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대장 사고일지-11) 배추잎은 푸르렀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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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대장 사고일지-11) 배추잎은 푸르렀건만...!

서옥하 22 1,013
(소대장 사고일지-11) 배추잎은 프르렀건만..!
 
전방에 가게 되면 인구밀도가 낮아서 그렇겠지만 노는 땅이 많습니다. 저처럼 저땅 놀리기는 아깝다! 라고 생각하신 동기들도 많으실텐데...!
 
우리중대가 전방에 간 1978년 여름쯤 되자, 2소대(4.2인치)의 선임하사가 찾아와서 연병장 옆의 빈땅에 배추를 심어도 될까요 하는겁니다. 아마 제가 그때 중대장님하고 사이가 좋아서 지원사격(^^)해달라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결산시간에 제가 중대장님한테 저땅 놀리기 아까운데요! 하고 운을 떼고 김중사가 그럼 제가 농사좀 지어볼까요? 하고 미리 짜여진 레파토리가 우습게(^^) 성공해서 배추밭이 만들어졌습니다. 전방이라고는 해도 바로 옆에 마을도 있는 서부전선이니까 가능한 일이었을것 같습니다만...!
 
김중사는 고참 중사였는데, 동기들은 다 상사진급을 했는데 이상하게 상사진급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무슨 하자가 있는것도 아니고 아주 성실한 사람인데, 왜 진급이 않되는지 좀 의아했습니다만...!
나한테 개고기 먹인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개고기와 뱀고기의 추억 에서 나왔던...!
 
시간만 나면 물주고, 비료주고 당번병 뽑아서 정성껏 관리를 하니 배추는 금방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배추농사 짓기 시작하고 얼마 안되어서 아마 가뭄때문이었던 것 같은데, 배추와 고추가 흉작이라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신문에는 拜추, 高추라는 신조어가 나오고, 왈순아지매인가 고바우 영감인가 하여튼 신문의 네컷짜리 만화에서 본 내용인데 그림내용이 확실히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너무 비싸서 큰일이라고 연일 대서특필...!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우리연병장 옆의 배추는 어리지만 잘 자라고 있었으니까 김중사는 상당히 기대가 컸던 모양이었습니다.
 
하루는 김중사가 흥분해서 저한테 말하기를, 배추 사러 장사꾼이 왔었답니다. 그 전방까지 소위 밭떼기 하는 중매인이 찾아온 겁니다. 그리고 가격을 제시했는데 김중사 예상보다도 훨씬 높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냥 보냈답니다??? 왜? 그냥 팔지 그랬어? 가격도 좋다면서? 했더니 조금만 더키우면 훨씬 높아질 것 같아서 다음에 다시 오라고 하고 보냈답니다. 그리고는 배추 팔면 소대에 전축하나 들여놓을 생각인데, 소대장님한테도 뭐 좋은거 해 드릴게요! 하고 의기양양했습니다.
 
그뒤로도 얼마나 열심히 배추밭을 돌보았겠습니까? 그런데 기간은 기억이 안나는데, 늦배추들이  출하되기 시작하면서 배추, 고추 파동이 진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천장부지로 올랐던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겁니다. 당연히 장사꾼은 다시 오지않고...! 배추는 아름들이가 되게끔 점점 커져만 가고...! ㅠㅠ!
 
결국 김중사는 용단을 내렸습니다. 본인이 직접 배추를 싣고 금촌 읍내의 김장시장에 내다 팔기로 한겁니다. 그래서 그럼 수송부 황중사한테 이야기할테니 스리쿼터(4.2인치 싣고 다니는 좀 작은 군용트럭)좀 지원받아서 갔다 오라고 했는데, 군용차량을 사적인 목적에 쓸 수는 없다고 괜찮다고 거절하더군요! 너무 고지식한게 흠이었습니다, 그래서 진급을 못했나?
 
그리고는 동네 경운기를 2대인가 빌려서 금촌 배추장터까지 나갔습니다. 아마 11월 중순정도였을 것 같군요! 확실하지는 않은데...!
 
