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산 우에 바닷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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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산 우에 바닷길'을 걷다

조주현 30 985
 
모처럼의 휴식!! 평소 점찍어 두었던 '강릉 바우길 8구간' 답사를 나섰다.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지척에 동해바다를 옆에 끼고 걷는 멋진 길이다. 1996년 침투하다 좌초된 북한잠수정이 전시되어 있는 통일공원에서 출발하여 모래시계로 유명한 정동진역이 오늘 답사의 종점이다. 국문학적으로는 <헌화가> <해가사>의 주인공 수로부인의 숨결과 발자취가 서린, 동해안에서도 절경 중의 절경으로 꼽히는 코스이다.
 

1996년 9월 북한잠수정이 전시되어 있는 통일공원!!<퍼온 사진> 지나간 역사는 '내가 언제 그랬냐?' 하며 정지된 공간에 갇혀 망각이라는 침식의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등명낙가사' 에서 괘방산을 향해 올랐다. 이 절에는 '68년 12월 울진 삼척 무장공비 침투 사건으로 희생된 이승복군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아름다운 경관만큼 분단의 아픔도 서려있는 이 곳.  그 처연한 대비가  차라리 비장미를 더해 준다.  바닷가에 굳건히 쳐진 비정한 철조망!!  경비 초소 너머로 맑은 물색과의 대조도 그랬다. 내려다 보니 뱃길, 자동차길, 철길, 하늘길이 정답게 어우러져 있다. 길이란 길이 모두 한데 모여있는 곳!! 자연의 서정과 역사의 서사가 엉켜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파도만 바라보고 있었다.
 
 
괘방산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가 우연히 눈에 띈 <1996년 북한 잠수정 승조원이 구축한 비트가 발견된 곳>이라는 팻말!! '도대체 이 놈들이 어떤 루트로 올라간거여?' 이 엉뚱한 호기심 발동으로 장장 시간 반 가량을 길없는 산속에서 헤매이는 시련을 겪게 될 줄이야!!! 졸지에 무장공비 루트를 경험한 것이다.
 

 
 
거의 두시간  산짐승 다니는 길을 헤매다가 만난 임도. 길을 만났다는 반가움도 잠시! 누가 이렇게 흉측하게 산의 옆구리를 파헤쳐 놓았는가 안스러웠다. 황량한 임도를 따라 걷노라니 엄청 덥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영동지역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이었다) 그 길을 따라 걷다보니 폐광 하나 산 기슭에 큰 입을 벌리고 있다. 갱도에서 흘러 나오는 물. 시원하고 목넘김이 좋다.
 
 

긴장이 풀리니 배가 고프다. 싸가지고 온 점심을 길바닥에 풀어 놓았다. 보온병 속의 따뜻한 커피, 알맞게 건조된 곶감, 고추장 발라온 파프리카, 찰떡 , 두유 등등----. 산중의 식사 이 정도면 왕의 수라상도 부럽지 않지 암!!
 
겨우 진입한 바우길 등산로. 먼 바다에 유람선이 유유히 떠간다. 내리막길이라 속도도 붙는다. 일망무제의 대양!! 녹음이 짙어 시야가 넓지 못한게 흠이다.
 
당집!!  정동진 3.9km. 이정표가 반갑다. 이 코스는 산 우에서 파도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하여 '산 우에 바닷길'이라 명명했거늘, 지금은 요란한 풀벌레 소리 밖에 없다. 여름이 물러나며 내지르는 요란한 대자연의 소리에 귀가 멍멍해 온다. 
 
목적지가 보인다. 길은 시작하기만하면 어디엔가 끝이있다. 저 아래가 정동진이다. 산행 끝에 지친 몸은 저만치 보이는 목거지가 위안이기도 하지만 또 한모퉁이를 돌고 다시 나타나는 산자락을 넘어야 다가갈 수 있으므로 더 마음이 조급하고 힘들다. 저 아래 언덕 위에 뻘쭘하게 올려 놓여진 '정동진선쿠르즈호텔'이 한눈에 들어온다. 배는 물에 떠있을 때 비로소 배 아닐까? 
 
 
구간 산행을 마쳤다. 인증샷을 하고, 캔맥주 한 캔을 단숨에 털어 넣었다. '캬!! 이 맛이지---"  차라리 잠시 눕고 싶었는데 한 무리의 경상도 아줌마들이 몰려와 '오늘같은 날 고추말리기 딱 좋은 날이제. 킥킥킥---' 어쩌구 저쩌구 소란을 떨어 정신 산란하여 자리를 옮겼다. '고추말리기??'  이상한 뉘앙스일세----.
 
