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순원씨와 내 사무실에서 만나 대화할 기회를 가졌습니다.(사진)
연수원에 근무하다보면 유명인들은 거저(?)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이순원이란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인터넷 검색창을 이용하기 바랍니다.
요즘 이 작가가 <글>에 미쳐있는 것이 아니라 <길>에 미쳐있습니다.
제주도의 '올레길' 지리산의 '둘레길'이 있다면 강릉에는 '바우길'이 있는데,
이 '바우길'을 이순원 소설가가 개척해 놓았습니다.
** <바우길>에 대한 정보도 인터넷에서 상세히 얻을 수 있습니다.
올 가을 솔향과 동해 바다의 정취가 가득한
<바우길>을 한번 걸어보지 않으시렵니까?
놀러 한번 오세요!!
-- 마누라에게 카드 너무 남발한다고 엄중 경고받은 중이오니
먹을 것은 각자 싸가지고 오세요 ㅋㅋㅋㅋ
길에서 만난 사람 ④ 이순원 ‘한국 길 모임’ 초대 상임대표
[중앙일보] 입력 2011.08.26 04:00 / 수정 2011.08.26 04:00걷기여행이 뜬다니까
호화판 길이 여기저기 생겨요
토목사업이 돼선 곤란하죠
이날 발족식에서 ‘한국 길 모임’을 이끌 초대 상임대표도 선임됐다. (사)바우길의 이순원(54) 이사장이다. 이순원 이사장은 2009년부터 고향인 강원도 강릉에서 생태친화적인 트레일 바우길을 개척해 전국 명소로 일군 주인공이다. 그러나 이순원 이사장은 바우길을 내기 한참 전부터 유명 인사였다. 이순원은, 소설 『은비령』의 작가로 이미 수많은 독자에게 익숙한 이름이다. 한국 길 모임 초대 상임대표가 된 이순원 이사장을 만났다.
“나도 그래요. 내가 바우길 말고 언제 자리를 맡아본 적이 있나. 학교 다닐 때 반장도 안 해봤는데. 내가 단체 대표를 맡을 수밖에 없게끔 상황이 흐르고 말았어요. 지리산둘레길을 낸 도법스님은 종교인이니 세속의 일에 얽매여선 안 됐고,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은 제주올레 자체 일정 때문에 바쁜 것도 있지만 제주올레가 갖는 상징성 때문에 앞에 나서면 안 되는 상황이었어요. 제주올레가, 나아가 서명숙 이사장 개인이 세력을 확장하려는 시도 아니냐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저 혼자 남았어요. 비유하자면, 도법스님과 서명숙 이사장의 ‘대리 사장’이라고 할까요.”
-글만 쓰던 사람이 어쩌다 길을 내는 사람이 됐습니까.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안 했지. 2009년 5월이었어요. 고향 강릉에서 뜻있는 사람이 모여 걷는 길을 낸다고 해 내려가게 됐어요(그는 현재 경기도 일산에 살고 있다). 내 대표작이 『은비령』이잖아요. 『은비령』말고도 사실 내 소설의 태반이 고향을 팔아먹는 거잖아요. 고향이 하는 일에 조금은 보탬이 될 수 있겠다고 소박하게 생각했지요. 그런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 옛길 복원해서 사람이 걷는 길 만든다는 게 생각만큼 만만한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래도 고마운 건, 돈 한 푼 안 받고 바우길에 나와서 일하는 이기호 사무국장을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이에요. 그분들 덕분에, 아니 그분들이 눈에 밟혀 바우길을 소홀히 할 수 없었어요(이순원 이사장은 2009년 5월 이후 주말마다 고향에 내려갔다. 그는 “해외 출장 등으로 두 번만 주말 고향행을 빠졌다”고 말했다).”
-한국 길 모임은 왜 만들게 됐나요.
“단기간에 걷기여행이 확 떠버리니까,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이 툭툭 불거지고 있어요. 대표적인 문제가, 걷는 길을 호화판으로 내는 거예요. 걷기여행이 뜬다고 하니까 전국 지자체가 앞다퉈 탐방로를 내고, 정부부처도 탐방로 조성에 수백억원씩 예산을 쏟아 붓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길 하나에 이름이 대여섯 개인 데가 생기고, 곳곳에서 대규모 공사판이 벌어지는 거예요. 전국의 길 내는 사람이 가장 경악하는 게 바로 이 부분이에요. 조금은 불편하고 더디더라도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자고 길을 걷고 있는데, 외려 길이 자연을 망치는 꼴이 돼 버렸거든요. 트레일 조성을 토목사업으로 판단하면, 그때부터 걷는 행위의 진심은 왜곡될 수밖에 없어요. 최근 등장한 ‘길 브로커’ 문제도 골칫거리예요. 이런 현안을 해결해보자고 전국의 트레일 운영자가 모였고 단체까지 만들게 됐어요.”
-‘길 브로커’라니요.
“길에 돈이 모이니까 생기는 현상이에요. 정부는 길에 예산 쏟아 부을 생각만 하고, 지자체는 길 내서 관광객 불러 모을 궁리만 하고 있으니까 돈 냄새 맡고 브로커가 달려드는 거예요. 전국 지자체 찾아다니며 옛길 복원해 탐방로 조성할 테니 수고비를 내라고 하거나, 지방 곳곳에 이러저러한 트레일 만든 사람이라며 관계 부처나 기업 찾아 다니며 돈을 뜯어내거나, 저명한 사회인사를 단체 대표로 모셔다 놓고 이 양반 이름을 빌려 로비를 하는 사람들까지 생겼어요. 우리 단체가 가장 먼저 할 일이 이들 브로커를 길에서 쫓아내는 일이 될 겁니다.”
한국 길 모임 결성을 위한 준비는 지난해 11월 시작됐다. 전국 주요 트레일을 돌며 모두 여섯 차례 회의를 했고, 마침내 25일 단체가 결성됐다. 조직은 이순원 상임대표, 임현 사무국장(군산구불길 이사), 그리고 전국 트레일 운영자 8명과 상임대표가 참석하는 운영위원회로 구성됐다. 이순원 이사장은 “이제 막 전국 조직을 꾸린 상태”라며 “세부 규정은 차차 운영하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손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