哀愁의 소야곡

자유게시판

哀愁의 소야곡

박성렬 10 932
 
책가방 메고 가슴엔 손수건 달고
어머니 손잡고 입학하여 시작한 국민학교 시절..
 
토요일 대청소 날이면 모든 걸상 뒤집어 책상 위로 올려 놓고
양철 빠께스에 물 한통 담아 마루 바닥에 흥건하게 뒤집고는
대걸레 앞세우고 교실 바닥을 이리 저리 뛰어 다니던 1960년대..
 
한 겨울이면 난롯가 철망에 삥돌아 도시락 채곡이 쌓고..
교실마다 난로 위에 세겹, 네겹 쌓아논 도시락속 김치가 적당히 냄새를 피울때면
칠판위의 산수 공식 보다는 어서 어서 점심시간 벨소리 울리기만을 침 꼴깍이며
기다리던 철없던 중학교 시절...
 
봄 소풍때엔 너나 없이 리쿠사쿠 속에 김밥과 삶은계란..그리고 칠성사이다 한병..
어쩌다 김밥위에 계란 후라이라도 덮어 온 놈이 부러워 몰래 숨어서 먹던 그 시절에도
 
아직은 우리의 앞날에 어떤 변화들이 기다리고 있는줄 모르던 그런 시절이었다.
 
 
등교길 버스 안에서 어쩌다 눈 한번 마주친 여학생 따라
괜히 엉뚱한 곳에서 같이 내렸다간 말 한마디 못하고
한참을 되돌아 걸어 오면서도 마냥 좋기만 했던..
 
체육기구 보관 창고에 서너명이 둘러 앉아
손가락 끝이 뜨거울때까지 담배 한대 돌려 피우며
띵해진 머리 들고 몰래 나오다 걸려서
다같이 생활지도부 바닥에 꿇어 앉아 킥킥대다 출석부로 또 맞고
옆에 놈 반성문 배껴 쓰던 그런 고등학교 시절..
 
대학은 반드시 가야 하는 다음 코스이기에
부모님에게 효도하는 유일한 길이라 굳게 믿고서
이 학원 저 학원 전전 하면서도 좀처럼 올라 가지 않는 성적표가 못내 죄스러워
몰래 감춰 놨던 성적표를 어느틈에 들고 계신 어머님의 한숨 소리에
밤새워 책상 머리에 앉아 이를 악다물던 그 시절에도..
 
우린 그저 그런 평범한 고등학생들 이었다..
 
모두가 독재라니 괜히 싫어서 엉겹결에 출정식에 끼었다가는
최루탄 가스에 눈물 콧물 흘리다가 경찰봉에 머리 터진 옆에 놈에 눈이 뒤집혀
악을 쓰다 경찰서에 때거리로 잡혀 갔던 그 군사독재 대학시절에도..
 
뻑 하면 휴교령에 생전 처음 듣는 유언비어 살포 금지란 말에
친구들과 술자리에서도 속 시원히 속에 말 한마디 못했던..
그저 모든 세상이 암울과 절망 뿐이었기에
앞날의 설계는 애저녁에 꿈도 못 꿔봤던 그런 무시무시한 시절에도..
 
수업 끝난 텅빈 운동장에서 그래도 내일의 멋진 장교를 꿈꾸며
거꾸로 세운 M1을 머리에 꽂고서 오리걸음으로 꽥꽥 거리던 후보생 시절..
어깨 위의 계급장이 혼자서도 뿌듯하여 거울 보며 으쓱대던 초급장교 시절..
 
그때만 해도 우린 붉은 피가 펄펄 끓는 그런 청년들이었다.
 
마누라와 부모님 사이에서 쩔쩔 메다가
잠든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에 몰래 베란다에 나와 담배 한대 품으며
왠지 무능한 것만 같은 자신을 탓하며
내일서부턴 마누라와 부모님께 모두 잘 할것을 혼자서 다짐하면서 
 
어느날 문득 거울 속의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 될 때
이미 피어난 희끗거리는 새치를 애써 뽑아가며
그래도 자신이 아직 청년이기를 소원하다가..
드디어 이미 50대가 되어 버린 자신을 스스로 인정하는 미련둥이들..
 
선진조국 건설과 근대화의 물결 속에 자신도 모르게 편승 했다가
한때는 자신만이 이 시대의 진정한 역군이라 자부 하면서
선배들의 질타와 후배들의 추격 사이에서 불안해 하다가는
어느날 퇴출과 명퇴라는 명찰과 함께 버려진 늙은 청년들..
 
쉬기엔 이르고 다시 시작하기엔 너무 늦어버린
그래도 아직은 보살펴야 할 부모님과 자식들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 시대의 늙은 청년들...
 
그나마 건강한 것이 최고라고 애써 자조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을 휘감고 도는 찬 바람결에
나만이 버려진것 같아 혼자 울면서
 
그 끝이 어딘지 모를 종착역을 향하여
50대의 늙은 청년들은
 
오늘도 그저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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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엄기준
감동~~~
광주로 가져갑니다~~~
정재화
성렬이가 우리의 자화상을 글로 아 ! 나도 감동혀
유재황
맞아!  우리의 삶의 과정을 적절하게 표현한것 같으이.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우리동기들은 부모님 잘만나서  평균이상으로 살았다 생각하네. 잘하세, 부모님께......
최해원
자네 글을 읽고 있자니 길게 한숨만 폭폭 나오니 우쩌면 좋다냐 ??
나두 자네처럼 그져 걸어야 쓰것따 !!
모두들 힘 내시게 ~~~~~~ 아직도 30년이 우릴 기다리고 있짜나 !!!
오자진1D
잘쓴다 잘쓴다하니까 자꾸만 쓰는구만
동기회보에 당첨 되었다 4면에
임우순
좋은 글 감동의 글 참말로 고마우리.....
배형근
박수석 언제나 감동 주는글!
그 고마움을 어찌하리!
그대는 99 88(구십구세까지 팔팔) 할것이고 아니 우리모두 99 88할것이니
지나온 세월 살아갈날의 양념으로 생각하고
더욱더 열심히 뛰어 보세나
박두현
박수석도 많이 늙었어! 회상하고 추억을 즐기고 ....
 마음속에서 'me too'라고 맞장구를 치고마는 나도 요즈음 손주들 귀여움에 나를 잊고 그저 웃고만 있네. ^^
서재걸
현 우리네 자화상을 그대로 보여준 성렬 칭구의 글 솜씨가 대단하이...역시 주님을 사랑하는 칭구 답게 구구절절 폐부를 콕 찌르는 대목들이 맴을 심란하게 하누만...그래도 사는동안 되도록이면 나쁜꼴 멀리하고 보고 싶은 사람들 얼굴 자주 보고 열심히 자미나게 살수 있도록 노력은 해 보더라구...존 글 감사허이...
김형목
좋은 글 고마우이 ~~~~~
성열이 글이 우리들의 자화상 인것을 ㅋㅋㅋㅋㅋ
우리의 옛 추억이 새록새록 생각 나누만 ! ! ! ! !
못된 망아지 엉덩이에 뿔난다고 천방지축으로 생활하던 시절들 ? ? ? ? ?
이젠 言必信, 行必果(언필신, 행필과)하며 즐겁게 사시길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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