첫날 못팔아서 그냥 장터에 두고 돌아왔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다음날 때아닌 눈이 내렸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거적같은걸로 보온을 한 모양인데, 우리 김중사는 그냥 놔두고 돌아왔는데, 기습한파와 더불어 눈이 내려서 배추가 다 얼어버렸습니다. ㅠㅠ! 
 
결국 다 버리다시피 하고는 초라하게 돌아와서 "왜 나는 이렇게 되는 일이 없지" 하고 신세한탄을 하던 김중사!  나중에 제가 전역할때 간부들이 기념패를 해주었는데, 김중사 이름만 잘못 되어 있었습니다. 김중사 그래도 아직 내가 확실히 이름 기억하는 선임하사들은 당신하고 송상사 둘뿐(ㅠㅠ)이야! 나머지는 성만 어슴프레 기억나고, 이름은 기억도 안나네(ㅠㅠ)! 그때 아마 애들이 국민학교 5학년인가 했으니, 아마 30중반쯤? 지금은 환갑도 훨씬 넘은 할아버지겠지!
 
배추대박은 안났지만, 그뒤로는 좋은일 많았기를 빌면서...! 내가  전역할때 엉엉대고 울면서 이번에 김중사 꼭 진급시켜주라고 중대장님한테 부탁하고 나왔었는데, 물론 진급은 하셨겠지? 꼭 한번 간다고 약속해 놓고 못지킨 32년전의 106미리 소대장 서중위를 기억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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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서옥하
군단장! 당분간 내가 바빠서 일주일에 한편 올리기는 힘들것 같으니 당분간 두편씩 올려주시면 안될까?

이주일에 한편씩, 군단장 글 두편 올라오면 1편은 내가 책임지고 올릴게! 2:1로 나누자구! 미안
최해원
ㅉㅉㅉㅉ 괜한 약속을 했어 ~~~ 괜히했어 ~~~ 괜히했어 ~~~ (남성인권보장위원회 박성호 버젼) ㅋㅋㅋㅋ
꼬리글 올라오는거 봐감서 ~~~~~~~~~~~~~ ㅋㅋㅋㅋㅋㅋ
이삼범
그게 농사인걸..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밭떼기가 성행하지. 고게 요새 유식한 말로  주식시장에서 나오는 '선물 투자'  죽은 놈 고추 만진 심정.. 삼가 위로의 말쌈을 올리나이다.. ㅋㅋㅋㅋㅋㅋㅋ
서옥하
난 주식을 안해서 모르겠는데, 선물 투자라는게 밭떼기하고 비슷한 개념인 모양인군?
대박 나던가 쪽박차던가 둘중의 하나인건가?
이삼범
야스.. 여기에 맛들이면 거의 거덜--  먹는 만큼 누군가는 그 만큼 손해보는 게임  ㅎㅎㅎㅎㅎㅎ
윤윤병
지금 고구마 꼭지를 잘라 물에 넣어두었더니 상당히 자랐는 데 그걸 심을 땅이 없다.ㅠㅠ
서옥하
다시 전방 GP에 관측장교로 가서 심으면...?
윤윤병
그럴수 있으면야....ㅎ
오자진1D
오카 / 해워니 수고 많네
계속 GO GO
바쁘면 바쁜대로 원판 딸리면 꼬리글로 계속 지지고 복고 하면 되지
서옥하
몽고는 언제 나가시는거야? 되도록 천천히 나가라! 전임 보지위원장 안계시면 자유게시판이 좀 썰렁(ㅠㅠ)할 것 같다!
임우순
배추농사 잘 짓고. 김중사 화이팅이네...
서옥하
비쌀때 그냥 팔았어야 했는데...! ㅉㅉㅉㅉ!
최준영
이제 그동안 바쁜거~~??? 끝났네~~ㅎㅎㅎㅎㅎ
전방에 근무하는 부사관들이 가끔은 엉뚱한 짓해서 진급을 못하지~~아마

