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19일 삼척 파인벨리 파인코스 4번홀.
화이트 티박스에서 거리 120m.
오너인 내가 아이언 8번채로 친 공이 조금 길었다.
곧이어 8번채를 들고 타석에 들어 서던 현식이가 잠시 머뭇거린다.
'9번으로 때릴까?' 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느닷없이 뒤가 몹시 마렵기 때문이었다.
얼른 치고 다음 그늘집 화장실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랬겠지. 속초를 거쳐 어제밤 삼척에 도착하여
그리도 사정없이 퍼댔으니
뱃속인들 편했으랴.
잘못 힘주면 바지를 더럽힐지도 모르니까----.
현식 티를 꼽았다.
경덕이가 나즈막한 목소리로 힘을 불어 넣어준다.
"현식아! 한방에 넣어라. 여기서 홀인원하면 100만원 상금도 있다!!"
'세상 두쪽나도 그럴리 있으랴?' 가죽 카우보이 모자를 눌러쓴 해원이 썩소를 날린다.
연습 스윙도 없었다. 그만큼 뒤가 다급했으니까----
모두 몰입!!!!!
살랑거리면 불던 바람도 순간 멈춘다.
벙커 넘어 홀 우측에 붉은 깃발이 언뜻 펄럭인다.
'따악!!' <백구비상!!!>
"방향좋고--- ?????!!!!!!!!!!!!!!!! 어어어!!!!!!!!!!!!!!!!!!!!'
공은 정확히 에지를 지나 홀 앞에 떨어졌다.
그리고 구른다.
일순 모두 숨이 멈춘다.
그린 위에 구르던 하얀공이 깃대를 향해 구르더니
순간 사라졌다.
'어어??? 어어어!!!! 우아아악!!!!~~~~'
"홀인원!!! 호올이이이잉 원!!"
마침 뒷조에서 따라오던 영민, 왕순, 찬집이가 잠시 어리둥절 바라본다.
'그것들 꽤 떠드네. 골프장에 와서---' 그런 표정으로.
그러거나 말거나 우린 모두가 소리치며 겅충겅충 뛰었다.
현식이 얼굴이 허옇다. 턱밑 살이 잠시 경련이 인다. 부르르---.
눈빛을 보니 제 정신이 아니다.
나도 10년 가까이 공을 쳤지만 동반자가 홀인원하는 광경을 처음 보았다.
그것도 공이 홀에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생생이 목도한 적도 처음이다.
흥분과 광란이 뒤범벅된 그 와중에도
현식이가 빨리 그늘집으로 가자고 재촉한다.
거의 설사에 가까운 응가를 더이상 괄략근 조임으로는 한계상황!!
나도 마침 소변이 마려운 터라 그늘집 화장실로 갔다.
어기적거리며 걸어온 현식이가
좌변기에 앉자마자 '좌악 뿌지지지직' 쏟아댄다.
아!! 저 강력한 카타르시스!!!!!!!!!!!
동반자인 나도 정신이 없는데 본인은 오죽할꼬.
나는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홀인원한 후에 화장실에 들어앉아 쏟아대는 현식이의 우렁찬 거시기 소리. 참다참다 세상을 향해 뿜어대던 그 통렬한 배설의 득음.
홀인원 해 본 자만이 낼 수 있는 자신감 넘치는 카리스마!!!
'쫘악 꾸루르륵, 좌아악~~~~~~'
그 소리는 마치 세상을 향해
"느그들 홀인원해봤냐??" 소리치는 것같았다.
뒤늦게 골프에 입문하여 해원이에게 겪었던 수모와 '깨갱'을 일순에 배설해 버리는 호통의 소리였다. '느그들 앞으로 내 앞에서 골프이야기하덜덜들마라' 하는 준엄한 꾸짖음을 담은 속깊은(?) 곳에서 쏟아내는 무자비한 음향이었다.
** 동기 여러분!! 위의 표현이 너무 리얼했다면 죄송합니다. 난 다만 당시의 상황을 실제와 가깝게 전하고 싶은 의욕이었음을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난 오늘도 어제를 생각하면 정신이 혼미합니다.
그리고 마구 흥분됩니다. 울산에서 먼 거리를 달려온 친구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안겨주었다는 기쁨과 보람이 온몸을 휘감아 옵니다. 동기생 덕분에 일년은 재수 복터지게 된 행운을 안게되어 더더욱 횡재이구요. 대접은 소홀했는지 모르지만 이 이상의 큰 동기 대접은 없으리라 믿기에 행복합니다. 우리 <까재미회>가 참 자랑스럽습니다.
동기생 골퍼 여러분!!
앞으로 파 쓰리 홀에서 행여 뒤가 마렵거든 꼬옥 참고 신중히 샷을 날리시기 바랍니다. 혹시 압니까?? 그 고통과 아슬아슬한 상황을 감내한 뒤에 홀인원의 행운이 당신에게도 찾아들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ㅎㅎㅎㅎㅎㅎ---.
