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비로봉 단독 산행기

자유게시판

오대산 비로봉 단독 산행기

조주현 18 916
백두대간(백두산-지리산) 중간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봉인 비로봉(毘盧峰 : 1,563m)을 중심으로 동대산(東臺山 : 1,434m)·호령봉(虎嶺峰 : 1,042m)·상왕봉(象王峰 : 1,493m)·두로봉(頭老峰 : 1,422m) 등 5개의 봉우리가 모였기에 이름지어진 오대산!!
이중에서 두로봉과 동대산은 백두대간에 속하여 재작년에 이미 답파했고, 오늘은 상원사와 적멸보궁을 에워싸고 있는 비로봉, 상왕봉을 목표로 삼았다. (호령봉은 시간관계상 그냥 바라보기로 함)
 
 
노동절, 석가탄일, 일요일 등을 낀 황금 연휴지만, 오늘은 어린이날. 이런 날 절 근처에서 서성대는 아이들은 연구 과제 아닐까? 그래서 그런지 산사는 고요하다. 오늘 여름이 시작된다는 입하건만 상원사 주변엔 한창 봄 치장 중이었다.

 
'霜葉紅於 二月花' (단풍이 봄꽃보다 아름답다)라고  하지만, 연두빛 어린 싹의 향연에는 미치지 못한다. <단풍-낙엽-새싹-신록-단풍>의 가지런한 순환과 질서. 뻔한 삼라만상의 이치인데도 우린 종종 잊고 산다. 사흘 전 석가탄신일. 적멸보궁은 오색찬란한 연등으로 단장하고 있었다. 경건함과 엄숙한 보궁의 기상은 오간데 없이 그야말로 '야단법석(野檀法席)' 그 자체로구나!! (사진 찍을 때 배에 힘줬어야 했는데------ㅋㅋㅋㅋ)
 
 
그 와중에서도 여인들의 기원과 염원은 끊임이 없다. 산중에 울려 퍼지는 독경소리--- 목탁소리--- 행여 카메라 셔터 소리도 누가 될까 얼른 한방 누르고 자리를 피했다.
 
자!! 이젠 비로봉으로 오르자. 가파른 오르막길은 이내 고단하다. 날씨까지 더우니 금방 퍼진다. 셀카로 거의 죽어가는 모습을 찍어두다.  사실은 이번에 임관한 우리 아들이 이 순간 동복유격장에 있다. 녀석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이 정도야 약과 아닌가?
 
 
 
그러나 고통이 큰 만큼 결실도 야무진 법. 비로봉(毘盧峰 : 1,563m) 정상에 서니 동쪽 건너로 백두대간이 장쾌하고, 도로봉에서 시작한 한강기맥이 서쪽 호령봉을 거쳐 계방산으로 뻗어 내린다. 
 
점심을 먹으려고 베낭을 여니, 아차차!! 도시락을 차에 두고 왔구나. 나이탓인가? 이젠 총명함마저 잃어가는구나 생각하니 씁쓸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슬픔보다 더 큰 현실적 고통은 배고픔이었다. 그나마 참외 두 개, 우유 두 통이 위안이다. 대충 요기하고 서둘러 상왕봉으로 향한다. 이름모를 야생화들이 지천에 그득하다. 봄기운에 저토록 여민하고 기민하게 반응하는 생물이 있을까? 
 
상왕봉에 도착. 사진은 웃고 있으나 배는 고프고 날씨는 무더운 상황!! (진짜로 배가 홀쭉해졌음!!)
 