통신대에 장기복무 하사관이 2명이었는데  1명은 고참중사는 중사로전역, 1명은 고참하사 이었는데 일취월장 진급하여 현재 원사로 제대말년

그중  중사로 제대한 이중사~~ 이친구 한테 자연공부 톡톡히했지 ~~
산 짐승 꿩,토끼,오소리,뱀,삵괭이,뫳돼지,나무열매 머루,가래,다래,오미자,칡,등등 철따라 산에서 잡아 오던가 따와서 대대장,연대장 부연대장,사단참모등 한테 상납하여 진급1순위로 매번올라가지만 번번히 누락 ~~
결국 중사만기로 전역 했던기억 ~~

나중에 대략 감 잡은 거지만 진급에 중요한데다 ~~???
 상납 내지는 근무신경을 못쓴거야~~

진급에 엉성한거 같은데도 사람볼 줄 아는데가 군데인거 같애~~ㅋㅋㅋㅋ
배추가 올해 지금도 비싸다네 ~~
이삼범
준영 동기 차암 좋은 자연 선생 두었었군.. 동기가 근무한 부대 지휘관들은 정신이 바로 선 사람들이었나봐.. 이런 사람들이 지금 있었으면 국방장관이 말하는 '26일은 군 치욕의 날' 이란 소릴 안할껀데...
엄기준
오카야 니는 안해본것이 없구나. 나는 전방에서 말년에 시간은 많았는디 배추 심을 생각은 아예 못했따~~~
서옥하
내가 한건 아니고...! 김중사가 농촌 출신이라서 가능했던거겠지!
최해원
소위때 독립중대 화장실옆 빈터를 일구어 무우, 배추를 심고 물주고 화장실 똥물 퍼다주고 등등등 ~~~~ 지극정성을 다한결과 11월경 엄청 크게자란 배추랑 무우를 대대간부들 김장용으로 상납하고도 남아 무우구덩이 깊이파고 볏짚 훔쳐다가 꼬깔까지 씌웠는데 철책 연대 대대장 월북사건으로 졸지에 12월 1일부로 모든걸 다 ~~~ 버리고 철책으로 들어갔는데 두고두고 무우 구덩이 생각이 나더라 !!!
서옥하
부대교채 때문에 무우대신 별로 쓸데도 없는 소총을 찾은거네? ㅋㅋ! 좀 손해(^^)같은데...!
먹는게 남는거야!(^^)
조주현
우리 소대 선임하사 최중사(월남 맹호부대 출신, 화천이 고향, 그래서 우리 대대에서는 우리 소대를 비탈소대라고 불렀음)
부대옆에 돈사를 만들어 부대 잔밥으로 돼지를 키웠는데,
애들 크면 학비나 마련할까 시작한 축산.
그러나 그 해 여름 돈콜레라가 만연하여 투자한 돈 한푼도 못건지고-----.
불법 축사라 면사무소에서 달려와 순식간에 철거해 버리고.
우리 최중사,
속상하여 못마시는 술 마구 마셔서 부대앞 술집에 분대장 몇명하고 달려가 들쳐 업고 부대로 돌아오던 기억이 서교수의 글을 읽다가 떠올랐습니다.

눈이 참 착하고 선했던 최동희 중사!!
지금은 한갑이 넘었겠구랴----.
내 청년 시절 한구석에 또렷이 자리잡고 있는
그 사람이 오늘은 참 그립습니다.
[출처] 대한민국ROTC15기총동기회 - http://rotc15.org/bbs/board.php?bo_table=z7_2&wr_id=12722
서옥하
그려! 우리 취사장 잔반으로 돼지 키우던 주민이 있었는데, 가끔 중대에 술이나 떡같은걸 가져다 주는것 같더라! 지금은 거꾸로 가져가 달라고 부탁해야 할것 같은데...!
홍융기
서옥하교수! 감칠 나는 글 잘 읽고있네! 별일없지? 늘 행복해라! 친구야...
서옥하
체육대회 갈 친구들 꼬드기고 있는데, 아직 반응이 시원찮네! 총사령관님 그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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