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기로 임관한 우리 아들 전역도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참 세월이 빠릅니다.
임관하여 자대 배치받은 것이 엊그제같은데-----.
지난 주에 마지막 휴가를 왔다가 귀대하는 녀석을 배웅하며
'말년에 몸조심해라!!' 당부하고 보냇습니다.
11일 새벽. 아들 녀석이 다죽어가는 목소리로 집에 전화했습니다.
"맹장이 터져 군단관할 국군병원 응급실에 있다"고요.
집사람과 불이나게 전방으로 달려갔습니다.
새벽길을 달려가면서 참 별별 생각이 다 듭디다.
아이는 군병원 응급실에 누워있었습니다.
어두침침한 형광등, 그리고 그 썰렁한 응급실 분위기!!
군의관이 자세히 설명해 줍디다.
그리고는 수술을 해야하는데 군병원은 장비가 없어
개복을 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내가 알기로는 요즘엔 맹장 수술은 개복하지 않아요)
그렇지 않아도 요즘 군부대 의료사고가 자주 언론에 오르내려
찜찜하던 차에-----.
아이를 승용차에 싣고 춘천의 병원으로 실어왔습니다.
응급실에 도착하니 겨우 마음에 놓입니다.
이 미련한 녀석이 며칠전 부터 아팠는데
전역을 앞두고 몇군데 취업 원서를 내놓고
면접 준비하느라 너무 신경과민이라서 배가 아픈 줄 알았답니다.
맹장이 터져 복막염으로 인해 치료가 좀 늦어진다고 하지만
수술은 잘되고 현재 회복 중입니다.
면접을 못봐 그나마 잡은 기회를 놓친 것이 녀석에게는
또다른 상처로 남겠지만 그래도 우선은 건강아닌가 싶어
놀란 부모 가슴 쓸어 내립니다.
그런데 정말 우리나라 군대 병원은 시급히 개선해야 겠습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소중한 우리 자녀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각종 안전 장치가 너무 미흡하다는 생각입니다.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다좋습니다만----)
장교가 받을 수 있는 의료 혜택이 저 수준이니
사병들은 오죽할까 절로 고개를 저어봅니다.
짜슥이, 말년에 몸조심하라고
그렇게 일렀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