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도 동국대학교 2학기 수시모집 논술 문제에 제가 강원일보에 기고한 글의 일부가 지문으로 출제되었습니다. 누가 알려줘서 며칠전에야 알았는데 이런 일도 있네요. 앞으로 더 조심해서 글을 써야 겠습니다그려. ㅎㅎㅎㅎ
그런데 이건 저작권 위배 아닌가?
인용해 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하는건가요?
신통치도 않은 글을 읽으며 논술하느라 고생한 수험생들의 모습이 어른거립니다. 츳츳츳!!!
아래는 동국대학 2006년도 논술고사 기출제 문제입니다.
[가] 영국의 언어학자 샘슨은 “한글은 인류의 가장 위대한 지적 성취 가운데 하나”라고 극찬한 바 있습니다. 훈민정음을 국보 제1호로 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모두가 당신이 만드신 한글의 우수성과 독창성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왕님이시여! 이토록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한글이 처한 오늘의 상황을 바라보면 저희들은 머리를 들 수가 없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외래어에 쫓겨 안방자리를 내주어야 하는 형세가 되었는가 하면 무분별한 남용과 오용으로 본래의 모습을 잃은 채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말과 글들이 부지기수로 떠돌아 다닙니다. (중략)
세종대왕님! 말과 글도 어쩌면 공기나 물과 같아서 당연히 누리며 살아갈 때에는 별로 그 가치와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나 봅니다. 그래서 공기나 물의 오염에 대해서는 민감하면서도 말과 글의 오염과 훼손에 대해서는 무심합니다. 공기나 물이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듯 말과 글은 민족의 얼과 직결되어 있음을 미처 알지 못하는 백성들의 무지몽매함을 너그러이 헤아려 주십시오.
최근 외솔 최현배 님의 친필 방명록이 발견되었습니다. 그 중 글 한 대목이 서늘하게 가슴에 와 닿습니다. “한글이 목숨이다.” 우리들이 한글을 왜? 무엇 때문에? 굳건히 지켜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쟁쟁한 울림장이 아닌가 합니다. 559돌 한글날을 맞이하여 다시 한번 대왕님의 커다란 업적을 기리며 어리석은 백성들 가운데 이날 하루만이라도 한글은 한국인 개개인의 목숨이자, 겨레의 목숨 그 자체임을 깨닫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면서 저의 글을 맺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조주현 《세종대왕님 전상서》, (강원일보, 2005. 10. 08)
[나] 요사이 우리 사회는 터진 봇물처럼 마구 흘러드는 외래 문명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지경이다. 세계화가 미국이라는 한 나라의 주도 아래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은 얼마 전 영어를 아예 공용어로 채택하는 안을 검토한 바 있다. 문화 인류학자들은 이번 세기가 끝나기 전에 대부분의 언어들이 이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예측한다. 언어를 잃는다는 것은 곧 그 언어로 세운 문화도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그토록 긍지를 갖고 있는 우리말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중략)
영어는 배워서 나쁠 것 없고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차원에서 반드시 배워야 한다. 하지만 영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말이다. 우리말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영어를 들여오는 일은 우리 개구리들을 돌보지 않은 채 황소개구리를 들여온 우를 또다시 범하는 것이다.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일은 새 시대를 살아가는 필수 조건이다. 하지만 우리말을 바로 세우는 일에도 소홀해서는 절대 안 된다. 황소개구리의 황소 울음 같은 소리에 익숙해져 참개구리의 소리를 잊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최재천 《황소개구리와 우리말》-
[문제 1] 제시문 [가]와 [나]를 읽고, 오늘날 세계화․정보화 속에서 우리의 말과 글이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실천 방안 하나를 들어 논술하시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08-01-07 15:11:34 동기칼럼/수필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