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는이야기-52) 부부여행(10) 마닐라에서 보낸 송년의 밤
초이스는 정말 좋은 가이드입니다. 아는 것도 많고, 사람을 끄는 대화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녁식사는 샤브샤브로 해야겠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이 일제히 반대합니다. 어제 저녁에 보라카이섬에서 먹은 샤브샤브의 안좋은 추억(배탈난 사람들이 많은 듯) 때문에...! 문제는 이날이 마지막 날(12월31일)이라 음식점을 연 곳이 별로 없다고 합니다. 이상한 필리핀 음식(예를 들어 젓갈을 찍어먹는 망고)이야기를 하면서 그런거 먹으러 가자고 합니다. 모두들 손사래를 칩니다. 결국 샤브샤브로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거기도 밤 9시나 되어야 이용이 가능하다는 연락이 왔답니다. 마지막으로 중국음식점으로 결정되었습니다.
19:00 마닐라시내의 중국집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맛있게 잘 먹었는데 보라카이보다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나처럼 둔한 사람이 느낄 정도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이드는 오늘 연말이라서 폭죽놀이가 대단하니 늦게 호텔밖으로 나오면 위험하다고 주의를 줍니다. 나중에 돌아와서 아내가 필리핀에서 년말 폭죽놀이 때문에 800명이상의 사상자가 생겼다는 해외뉴스를 보았다고 이야기하더군요.
19:30 Century Park Hotel에 도착했습니다. 입구에 귀여운(?) 개 한 마리가 앉아 있습니다.
윽! 폭발물 탐지견이랍니다! 개가 한번 짐을 검사한 후에 들어갈 수 있고, 공항처럼 검색대를 통과해야 합니다. 모두들 로비에서 8시에 만나서 시내구경을 하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방(907호)으로 들어가서 보니, 금고가 또 말썽입니다. 이번에는 마누라가 말하기도 전에 프런트에 전화해서 금고 좀 봐달라고 했습니다. 창문을 열려고 하니 열리지 않습니다. 밖에 발코니가 보이는데 왜 안 열리지? 직원이 오지를 않습니다. 보라카이는 너무 일찍 와서 걱정인데, 여기는 늦어서 걱정입니다.
다시 전화해서 우리 지금 나가니까 서둘러 달라고 했습니다. 그제서야 직원이 왔는데, 몇 번 만지더니 고장났답니다. 호텔금고에 넣어줄까요? 하기에 필요없다고 보냈습니다. 하긴 귀중품도 없으니...! 창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했더니, 불청객인 모기 때문에 폐쇄했다고 유머를 섞어 이야기합니다. 재미있더군요!
준비하고 있는데, 유미씨가 전화를 합니다. 아무래도 약속한 8시까지 나가기 어려울 것 같으니 좀 기다려 달라는 이야기! 아내도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고 하네요! 그럼 내가 가서 모두 30분정도 늦게 만나자고 이야기한다고 나갔는데, 준선이네는 옆방(910)이라 금방 연락이 되었는데, 반장님과 지은이네 방을 모릅니다.
로비로 내려가니, 과연 반장님! 벌써 부부 다정하게 앉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정을 이야기 하고, 올라가다가 창문이 안열린다고 했더니 그방은 열린다는 겁니다. 반장님이 우리 방에 와서 열어주는데 뿌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열립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문을 부순겁니다! 힘이 장사입니다. 현미씨!(이름 안써서 섭섭(^_^)했지요?) 든든(^^)하겠습니다!!! 다른 방들은 안 열렸다고 그러더군요! 방두개의 창문은 확실히 저희가 부셔놓고 온 셈이네요!!!
그러다 보니 지은이네는 연락을 못했습니다. 처음부터 약속을 안한 것 같다고들 합니다. 애들이 어리고, 현우가 워낙 개구쟁이라서 그랬는지, 가족끼리만 따로 다녀서 그런지 본의아니게 왕따(?)가 된 것 같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가족들끼리 자전거타고 시내를 돌아왔는데 폭죽을 던지고 도망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놀랐다고 합니다. 그때 있었던 에피소드 알려주시면 고맙겠는데...! 이메일이 잘못되었는지 여기만 연락이 없네요!
지은이네 가족만 빼고 로비에서 한장! 역시 안나왔습니다. 이놈의 디카 후레쉬가 밤만 되면 반항(ㅠㅠ)을..! 이승준 동기가 뽀샵해준 걸로 바꿨습니다.
20:30 시내관광(가이드는 위험하다고 말렸는데, 역시 모두들 반골(^_^)기질이 있나!). 직원에게 유미씨와 같이 가서 구경갈만한 곳을 물었더니, 오른쪽으로 두 번 꺽으면 번화가인데, 오늘은 상점들이 문을 닫았을 거라고 합니다. 가보니 역시 불꺼진 길.
반대쪽을 보니 조금 음침하고, 지저분한 빈민가같아 보이는데 사람들이 많아서, 저쪽으로 가보자고 선동! 유미씨를 제외한 모두가 망설이는 듯! 가자하고 아내 팔끌고 가면서 혹시 싸움이 나거나 하면 나하고 준선이 아버지가 앞에서 막을테니까 반장님과 영재씨가 여자들을 데리고 뒤로 빠지라고 이야기했습니다(큭큭! 역시 남자는 나이 들어도 애라니까!). 아내는 질색을 하고 내가 또(?) 사고칠까봐 내팔을 잡아끕니다.
