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의 한류 이야기_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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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한류 이야기_06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6

- ‘트로트’의 다양한 이야기

                                          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트로트 이해를 돕기 위해 몇 가지 배경지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트로트는 ‘빠르게 걷다’, ‘바쁜 걸음으로 뛰다’ 등의 뜻을 담고 있다. 재즈의 한 요소로 1914년 이후 미국과 영국 등에서 연주 용어로 굳어졌다. 주로 싱커페이션 리듬인 당김음 주법의 피아노 연주 스타일 ‘래그타임(ragtime)’ 곡, 재즈 템포 4분의 4박자 사교춤의 스텝 또는 그 연주 리듬을 일컫는 폭스 트롯(foxtrot)로 부터 시작됐다는 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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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트롯은 볼룸댄스보다 부드러운 춤이라고 할 수 있고, 모든 동작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하며, 동작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사교춤은 볼룸댄스라고도 부르는데 사교적인 즐거움을 위해 2명 내지 그 이상의 사람들과 함께 추는 춤을 말한다. 왈츠(waltz), 탱고(tango), 차차차(cha cha cha) 등을 비롯해 블루스(blues), 부기우기(boogie woogie), 트위스트(twist) 등도 넓은 의미로 볼룸댄스라고 부른다. ‘폭스’라는 수식어는 이 리듬을 고안해 낸 무용가 핸리 폭스(Henry Fox)를 일컫는다. 폭스 리듬은 미국에서 발원하여 1920년대 한국과 일본에 상륙했고, 전통음악과 만나 트로트와 엔카로 정착된 것이다. 참고로 오늘날 서양에서 트로트는 사교댄스 용어로만 남아 있고 연주 용어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화면 캡처 2021-06-15 075748.jpg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탱고는 유럽 계통의 무곡과 아프리카계 주민의 민속음악이 혼합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다

 

당시 한국에서는 전통음악과 결부되어 많은 곡이 작곡되었다. 앞으로 그 곡들을 소개하겠지만, 대표적인 예가 ‘한류 이야기 5회’에 소개된 ‘황성 옛터’(황성의 적)이다. ‘황성 옛터’는 4분의 3박자로 국악의 중모리장단이 입혀졌는데, 가사의 어법과 잘 어우러진 곡이다. 중모리장단의 한 장단은 한마디 3/4 박자로 4마디에 총 12박을 이룬다. ①떵-떡 ②쿵떠떡 ③떵-떡 ④쿵-떡 과 같은 식이다. 중모리장단을 아는 사람은 금방 고개 끄덕일 것이다.


작곡자 전수린은 중모리장단을 처음부터 기획하고 작곡한 것은 아니다. 몸과 마음에 스민 전통 음악적 바탕이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개성 만월대의 폐허를 보며 즉흥적으로 선율에 옮겼고 배우 왕 평이 가사를 담아 이애리수가 부르게 되었다. 이애리수는 일제강점기의 억눌린 감정을 한 맺힌 설움으로 노래했고, 조선총독부는 민족감정을 선동한다는 이유로 금지곡으로 지정하였다. 그러나 삽시간에 전국적으로 퍼져 유행했고 순식간에 5만장이 판매되었다. 이런 파장은 바로 우리 전통음악 문화의 힘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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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이후 트로트 장르 유행가 악보(신나라 레코드 복각 악보 참조)를 보면 대부분 4분의 3박자, 4분의 4박자, 8분의 6박자 등이다. 댄스곡에서는 작곡자가 곡 분위기에 따라 이름을 붙여 템포와 악상을 지시하였다. 왈츠, 블루스, 탱고, 맘보, 룸바, 부기우기 등과 같이 하나의 리듬으로 간주되어 악보 위에 씌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명칭을 보면, 댄스곡 리듬에 충실해서 작곡된 것도 아니다. 단지 댄스곡의 분위기 위주로 곡을 썼다는 의미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 1920년대 이후의 트로트는 아직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은 큰 틀의 트로트 장르의 새로운 창작곡의 폭스트로트의 리듬과 한국의 전통음악적 요소가 녹아들어간 트로트의 정착시기라고 볼 수 있겠다. 


1950~1960년대 악보를 보면 유행가(대중가요)의 장르가 좀 더 세분화되고 다양해진다. 음악적 역량이 높아짐에 따라 리듬 용어가 아닌 음악 용어들이 가요계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흘러간 유행가'는 모두 트로트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지만, 트로트를 ’흘러간 유행가‘의 범주에 모두 넣었던 것과는 달리 폭스트롯의 리듬 수준을 넘어 전문화되어 가는 것을 알 수 있다. 트로트의 템포와 악상 용어로 사용했던 왈츠, 블루스, 탱고, 맘보, 룸바, 부기우기 등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된 것이다. 1950년대까지는 트로트가 하나의 장르나 형식으로 보지 않고 ’흘러간 유행가‘의 대명사로 여겼음을 알 수 있다.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트로트 장르는 리듬 패턴을 넘어 악곡 양식(song form)을 지칭한다.


소위 ‘뽕짝’이라고 부르는 ‘트로트’. 혹자는 ‘엔카 스타일’이라고 말하며 현재 일본에서는 없어지고 우리나라에만 있는 용어라고 하는데, 과연 그런가? 그렇다면 왜 그럴까? 다음 회에서 만나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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