상왕봉에서 북대사 까지는 거의 날아 내려왔다. 월정사에서 홍천 내면으로 이어지는 446번 도로에 내려선다. 이 도로도 경관이 매우 뛰어난데 폭우로 길이 끊어져 지금은 차량 통행은 불가능하다. (작년엔가 중앙대 팀들을 제림이가 안내한 곳이 저 너머이다)
 
 
상원사 주차장까지 거의 6km. 오랫만에 비포장 산길을 걸으니 참 좋다. 길은 모퉁이를 돌면 또다른 모퉁이를 감고 내려간다. 언젠간 두다리에 힘이 빠져 걸을 수 없는 날이 오겠지. 인간이 걷는다는 것은 바로 철학적 사유의 출발점이다. 걷다보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혼자다니면 심심하지 않냐?'고  곁에서 물어 올 때마다 나는 당황스럽다. 남들은 심심한가 보다. 난 아닌데-----.
북대사에 부식을 실어다 나르는 타이탄 트럭이 먼지를 일으키며 내 곁을 스쳐 지나간다. 조수석에 얼굴  검게 그을린 아주머니가 졸고 있다. 삶이란 저리도 고된 것이 것만, 호젓한 산길 걸으며 나 혼자 똥폼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모든 생각을 접었다. 생각을 접으니 다시 허기가 진다.
   
 
길에 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여정의 종착점이 있을 뿐이다. 상원사 주차장에 당도하니 제법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결국은 돌아와 자리에 서면 사람들 사이----. 우린 그 속에서 부대끼며 울고 웃는 존재일 수 밖에 없다. 일상의 여유를 접어야 하는 순간. 문득 오늘 거쳐온 산봉우리와 능선을 올려다 보니 아득하고 가뭇하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 만난 분교. 월정사 바로 앞에 위치한 <진부초등학교 월정분교장>. 학생이 없어 내년엔 폐교될 예정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글읽는 소리가 끊어진 마을. 그 마을의 미래는 어디일까? 무엇일까? 현관 앞에 태극기가 저 혼자 바람에 힘차게 휘날리고 있다.  **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Comments

