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3일째의 스쿠버다이빙교육 동기생(?)들! UDT나 SEAL같지 않나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3개월, 약간의 우울증과 당뇨에 의한 저조한 몸 상태로 지내고 있는데, 여동생에게서 필리핀으로 패키지여행을 예약했으니 가라는 연락이 왔다. 우리나라에도 좋은 곳이 많은데 무엇 하러 외국에 나가서 외화낭비를 하냐고 화를 냈더니 여동생 왈
“오빠 때문이 아니라 10년도 넘게 엄마 병수발 하느라 고생한 새언니한테 고마워서 요금을 벌써 전부 지불했고, 환불은 안 되게 했으니 아무 소리 말고 갔다 오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생각하니 어머니 병 때문에 3일 이상 출장도 안 가고, 외국 교환교수제의도 계속 포기하면서, 집사람에게도 고생을 많이 시켰구나! 그래! 고맙게 갔다 오자! 나야 기회가 많겠지만 집사람은 지금 아니면 어려울 것 같다. 고맙다. 우리 착한 동생들....
보라카이섬? 도대체 어디야? 인터넷을 찾아보니 보라(바람) 까이(벽)라는 뜻으로 바람을 막아주는 섬이라는 뜻을 가진 아름다운 세계 3대 해변중 하나란다. 좀 더 자료를 검색해보려다 “아니! 모르고 가는 게 좋겠다! 해변이라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며칠 수영하고 책이나 보다가 돌아오면 되겠지”
하고 결정했다. 역시 나는 게으른 편이 확실하다(-_-)
여동생이 내가 비교적 한가한 시간인 12월 29일부터 1월2일까지 예약했단다. 모든 수속을 아내에게 맡기고, 아무런 준비 없이 있는데, 23일(토)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용은 여행사에서 “그날 출발하는 사람들이 단체로 예약을 했는데, 타인인 우리부부가 끼면 불편하니 바꿔달라고 한다. 하루 앞당겨 가셔도 되겠느냐?”는 거다. 상관없다고 했다. 그런데 일정표를 팩스로 보내달라고 하니 날짜만 다르고 내용은 똑 같으니 그냥 써도 된다고 했단다. 아니 이게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인가? 동남아가기도 전에 시간에 관대한(?) 문화충격(culture shock)에 대비하라는 배려인가? 아니면 형편없는 삼류여행사?
인터넷으로 하나투어라는 여행사홈페이지를 검색했다. 생각 했던 거 보다 큰 여행사라는 느낌이 왔다. 불편신고번호를 찾아, 이야기를 하니, 담당자(윤소용) 번호를 알려주면서, 남자라고 한다. e-mail로 일정을 보내달라고 해서 처음으로 보니 잘 모르겠다. 숙박 장소의 전화번호도 없고...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어! 여자가 받는다. 이름을 대니 본인이란다. 같은 여행사 직원끼리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다니? 유령여행사인가? 아니면 너무 규모가 커서? 아마 후자인 듯 했다. 바뀐 일정표를 보내지 않은 것에 대해 따졌더니 죄송하다고 하고, 숙박 장소는 아직 확정이 안 되었단다. 다시 화요일 날 전화를 주겠단다. 그러고 보니 일요일과 크리스마스가 이어진 연휴다. 화요일 날 물어보아야지!
화요일 직장동료의 집에 상이 나서, 운전해서 여러 사람과 같이 고양시 명지병원으로 문상을 가는데 전화가 왔다. 운전중이니 나중에 통화하자고 하고, 휴게실에서 전화를 했더니 받지를 않는다. “음! 역시 유령여행사인가?” 하고 생각하면서 다시 운전을 하는데 전화가 걸려온다. 나중에 다시 하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하필 문상하는 도중에 또 전화가 온다. 왜 이렇게 타이밍이 안 맞는 건지? 안되겠다! 이 여행사와 나는 서로 궁합이 안 맞는가 보다! 내일 10시에 통화하기로 하기로 하고 끊었다.
수요일 겨우 통화하면서 호핑투어(80$= 8만원)와 스쿠버다이빙(100$= 10만원)이 옵션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건 하고 싶은데, 팍상한폭포 트래킹은 별로 내키지 않는다. 취소하고 아내와 둘이서 마닐라 시내관광을 따로 하겠다고 하니 그건 가능한데, 환불은 안 된단다! “뭐 그런 게 다 있어? 안가면 안 받는 거지?” 하고 화를 내어도 윤소용씨는 흥분도 안 하고 잘도 설득한다! 그러면서 호핑투어와 스쿠버다이빙, 황제마사지를 국내에서 BC카드로 결제하면 20% 디시(discount= 할인)해준단다. 원래부터 마사지는 별로 즐기지 않으니 뺀다고 하니, 10%할인이란다(-_-). 현지에서 신청을 해도 되는데 그때는 그나마도 할인이 안 된다나? 그래! 어차피 쉬자고 가는 건데, 좀 마음에 안 들어도 그냥 가자하고 결정했다. VISA카드는 있는데 BC카드가 없어 아내에게 전화해서, 10% 디시 된 34만원을 카드로 결제하라고 하니, OK란다. 가만! 아내가 가지고 있는 BC카드도 어차피 내 월급카드잖아? 장님 제 닭 잡아먹기인가? 하긴 내 월급통장은 아내가 가지고 있으니 어차피 나하고는 무관(?)한가?
은행에 가서 70만원을 환전했다! 환율 942.2. 약 740$인가? 저녁때 일정표를 새로 받아, 집으로 갔다. 아내가 여행가방과 배낭을 준비했다. 가방이 큰 것 같다.
“여보! 바닷가로 놀러 가는데, 무슨 짐이 필요해? 내 배낭하나면 충분하지! 수영복과 겉옷 2~3벌만 가지고 가자!” 했더니 아내 왈
“당신은 한 벌만 있어도 되지만 나는 가려할 할 곳이 많잖아요? 이거 다 가져가야 해!”
하긴 신혼 초에 강가에 놀러 가는데, 압력밥솥까지 가지고 가서 나한테 욕먹고 부부싸움까지 했던 아내다(^_^). 어머니가 아내 편을 들어 내가 지기는 했지만(나는 어머니한테는 꼼짝도 못한다) 그때는 혼자서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했었다(하하하). 결혼생활 26년 동안 집사람은 항상 어머니가 든든한 배경이었다. 큰 부부싸움은 없었지만 소소한 다툼은 늘 있어왔고, 그때마다 어머니의 한마디로 내가 꼬리를 내렸었지! 내 반항은 그저 2~3일정도 아내에게 말도 하지 않는 것으로 표현했을 뿐 이긴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제는 어머니가 안 계시니 내가 이길 만도 한데, 편들어줄 사람도 없는 아내가 불쌍해 보인다. 누가 있어 편들어 주겠냐! 내가 잘해줘야지!!!(큭큭, 간이 배 밖으로 나온 50대 늙은 남편의 독백?)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