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는 이야기-51) 부부여행(9) 팍상한 폭포의 추억
10:20분경 마닐라공항에 도착. 현지가이드 초이스씨를 만났습니다. 내리자마자 버스에 옮겨타고는 우리가 팍상한 폭포대신 푸닝 온천으로 간다고 보라카이섬에서 연락이 왔다고 하네요! 어? 그런 말 한적 없는데...?? 보라카이에서 아벨이 비슷한 말은 했지만, 결정된 사항은 없었는데? 뭐야? 사기(?) 아냐? 하는 의혹(^_^)이 들었지만 일단 들어나 보자! 하고 설명을 요구했죠!
푸닝 온천이 새로 생긴 관광지이고, 시간도 적게 걸린다나요! 팍상한은 버스운행 시간예측이 어렵고 힘든답니다. 개인적으로는 온천쪽이 더 좋을 것 같아, 일어서서 푸닝온천으로 가자고 선동(^_^)했죠! 다들 흔쾌히(속으로는 싫어도 제일 연장자가 나서니 싫다는 말을 잘 못하는지도..) 동의했는데, 가이드가 결정타를 날립니다. 푸닝온천은 10$(1만원)씩 더 내야 한답니다. 아내가 당신이 나설 일이 아니라고 내 옆구리를 찌르는군요! 결국 우물쭈물하다가 버스가 팍상한 폭포로 가는 고속도로로 들어서는 바람에 자동적으로 팍상한으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금방 후회했습니다. 길이 얼마나(ㅠㅠ) 막히는지...! 팍상한 폭포가 아니라 팍상한 기분이 되더군요!
예정보다 거의 1시간 가까이 더 걸린 것 같아요. 겨우 목적지에 도착해서 가와베(일본말(히라카나)로 써있었는데 아마 江邊이라는 의미일겁니다)이라는 음식점에서 점심먹고 나니, 젖어도 되는 옷을 가지고 와서 갈아입고 귀중품은 전부 놓고 가랍니다. 카메라도 물에 빠질지 모르니 조심하고 가능하면 안가져가는게 좋다네요. 옷 갈아입고 강변으로 내려가면서 아내가 잽싸게 비닐봉지를 얻어서 카메라를 넣습니다. 대한민국 아줌마(^_^) 파이팅! 왜 나는 그런 생각을 못했지?
작은 배에 올라탑니다. 여기는 “지옥의 묵시록”, “여명의 눈동자” “플래툰” 같은 영화를 촬영한 곳이라서 유명하다고 합니다. 두사람씩 배 가운데 타고, 앞뒤로 사공 둘이 노를 저어서 강 상류로 올라간다고 합니다. 일종의 래프팅인데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거죠!
유일하게 마닐라에서 현지인 가이드가 찍어준 사진 1장! 5$(5000원)입니다!
처음에는 별로 흥미가 없었는데, 이건 뭐 장난이 아닙니다. 정말 미안해서 몸을 못가눌 정도로 힘든 작업이더군요! 물이 낮은 곳에서는 사공들이 내려서 발로 배를 밀고 손으로 끌고 가는데 정말 미안했습니다. 사람이 할 작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ㅠㅠ)
중간에 바위틈에 잠시 쉬더군요! 그리고 “힘들다”고 뒤에 앉은 할아버지같은(?) 사람이 헉헉(ㅠㅠ)대면서 말합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지금 지갑을 로비에 두고 왔는데 돌아가면 작은 성의를 표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천하에 구두쇠인 아내도 아무 말 않더군요!
다시 힘차게 출발합니다.
배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출발하는 곳은 물이 많습니다.
폭포앞에서 내려서 뗏목위에 타기 전에 한장
뗏목으로 앞에 보이는 저 폭포아래까지 가서 물벼락 맞고 오는겁니다.
물벼락 맞고 다시 돌아와서 찍은 사진입니다. 마누라의 비닐봉지덕분에 무사한 담배부터 한가치 빼(^_^)들고..!
앞에서 끌던 젊은 친구가 이사진들을 찍어 주었습니다. 뒤에서 밀던 사람은 아버지랍니다. 부자가 같이 이 힘든(ㅠㅠ) 일을...!
다시 배를 타면서 할아버지에게 “아들이냐?”고 물었더니 “닮았느냐?”고 합니다. “닮았지만 아들이 훨씬 잘생겼다”고 하니까 크게 웃습니다. 자기보다 자식이 더 낫다고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 어느 나라나 같은가 봅니다. 자기는 56살(헉! 나보다 겨우 3살 위인 형님? 그런데 이가 빠져서 최소한 60이나 70은 넘어보여!), 아들은 36살이라네요(20살 되기도 전에 장가갔군).
“영어 잘(?)한다! 한국사람이냐? 다른 한국사람들은 말을 잘 안한다! 혹시 미국인 회사에 다니지 않느냐?”고 수다가 끝이 없습니다. “한국에 필리핀 사람들 공장에 많이 다니지 않느냐? 필리핀 친구는 없느냐?” 질립니다. 강변에 물소가 있어서 필리핀말로 무어라고 부르냐고 물으니까, “코리아, 물소”라고 하고 필리핀어를 가르쳐 주는데 당연히 잊어버렸습니다(ㅠㅠ). 원래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지나다니는 배들의 사공과도 끊임없이 무언가 이야기를 합니다. 올라갈때는 그렇게 조용하더니..! 올라갈때는 힘이 들어서 그랬나?
내려가는 길은 우리도 마음이 편했습니다. 일단 배를 밀지 않아도 되니까! 나중에 반장님 사모님도 올라가다가 여울에 걸릴 때마다 미안해서 “내릴까요?”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워낙 마음이 곱습니다. 선착장에 도착해서 잠깐 기다려 달라고 하고 뛰어가서 지갑부터 열었습니다. 5$을 꺼내들고 뛰어 내려가서 아들(이름이 Sunny)에게 주고, 형님(?)에게는 내가 썼던 모자와 목에 둘렀던 타올을 건네주고 왔습니다. 있는 건 다주고 싶더군요. 가이드가 돈을 주더라도 1$이상은 주지 말라고 했건만... 안 그럴 수가 없더라구요! 아마 아내가 없었으면 지갑채...!
다시 버스를 타고 마닐라로 들어갑니다. 갈 때 느꼈던 짜증은 느낄 수 없습니다. 워낙 충격을 받아서인지 길이 막힌다고 짜증을 내는 것 자체가 사치인 것 같은 느낌입니다. 갈 때보다는 교통체증(traffic jam)도 적었지만...! 만약 자기가 하는 일이 힘들고 인생이 불공평하다고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분이 계시면 팍상한 폭포에 가보세요! 그들의 눈물나도록 고된 노동을 보면 불평불만이 싹 사라질겁니다!
아! 우리가 간 곳은 원래 팍상한 폭포가 아니랍니다. 중간에 있는 작은 폭포인데, 원래의 팍상한 폭포는 거기에서도 20분 정도 더 올라가야만 한다고 하는군요! 지금은 비가 와서 관광청에서 매일 어디까지 가는지 정해서 연락을 한답니다! 만약 그렇다면 20분 더 타고 싶으냐고요? 저는 싫습니다! 거기까지도 미안해서 몸 둘바를 몰랐는데, 20분 더 간다면 미칠 지경이 될 것 같습니다!!! 진짜 팍상한 폭포는 우리가 갔던 폭포보다 훨씬 더 크고 웅장하다는 가이드의 설명입니다! 그래도 절대(ㅠㅠ) 다시 오지 않겠습니다!
다음편 마닐라의 송년의 밤 에서 뵙겠습니다. 모두들 좋은 날 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