사실은 부끄럽지만 약한 사람에게 행패부리는 싸움 잘할 것 같은 사람(?)을 보면 눈꼴이 시어서 못 참는 성격이라 양아치(?)들을 두드려 팬 전과(ㅠㅠ)가 몇 번(?) 있었습니다. 마지막 사고는 1년이 좀 않되었군요! 아내는 제발 그런 종류의 사고는 치지 말아달라고 하지만, 맹세코 개인적인 감정보다는 사회정의(?)실현을 위해 주먹을 썼습니다. 여보! 이제는 그런 사고 안칠게!!
큰 길 옆으로는 좁은 골목길이 있고 확실히 빈민가라는 느낌이 옵니다. 모두들 불안한 눈치! 호텔로 돌아가자는 의견이 점점 늘어납니다! 특히 마누라가 극성스럽게 반대합니다.
섭섭하지만 뒤로 돌았습니다. 네거리부근의 마트를 보더니 아줌마들은 금방 생기를 찾고 마트로 들어갑니다. 호텔냉장고에서 꺼내먹은 물과 음료수를 채우겠다는 생각때문이겠지요! 마트에서 나오다 보니까 땅바닥에 종이를 깔고 폭죽을 팔고 있습니다. 아! 저거라도 사서 우리도 폭죽을 쏘면 되겠다. 모두들 말립니다. 불량품이 많아서 손가락 잘린 사람들 많다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네가족이니까 4개! 제일 허름한 걸 샀습니다. 하나에 20페소(400원)인데 길이는 제법 깁니다. 돈이 모자라 뒤적대고 있으니, 영재씨가 재빨리 50페소짜리를 냅니다.
아까 갔었던 큰 길로 가서, 불을 붙이려고 하니까 모두들 뒤로 슬금슬금(^^)! 혼자 떨어져서 한개에 불을 붙였더니 피식하고 그냥 꺼집니다. 뭐야? 불량품인가? 옆에서 보고 있는 6살쯤 되보이는 남자아이에게 물어보았더니, 내 라이터로 익숙하게 불을 붙입니다. 불꽃이 납니다. 날아가거나 하는 거는 아니고, 좀 밝은 불꽃이 나는 정도! 모두들 하나씩 들고 불을 붙입니다. 별로 재미는 없습니다! 호주머니에 남아있는 동전을 모두 꺼내 아이에게 주니 받아갑니다. 호텔로 돌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실망이 큽니다. 이런 기회가 또 있을지 모르는데(-_-).
결국 모두가 사이좋게 호텔 지하로 갑니다. 안내문을 보니 성인 1인당 1000페소(2만원)에 음식과 술을 준다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유미씨가 직원에게 물어서 확인을 하고 통역해주니까 모두들 배가 아직도 부르다고 반대합니다! 유미씨의 영어실력이 빛(^_^)을 발합니다.
유미씨가 라운지로 가보자고 제안합니다. 라운지는 700페소(14000원)인데, 샌달이나 노슬리브옷을 입은 사람은 입장을 못한답니다. 거기다 미성년자도 입장이 불가하다네요! 결국 준선네 가족 포기, 반장님 부부 배탈 때문에 포기! 유미씨, 영재씨, 우리부부 만 남았습니다.
나는 유미씨가 추천하는 맛있는 저알콜칵테일(이름을 잊었네! 유미씨 다시 알려주세요! 그리고 정말 고맙다는 인사말 다시 하고 싶네요)을, 다른 사람들은 데킬라선라이즈(?)를 마심. 전부 2800페소 만큼 먹을 수 있다는 유미씨 설명! 연어도 먹다가, 잠깐 바깥이 궁금해서 혼자 나가서 밖을 보았더니, 폭죽소리가 마치 전쟁터처럼 들려옵니다. 만약 폭죽놀이라는 것을 몰랐으면, 정부군과 반군이 한판 붙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겠더군요!
다시 들어가니 왠 샴페인이! 나중에 아내에게 들었더니 영재씨가 신년을 기념하기 위해 주문했는데 20만원(?)짜리라고 하네요! 아내가 사지 말라고 반대했는데, 영재씨가 쏘겠다고 했답니다. 너무 과용했네요! 대한민국 육군병장(^^)출신 영재씨! 고맙습니다. 그래도 그건 너무 과용했어!
11시 30분 창밖의 불꽃놀이는 점점 화려해지는데, 소리는 안들려서, 밖에 나가서 소리도 듣자고 모두 같이 나갔습니다. 직원이 쫒아와서 방번호를 물어보네요? 아! 아직 돈을 안냈지! 여기도 먹고 튀는(^_^) 사람들이 있군! 로비로 갔더니 소리는 들리는데 불꽃이 잘 안보여서, 우리방으로 가서 베란다에서 10분정도 불꽃과 소리의 향연을 즐겼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이런데 돈을 쓰니 경제가 개판이지! 하는 생각도 납니다만 인생을 즐기는 방법도 다양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평생 못 잊을 것 같네요!
11시 50분경 다시 라운지로 올라갔더니, 난리입니다. 모두들 고깔모자를 쓰고, 나팔을 불면서 올드랭사인을 부르면서 춤을 춥니다. 우리도 달라고 했더니 다떨어졌다고 고깔모자 하나만 가져다 줍니다(-_-)! 옆좌석에 있는 다른 손님들에게 3개를 빌려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영재씨! 바쁜 일 끝나면 사진 보내줘요! 12:00, 아니 2007년 00:00분 샴페인을 따라들고 건강을 빌면서 건배(cheers!)를 했습니다. 우리일행 모두의 행복을 빌면서!!! 아내와 러브샷도...
아내와 나는 두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마닐라에서의 마지막 밤을 기분좋게 보냈습니다! 로 끝났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다음편 한밤중의 비상(ㅠㅠ)사태와 쇼핑 기록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