요즘같은 경기불황에 한바탕 이야깃거리와 즐거움을 안겨준 현식이에게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어제의 흥분과 열기를 식혀주려는듯 밖에는 단비가 내리는 월요일 아침.
동기생 여러분의 건투를 빕니다.
홀인원은 혼자 한기 아닌것 같다.
토요일 밤에 마신 술과 주현이의 탄착점 경덕이 격려 해원이 야지가 도와주웠구나..
가까운 시간내에 울산 가마..
홀인원의 기백과 기쁨이 계속 이어져 나가길 바라며 제주에서도 함 더보여 주거라~~~~
병원이한테 제일 먼저 알려 주었고 어제도 저녁하며 네 야그 했는데 이런 기쁜 소식이라~~~(갸도 지금 현재 퍼딩 그린에 다음홀 홀인원 꿈꾸고 있다)
음~~..
현식이는 앞으로 10년간 운수 대통할끼다.
옆에 있던 넘들은 다 묻어 가는기니 그리 알아라.ㅎ
축하.축하.축하 !!!
홀인원 이후로 어케된거야? 상금100만원은 탓나? 설사는 멎었나?
암튼 이러케 조은줄 알앗으니께 함 더해 볼란다~~~ㅋㅋㅋ
그때 더 축하 해줘라~~ㅋㅋㅋ완전히 미쳐 부렀다 아이가~~ㅉㅉㅉ
오메 아직 야가 뽕기운이 안떨어 졌는가베~~???ㅎㅎㅎ
세상에 젤 편했겟다 축하한다~~~울산15군단 파이팅~~~~~
최소 3년은 복이 터질거라고 하던데..
모든 일이 술~술 잘 좀 풀렸으면 좋겠네~~
동반한 해원니나 주혀니도...
중앙회 임원들을 보내고 조금 피곤한 상태지만 배낭을 메고 경남 사전 와룡산을 올라갔다.
한참 올라가다 까재미회 소식이 궁금하여 해워니에게 전화(11:57분)를 했든마는 현식이가 받앗다.
해워니가 어제 과음을 해갔고 속이 불편해서 닝게루 맛고 자빠져 있다고 했다.
어메 먼일이여 해워니는 절대 과음을 안한디 니가 갸를 건드렸냐.
아~아니 저기~고개 아니고 저기 뭐냐 그란께 고것이 지금 나 정신이 없그덩 이따 전화하께.
한참을 더더듬다가 지 혼자서 전화를 끊었것따 요넘봐라 겁대가리 없이 지가 전화를 끊어(그랑께 지금 생각한께로 그때 홀인원을 하고 똥누로 갔는가벼)
와룡산 민재봉 정상을 정복하고 헬기장에서 점심을 먹을려는데
따르릉~~해워니 한테서 전화가 왔다(12:40분) 얀마 아까 현식이가 그란디 니 닝게루 맛고 있다든디
기이주나 얀마야 말도마라(안들려 크게 말해라)현시기가 홀 홀 홀 인 인원해삤따~~~
경더기,주혀니,영미니,왕수니,일쫑이,종이니, 행님드리 속초서 늦께 도착한 우리가 빨리올라꼬 회만묵꼬 매운탕 밥들어올때 밥안묵꼬 180km로 달려왔따니께 문어 삶은물에 수재비,굴 넣어서 끓인 맛이 기가막힌 궁물에다 쇠주를 퍼 넣어뎄으니 아침부터 설사가 솥아질수밖에 ???
설사 아니었으면 풀 스윙 아니면 뒷땅 아니면 쪼로가 났을텐디 ~~~~~~
설사 덕분이구 퍼먹인 삼척 행님들 은덕 아니것나 ???
이 소리 얼마나 더 들어야 할지..
해워나..
니 그시기, 화악 팔아뿌리라~~
현시기 꼼짝 못하게..
그니께 내가 겁없이 일케 맘노코 드리데고 있는거 아이가~~와! 니 그거 함 해봤나?~~ㅋㅋㅋ
주현이의 정말 리얼한 표현 길이길이 남으리라.
내가 지금 옆에서 보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나는 다음날 고등학교 동창 딸내미 결혼식 때문에 강릉가서 또 과음하는 바람에 더 참석 못했고,
서울와 있는데 조주현으로 부터 홀인원 소식 접하였네. 거듭 축하하고, 사실 5월에 울산으로 가야하는데
그 기간에 나의 해외연수(5월4일 부터 13일)와 일정이 겹쳐서 아쉽네.
하지만 언제 한번 만나세. 특히나 전날 나의 진한 키스가 홀인원에 절대적(?) 영향을 끼쳤다는 자네 전갈에 기분이 좋네.
하여간 축하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