정재화
우매한 백성들을 깨우치기위한  우리의 문자가 IT 매체로 국적불명 외계어로 떠다니니 안타깝고 국보1호로
지정하여 잘 보존코 더나가 문자를 가지지못한 나라에 보급하자는 저자의 글에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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