이진팔
참 멋있게 사십니다. 항상 건강 하십시요.
오자진1D
조회장 정말 부럽소
최해원
건강하고 건장한 모습 참 좋타 ~~~~~~~
혼자 산행하며 얼마나 많은 생각에 잠기고 잠겼을까 ??
잠시라도 이놈 생각도 스쳐 갔으리 여기며 좋은것으로만 지나쳤으리라 달래보네 !!
내가 6중대라 다음주 월요일 새벽 동복 유격장으로 떠났었는데 요즘은 포병 장교들도 유격을 받나보네 !!
조소위가 좋은 추억 가득담을 유격훈련이 되리라 여겨지니 걱정에 앞서 젊음이 무척이도 부럽게 여겨지누먼 ~~~~~~~ 자네보다 더 건강하고 총명하고 지혜로우니 쓰잘데없는 걱정일랑 뿥들어 매시고 며칠후 보세나 !!!!!
박성렬
조과장(?)의 아들 사랑이 절절히 느껴진다.  아들내미 고생할거 생각하며 자신을 내몰아치는 그 애비의 모습이 그저 가슴 따땃하기만 하구나.
요즘은 보포기공통 전투병과는 전부 다 유격을 받는다.
2,3주 전에 47기 후배들 유격장 수직하강 훈련장에서 한명이 죽는 불상사가 있었다 한다.
아마도 그 후라 주현이 아들은 걱정할거 없을게다.
조주현
과연 사령관님이라 소식통이 훠원하시구랴. ㅎㅎㅎ----  그래서 수직하강을 뺐다던가? 그렇답니다.
최해원
으잉 ~~~ 수직하강을 빼삣따꼬 ?? 내 전공과목인디 ~~~ ㅉㅉㅉㅉ 심장마비였나 ? PT체조를 덜 시켰었나 ?? 아까운 후배장교의 명복을 비오며 부디 편히 잠드소서 ~~~
박동옥
어제 우리  63연대 일행이 광주를 점령하고 동복 인근에까지 진출했었는데. 자네 아들 생각좀 하고 올걸
몰라서 그냥 희희낙낙만 하다 왔구먼. 우리 아들은 사병으로 군에 있어 노심초사한다만. 대한민국 ROTC출신 소위인데 걱정하지 말게나.
조주현
동복유격장 못가봤지? 재작년에 임관 30주년 기념으로 갔더니 참 감회가 새롭더라구----
홍융기
역시 조교장의 필력은 구수하고 정감이 잔잔히 흐르는 것이 강원도 제일인 것같네...자네가 강원 교육위에 있을 때, 교육감의 인사말등 지휘서신은 자네가 도맡아 했다면서...하여간 자네 글로 <오대산>일주 책상에 앉아서 잘했네! 우리 후배장교? 동북유격장에 잘 다녀오면..다시한번 안부전하시게...늘 편하게 지내길!
김일현
조교장 배고파 어떻하셔소, 내려와서 먹는 기분도 최고 였겠네, 언제 그쪽 산행시(정기산행 말고요) 함게 합시다. 건강하시게
조주현
이번 오대산 산행에서 발견한 생활인의 철학!!  배도 너무 고프니까 막상 내려와 음식을 먹으려니 멕히지가 않습디다. 시장이 빈찬?? 적당한 시장이라야 식욕도 돋는 법!! 그걸 알았지요.
윤윤병
삶을 만끽 하고 계시구먼.거기다 필력까지.부럽소이다.
조주현
칭찬 감사합니다.  과분합니다.
엄기준
참 멋있다~~~
임우순
좋은 사진과 글 감동있게 감상하고 갑니다..건강하소서.....
정재화
전투식량(행동식으로 고기육포,쵸코렛등....) 항시 지참하시면 최하 2박3일 이상은 버티고요
금식하며 행동식으로 하면 몸이 가벼워 축지법(산악구보보다 조금 더 빨리 걷는것)도 가능한데
실행해보소서. 평창 대관령 촌장과 같이 황병산 산행한번 합시다
조주현
대관령 촌장놈은 내가 왔는데도 통 기별이 없구랴.(내가 오자마자 신고차 전화는 했음) 환영회도 안해주고 말이지-----. 최승래 이 놈이 자식들 다 공부 시켰다고 교육과장은 안중에 없는 모양인데---. 지 놈이 손주 손녀는 학교 안보내나??  걸리기만 해봐라!! ㅎㅎ
황병산도 좋겠고, 난 용평 발왕산을 한번 가봐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음!!  용평에서 곤도라타고 올라가서 트레킹 삼아 능선 종주하면 근사할 듯!! 부담도 없을테고-----. 언제 한번 오시게. 한번 노닐어 보세.
유재황
그런산행도 괜찮을것같네,  언제 기회가 된다면 조 장학관과 함께 등산이든 트레킹이건 해보고 싶구려. 산수좋은 곳에서  언제나 자연을 벗삼는 그대가 부럽구려.  나도 돌아갈  충청도 산골은 있다만  강원도만은 못한것 같소이다.  늘  건강한 심신을 간직하시길....

Total 191 Posts, Now 7 Page

8 인기 서울 사람 한강에 손담그기
조회 907
16 인기 아들을 부대에 남기고 돌아오던 길!!
조회 950
10 인기 참말로 웃기는 놈들의 모임, ROTC 15기1!!
조회 1,045
18 현재 오대산 비로봉 단독 산행기
조회 917
12 인기 평창 동막골 영화 세트장에서
조회 960
8 인기 사실, 그 날 4월 18일은-----
조회 924
21 인기 김현식 홀인원!! 하다
조회 1,041
17 인기 나른한 봄날에 정신 번쩍드는 소식.
조회 974
8 인기 괜히 캥기는 신문기사 쪼가리
조회 946
19 인기 동기회보 잘받았습니다.
조회 880
18 인기 부자지간 ROTC 15기와 47기
조회 1,035
14 인기 가자미와 송어
조회 935
8 인기 걱정되는 <加재미회> 송별회
조회 853
21 인기 신고합니다!!
조회 989
21 인기 32년 후배 우리 아들!!
조회 1,019
17 인기 삼척 정월대보름
조회 1,055
9 인기 사령부 임원진 동경사 방문 개요
조회 958
10 인기 숭례문 대들보에 미리 앉아 보다
조회 1,070
카테고리
Banner
  • 글이 없습니다.
최근통계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