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랑당(海娘堂)'의 민속학적 해석 (서옥하동기의 내기 제안에 답하여)

자유게시판

'해랑당(海娘堂)'의 민속학적 해석 (서옥하동기의 내기 제안에 답하여)

조주현 11 949
바다의 상징적인 성(性)은 여성이라 할 수 있다. 바다의 신이 된 신남 마을 처녀가 성적으로 결핍된 상태에서는 그 마을 사람들이 평안과 풍요를 누릴 수 없다. 해신(海神)이 성적인 충족을 얻어야만 마을의 평안과 풍어(豊漁)를 가져다 줄 수 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남근을 깎아 해신에게 바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전설과 목제(木製) 남근(男根)을 바치는 습속은 강원도 명주군 강동면 안인진 2리의 '해랑당(海娘堂)'에도 전해 왔는데, 그 내용을 간추려 적어 보면 다음과 같다.
옛날에 바닷가 안인진 마을에 한 어부가 과년한 딸과 함께 살았다. 어느 날, 그 처녀는 바닷가에 나갔다가 한 청년을 만났는데, 그 청년을 사모하는 마음이 점점 깊어지기 시작하였다. 어느 날, 그녀는 그 청년을 만나 청혼을 하리라 굳게 마음먹고, 그 청년이 있는 곳으로 갔는데, 그 청년은 벌써 고깃배를 타고 바다를 향하고 있었다. 그 청년은 바다로 나간 뒤에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 청년을 영영 볼 수 없게 되자, 처녀는 마침내 병이 들어 죽고 말았다.
그 처녀가 죽은 후 이 마을에는 고기가 전혀 잡히지 않을 뿐더러 연달아 재앙이 생기곤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마을 사람의 꿈에 그 처녀가 나타나서 말하였다.
"나는 시집도 못 가고 죽어 이렇게 원혼(寃魂)이 되었소. 내일부터라도 이 마을 높은 곳에다 나를 위하여 사당을 짓고, 남자의 신(腎)을 만들어 걸어 주시오. 그러면 고기도 많이 잡히게 될 것이오."
마을 사람들은 그 처녀가 말하던 대로 사당을 짓고, 오리목나무로 남자의 신을 만들어 걸어 놓고 빌었다. 그랬더니, 과연 그 이튿날부터는 고기가 많이 잡히므로, 어촌 사람들이 그것을 많이 만들어 걸게 되었다고 한다.
안인진 해랑당에는 1940년대까지 남근을 깎아 바치고 풍어를 기원하는 제의가 행하여졌다고 한다. 지금은 그런 민속이 없어졌는데,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적어 보면 다음과 같다.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전에 이 마을 이장인 이천오(李千五)의 부인에게 해랑신이 덮쳐 미쳐가지고 밤낮으로 해랑당에 오르내리며, "내가 시집을 갈 터이니, 김대부신(金大夫神)과 혼인 시켜 달라."고 하였다.
마을 사람들이 믿지 않자, 이장 부인의 병세는 악화되어 사경(死境)에 이르렀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동네 노인들이 상의한 끝에 '김대부지신위(金大夫之神位)'라 쓴 위패(位牌)를 만들어 놓고 '해랑신(海娘神)'과 혼인하는 제를 지내니, 이장 부인의 병이 나았다.
해랑신이 혼인을 하자 마을 사람들은 남근을 바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에 울진에서 온 큰 배의 선주(船主)가 고기를 많이 잡아가지고 가다가 해랑당에 소를 잡아 제를 지내며 남근을 깎아 달아맸다. 그런데, 그 사람이 제를 마치고 산에서 내려오다 고꾸라져 피를 쏟고 즉사해 버렸다. 그것은 남편이 있는 해랑신에게 간음을 시킨 죄로 신벌(神罰)을 맞은 것이라 했다. 이런 일이 있은 후로는 남근을 바칠 수가 없게 되어 현재는 제만 지내고 있다.<김태곤, 한국민간신앙연구. 서울 : 집문당,1983, 157쪽 참조>
이 이야기는 해랑당에 남근을 깎아 바치는 민속이 없어진 내력을 아주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이 마을에서 오랫동안 해랑당에 목제 남근을 바친 것은 이들이 성기신앙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을 중지한 것은 이 마을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 성기에 대한 신앙심이 약화된 때문이다. 이 마을 사람들은 20세기에 접어들면서 강화된 미신타파 운동과 폭넓게 자리잡게 된 합리적 사고방식, 그리고 성을 드러내기보다는 숨기려는 유교적인 체면의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함에 따라 남근을 깎아 바치는 일을 계속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기 시작하였을 것이다. 이 문제를 놓고 가장 심각하게 고민한 사람이 그 마을의 이장과 그 부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마을에서는 위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그것은 하나의 전설이 되었다. 그래서 해랑신을 김대부신과 혼인시키고, 남근 바치는 일을 중지하였다. 이 일을 계기로 해랑당에 목제 남근을 바치는 일은 마을 사람들의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만 것이다.
 
