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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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뚫린 비행기.......?

김수원 5 1,060
때는 1979년 가을 무렵 장소는 강원도 화천 상공 

27사단 포병단에서 관측장교 (ROTC 17기) 가 나왔는데,
 
나쁘게 말하면 건방지고 좋게 말하면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이었다.

관측장교들, 말 잘 안 들으면 골탕 먹이는 것이

DMZ 감시비행임무 떳을 때 한 바탕 멋 있게 해치우는 것인데........
 
효과가 100% 바로 나타난다.......아예 설설 기도록 만들어 버린다.

그날 따라 강 소위가 아침부터 버릇없이 행동하여 고참들의 속을 언찮게 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버르장머리를 고칠 찬스를 기다렸는데 그날 마침 DMZ 관측비행임무가 나에게  떨어졌다.
 
DMZ 관측비행이란 휴전선 상공을 비행하면서 적의 동향을 감시하여 사단과 군단사령부에 보고하는 것이다.
 
감시비행 임무는 특별한 것이 아니고 망원경을 이용한 육안 감시를 주로 한다. 
 
기껏해야  차량이나 장비 이동시 발생하는 먼지와 차창이 반사하는 빛,  화염 또는 연기를 책크하여
 
상황유무를 보고하는 것인데 적의 병력과 장비 이동을 이 것으로 유추해서 파악하는
 
아주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감시인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비행기로 가장 북쪽 접적지역 상공을 날으는 것인데.... 가끔씩 조종사가 실수하여
 
휴전선을 넘나들기도 하여 정전위에서 북측으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는 경우도 발생한다.
 
더러는 아군과 북한군들이 비행기를 향해서 사격을 하기도 하여 비행임무 중에서도 상당히
 
위험한 임무에 속한다.
 
전방에는 휴전선을 따라 비행기의 월경을 방지하기 위해 조종사들이 육안으로 
 
공중식별이 용이 한 곳에 힌색으로 대형 "T"자를 만들어 놓는데 여름에는 숲이 많이 우거지거나
 
겨울에 흰 눈이 내리면 잘 식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 전방 철책에서 근무했던 동기들은 알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전방 DMZ 감시비행임무를 수행 중에 "T" 탑을 넘어서 아군으로 부터 사격을 받아
 
불시착했거나 아슬아슬하게 기지로 돌아 온 조종사들도 실제로 있었다.
 
남에서 북으로 넘어갈 때는 아군이 대공사격을 하고 조종사가 뒤늦게 북으로 넘어 온 것을 인지하고 남으로
 
다시 넘어 오면 북한군이 대공사격을 한다.
 
실제로  군에 있었을 때 지형을 잘 못 착각한 조종사가 철원지역에서 휴전선을 넘어
 
북의 오성산까지 갔다가 되돌아 온 적도 있었고 미군 핼기들은 종종 월경을 하여 북의 대공사격을 받고
 
추락하여 조종사가 잡힌 경우도 있었다.
 
나의 공중감시임무 지역은 적근산 아래 사방거리 상공에서 감시비행 루트로 진입하여 
 
대성산  말고개 마현리 상공을 거쳐 철원 와수리 상공에서 U턴해서 다시 대성산--적근산--백암산--북한강
 
상공을 비행하면서 북의 동향을 살피는 것이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멀리 금강산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도 많았다.
 
어쨌든 벌써부터  나한테 한번 걸려봐라 하고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드디어 나에게 찬스가 온 것이다.

이륙후 신북리 2군단 유격장 상공에 오니 고도가 4000피트(1200미터)가 되었다.

이제 슬슬 시작해 볼까 하고 뒤를 돌아 보니 강 소위가 잔뜩 긴장한 체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지래 겁을 먹고 있었다...............너 한번 제대로 걸렸다 죽어봐라 하고 갑자기 조종간을 당기고 다시
 
조종간을 앞으로 밀어 20미터 높이로 급상승 급강하를 연속 하는 말타기로 시작해서 
 
급상승 급강하에 좌우로 급선회를 짬뽕으로 섞어찌게 하는 파도타기,
 
100 미터 이상 가파른 상승과 하강을 번갈아 하는 절벽 오르 내리기,

비행기 날개를 지상과 수직으로  세우는 90도 뱅크 급선회,
 
계속 회전하면서 상승하는 코브라 트위스트, 공중에서 연출하는 3D 사면 "8" 자 비행으로  한바탕 흔들고 나
 
니 비행기 안은 급 조작 곡예 비행으로 쏟아져 나온  먼지와 지도가 비행기 안에서 뿌옇게 둥둥 떠 다니고 있
 
었고 그러는 사이에 비행기는 어느덧 화천 상공을 조금 지나서 적근산 바로 아래 사방거리 상공 가까
 
이 와 있었고 비행고도는 8000피트까지 상승해 있었다.
 
7사단과 27사단 포병대대에서 근무했던 동기들은 사방거리를 잘 알 것이다.

뒤를 돌아다 보니 강소위는 뒷 자석에서 밸트를 바짝 동여메고 딱 붙어서 얼굴이 하얗게 겁에 질려 있었다.
 
그래도 지지 않을려는 듯 억지로 괜찮은 척 웃고 있었다.

약발을 덜 받았나 하고 또 한번 시작 할려고 조종간을 잡아 당기려는 찰나 뒤쪽에서 들리는 고함 소리

"형! 비행기에 구멍 났어요. 모자 없어졌어요!"

후방석 상부를 보니 후방석 상부 플라스틱 창(상당히 두꺼움)에 주먹만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얼마나 흔들어 되었는지 강 소위의 모자는 구멍난 곳으로 빠져 나가 버렸고 

이마에는 목에 걸고 있던 망원경에 부딪혀 상처가 나 있었고 가지고 있던 관측용 지도로 구멍난 창을 막고
 
있었다.
 
감시비행 고도는 통상 6000피트(1800미터)에서 10000피트(3000미터) 사인데  나는 7000에서 8000피트
 
(2500미터) 높이에서 비행을 하였고 이 정도 높이에서  비행기에 구멍이 나면 기압 차이와 풍압에 의해서
 
비행기 안에 있는 것들이 바깥으로 빨려 나간다.
 
DMZ 감시비행 중에는 정상적인 비행을 하였고 임무 후 돌아오는 동안에 또 한바탕 비행기를 흔들었다.
 
그다음부터 내가 조종하는 비행기에는 절대로 타지 않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착륙 후 정비사에게 이야기해서 강력 본드로 후방 상부 창을 수리했지만. 

특히 절벽 오르 내리기는 수직 급 상승에 수직 급 강하(100미터이상 높이)를 연속 기동으로 실속 직전까
 
지 겁도 없이 하였으니 지금 생각하면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새삼 떠 오른다.

그러나, 지금 내 컨디션은 서울랜드에 있는 놀이 기구 몇개만 타도

속이 울렁 거린다. 세월이 그만큼 흘렀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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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임우순
현장감이 넘치는 군대야그의  글 즐감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정황섭
수원이 군대 무용담은 끝이 없구먼. 너무 재밌는 얘기네 그려.
추억어린 옛이야기가가 재미 있습니다.
자주 부탁해요. 감사 ^^
최해원
17기 포병 관측장교라면 79년 7월 이후에 부임했을텐데 우리가 17기랑 6월 말에 인수인계하고 전역했응께 ~~~~
사랑스럽고 귀엽고 고마운 후배에게 못할짓 했꾸먼 ㅉㅉㅉ
김수원
울산 군단장님 잘 계십니까. 늘 재밌는 소식 많이 들려주고 건강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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