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밤에
걷기 좋은 복장으로 문밖을 나선다.
자유로움의 실체와 맞닥뜨린 야간 산보는
철저히 보안이 담보되어 더더욱
평화롭기만 한데----
발걸음이 다다른 곳에
검은 바다가 누워있었다.
허연 이빨을 드러낸 채
달려왔다가는 밀려가고 있었다.
일렁이는 수면 위론 사선을 그으며
가는 빗줄기가 내린다.
'오늘이 10월의 마지막 밤이구나' 생각하며
정작 흥얼거린 노래는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아니라
윤도현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 였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우리는 헤어졌지요'가 아닌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였다.
상실감이 아닌 기대감이어서 다행이고
그리움이어서 조금은 애틋해 안심이다.
바닷가 따라 늘어 선 횟집의 불야성을 보며
술 한잔 생각도 굴뚝같았지만
혼자 밥먹는 것보다 더 청승스러운 것이
혼자 술잔 기울이는 것임을 알기에
경포대 호숫가 따라 난 산책로로 발길을 돌렸다.
'홍장의 고사'가 여전히 호사스럽기만 한 정자를
바라보며
걷는다.
4.35km 들레 길을-----
우리들 삶의 길은 얼마나 멀까?
온 거리만큼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할 남은 인생을
떠올리다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니
거짓말처럼 칠흑같은 어둠 속에 숨어
온 길은 뵈지 않는다.
가자!!
남은 길이라도 터벅터벅 소 걸음으로.
빗줄기가 굵어진다.
받쳐든 우산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딱 듣기 좋을만한 즈음에 숙소에 당도했다.
머지않아 맞이할 겨울바다가
보고프다. 기다려진다.
아~~~
갖고싶다.
나도 이런 어찌보면 평범한 일상을 시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갖고싶다.
좋은 글 자주자주 부탁합니다.
주현이 강릉 생활이 적적한가 보구나
삼척의 까재미들을 강릉으로 불러올리던지, 까재미 2호점을 차리던지해야지
전혀 적적하지 않음. 오히려 매주마다 연수원에 연수차 오는 지인들이 많아 연일 먹어대야하는 고통스러운 즐거움이 버거운 지경임 ㅎㅎㅎㅎ-- 이처럼 호젓한 시간을 내기란 참으로 모처럼의 기회라 할 수 있다네 ㅎㅎㅎㅎ
호수에 비친 기생의 얼굴만 그리지 말고 그 치마 뒤에 숨어서 헤찰치는 저도 좀 기억해 주세요. ^^
캬!!~~~조오타(?)~~~ㅋㅋㅋ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