** 누가 이긴걸까? ㅎㅎㅎㅎ, 그리고 너무 따져대지 말게. 자료 찾아 정리하느라 고생스러우니까!! 그대는 너무 지적 호기심이 많아 탈이야 탈!!!  ㅋㅋㅋ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Comments

임우순
처녀귀신이 너무나도 무섭구나 ....남근을 매우 좋아하는구나....남근은 계속 받쳐야지...한편의 사극같은 "전설따라 삼천리"이네...향토사학의 글 대단히 감사합니다....
서옥하
내기는 내가 이긴거지 뭐! ㅋㅋ! 사실 남자의 신을 바치는 해랑당이라는 당집은 옛날 동해안에 무척 많았었는데,  민도가 높아지면서 미신이라고 해서 다 없어졌으니,  삼척에서 해랑당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하자는 이야기를 옛날 들었었거든!  그때 종교때문(?)에 반대하던 부시장(?)하고 티격태격(^_^)한 적이 있어 기억하고 있다!
나덕분에 당신도 근처의 민속을 공부했을테니 언제 밥한번 사라! 죽집티켓을 하나 보내던가!
 
조주현
아니지!! 지금은 남근 안바친다잖는가? 시집 보내 유부녀가 되어 남이 넘볼 수 없게 되었다는 전설!! 카!! 스토리테일링 매우 우수하다!!  ㅎㅎㅎㅎ--  암튼 내가 졌다고 치세. 우리집 사람에게 연락해 놓았으니 일간 한번 들리시게!! 계산은 내가 하기로했네 ㅠㅠㅠㅠㅠ
박성렬
대신 송이버섯 달아 매논곳도 있더이다.ㅎ
그건 그냥 송이 축제 때문이었던가???
조주현
어디가 그런가? 순 이상한 곳에 다니면서 이상한 것만 보고 다니시네 그랴 ㅎㅎㅎㅎ
** 사진은 삼척 해신당 물건들!!
 

최해원
몇년전 두어번 둘러봤는데 최근 전국의 유명 조각가들이 출품형식으로 엄청나게 거시기한 거시기들이 세워져 있더구먼 ~~~~~~~~ 마님 앞에서 기가죽어 어쩔줄 몰랐었던 기억이 새로운걸 ㅉㅉㅉㅉ
삼척시청에서 관광지로 새롭게 단장 할라꼬 전국에서 모집한걸로 아는데 거시기를 바치지 않키로 했다는건 틀린거 아이가 ㅉㅉㅉㅉㅉ
조주현
삼척 해신당은 게속 바친다. 서교수란 예기는 강릉 안인진에 위치한 '해랑당'에 대한 이야길세. 수업을 꼼꼼히 들어야지---
최해원
에구 ~~~~ 쉅시간에 깜빡 조랐네 ㅋㅋㅋㅋㅋ
그동네는 뭔 거시기들이 많응감 ????
비탈 오르락 거린다고 거시기 힘들이 보통이 아일낀데 ㅉㅉㅉㅉㅉ
여자들이 문제로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청 밝키는편 아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박두현
누가 이긴겨?
ㅎㅎ 바닷가 처녀 귀신 때문에 먹고 살던 무당들이 모두 실직 했겠군. 이건 청와대에 앞에 1인 시위감인데 ~~~~^^

박성렬
나는 동해안을 가더라도 신남 부근은 마누라 뎃고 절대로 얼쩡거리지 않는다.ㅎ
글구...여자건 와 없느지 모르것네 ?
엄기준이는 요사이 어업(?)에만 충실하느라 그러는지 통 뵐수가 없네..
기준이가 잘 아는디...목포 유달산 입구에 가면 여자거 쏙 빼논 유명한 나무 한구루가 있느니라...쩝.
기준이 한테 찍어논 사진이 어디에 틀림없이 있을것도 같은데...
이 인간이 요새 잉어에 미쳐서 정신이 없네 그랴...
이승준
"'해랑신(海娘神 )'이 '김대부신(金大夫神)'과 결혼 했으니, 유부녀가 되었고,
남편이 있는 해랑신에게 남근을 바치는 것은 간음을 시킨 셈이 되어,  죄로 신벌(神罰) 을 받았다..
이런 일이 있은 후로는 남근을 바칠 수가 없게 되어 현재는 제만 지내고 있다."
우와~ 그럴싸한 얘기네..
재밌다..

Total 191 Posts, Now 3 Page

34 인기 새해 첫 글을 올리면서!!
조회 1,010
15 인기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다!!
조회 950
16 인기 도루묵과 양미리 그리고 막걸리
조회 1,052
28 인기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조회 1,038
42 인기 까재미회 <10. 26> 회동 결과 보고!!
조회 1,005
38 인기 까재미회 <10. 26> 번개팅 발령!!
조회 1,026
26 인기 까재미회 최경덕에게 삼척시민 감사패!!
조회 1,058
12 인기 불타는 오대산!!
조회 894
45 인기 언더파 축하패 전달 & 접대의 정석!!!
조회 1,032
21 인기 비탈에서 너무 설쳤나?
조회 899
21 인기 장어먹는 '까재미'들!!
조회 957
23 인기 그대가 동기여서 감사합니다!!
조회 986
30 인기 강릉 '산 우에 바닷길'을 걷다
조회 964
21 인기 우리끼리 몰래 먹어 죄송!!!
조회 1,011
8 인기 강릉 <바우길>에 미친 소설가 이순원
조회 928
13 인기 동해사령부 긴급 모임(2011. 7. 27)
조회 981
카테고리
Banner
  • 글이 없습니다.
최근통계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