 
정동진역!!  떠나감이 있으면 돌아옴도 있으리. 플렛홈에 서면 누구나 가슴이 두근거린다. 누구나 가슴 속에 보헤미안이 들어있다고 했다. 아니면 그 옛날 이 길에서 아름다운 수로부인을 보고 <헌화가>를 불렀다는 어느 노인의 로멘틱한 정서를 따라잡기 해도 흉이 안될 나이 아닌가?  그러나 휘휘 둘러 보아도 어디에도 수로부인은 없었다.
2011년 8월 28일. 여름이 채 물러나지 않은 무더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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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임우순
좋은 둘레길 코스를 자세하게도 안내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공기 좋고, 물 좋은 강원도는 항시 좋아요....
조주현
강원도는 <바우길>입니다 ㅎㅎ
서옥하
맨위 지도에 해랑당이라는 글자가 보이는데, 삼척 해신당처럼 여기도 남근 엮어서 걸어놓은 사당같은 곳인가?
조장학관 기행문은 분위기(?)가 있네 그려! 잘 보았네!
조주현
이 사람은 바다 해(海)자만 들어가면 남근 생각이 나는가?  해신당하고는 다르지 않을까?(삼척 해신당은 전국적으로도 독특한 기원 토템을 가지고 있다고 함) 암튼  해랑당을 안가봐서 모르겠네.
서옥하
海자에 娘자가 들어가면 당연히 바다아가씨겠지!  남근에 의지(?)해서 사고나 해일피해를 줄이려고 하는 동해안의 풍습은 어디나 큰 차이가 없을걸?
삼척 해신당 재개발할때 자문하러 간적 있는데, 내말이 맞을것 같다! 내기(^_^)할래?
언제 확인해서 연락좀 줘!
조주현
무슨내기? 술내기? 그건 자신있다. 내가 져도 별로 손해 볼 것도 없구--- ㅎㅎㅎ 조사해서 알려드릴께!!
서정이 묻어나는 조교육감의 멋진 산행기를 찬찬히 읽다 보니 지난 해 삼척에서 동해까지 해안도로를 쭉~따라
자동차로 달리면서 감탄사를 연발했던 끝도 없이 넓고 검푸른 동해와 해안선, 쉴새 없이 휘몰아치며 으르렁 거리던 하얀 파고의 거친 숨결, 곳 곳의 절경들이 절로 떠오릅니다만.
이 코스는 바다와 산이 더불어 숨을 쉬는 것 같아서 꼭 한번 답사하고 싶네요. 고맙습니다. ^^

조주현
요즘 해안선을 따라 도보 여행 또는 자전거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같아요. 자동차로 달리는 것과는 다른 맛이 있을 듯!! 오면 전화해요. 물회 한그릇은 사드릴께.
박두현
뉴스를 보니 요샌 오징어 새끼도 잘 안나온다던데 ... 그러고 보니 싱싱한 물회 맛본지도 너무 오래 되었구료. 
바닷속 온도가 변했는지 남쪽에서나 양식하던 피고막이 동해에서 양식이 잘 되어서 어민들 소득이 늘고 있다고 합디다만 감사한 말씀 기억해 두었다가 언젠가 꺼내겠습니다. ^^
윤윤병
ㅎㅎㅎ 혼자서도 잘해요!
오늘 동해안 구경 잘했습니다.
조주현
원래 혼자 다니는 맛이 훨씬 깊은 맛이 나지요. ㅎㅎㅎ--.
이종섭
강원도가 인구 적고 예산 적고 공단 없고 별볼일 없는 동네 맞지?
그래도 공기 좋고 물 좋고 풍광 좋아 늙으막히 지내기는 최고의 고장인가 보다
그런 곳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동기가 부럽다^^
조주현
별볼일 없다?  좋다는 쪽으로 해석하지요. 늘그막에는 오히려 대도회지에서 살아야 한다고 했오. 무릅꼬뱅이에 힘이 있어야 촌에서 살고 산골짜기를 오르내릴 수 있는법이지요. 늙거서 힘없을 때 애스컬레이터도 타고 지하철도 타야줘 ㅎㅎㅎ
김영준
조선생! 혼자다니지마라, 특히 산이나 오솔길을 혼자 다니는게 습관이 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울증이 찿아올
          확률이 50대에는 굉장히 높다는 의학적 통계가있다(믿거나말거나) 나도 요즈음 혼자 산에갈 기회가있어
          몇번 다녀왔느데, 다녀온후 말이 많이 줄어든것을 느낄수있었다, 흘려 듣지말기 바랍니다.
         건강한 모습보니 좋습니다, 지나친 음주는 건강에적 입니다.혼자 있다고 일병 더 를 외치는건 아니겠지요!
박두현
누가 누굴 충고 하시는지? ㅋㅋ
지나친 음주는 그대에게 딱~ 어울리는 용어요. 발등자락은 이젠 괜찮은거요. 다음 달에는 수락산, 북한산 연 2주간 가야 하는데 ... 추석에는 기름진 음식 더 조심 하시길 ^^
조주현
몇년 후면 마누라 옆에 착 달라붙어 몇십년을 살아야하는데-----. 마누라 옆에서 뜨뜻한 밥 얻어먹는 사람들은 모른다!! 이 자유로움을---. 그 자유로움이 얼마남지 않았음도----- ㅎㅎㅎㅎ 혼자서는 거의 술마시지 않으니 걱정 마시고, 그대나 절주하시게!!  ㅎㅎㅎ
송재용
좋아보이네!.....어제 조상묘소들 벌초하느라 날씨탓에 녹초가 되었는데 부러우이!......
조주현
아직도 잔치는 끝나지 않았는지 여전히 바쁘다네. 연수원에 오니 제주도 출장갈 일도 없고---. 보고 싶어도 참아야지 뭐 ㅎㅎㅎ
정재화
조대감 몸관리 잘 하여가며 때론 적당히 두주불사
동기중에도 자네가 가장 현명한 삶을
보내는듯하여 부럽소
조주현
아니오. 영적으로 충만하고 훨씬 절제있는 그대의 삶을 난 몰래몰래 훔쳐보고 있는 중이라오. 우리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정진앙
조장학관 좋은글 감사합니다. 그동안 바삐 사느라 다녀 보지 못한 곳을 다녀볼 계획인데(퇴직 후에),
주옥 같은 설명을 곁들인 그 곳을 찜~ 하였습니다. 나중에 꼬~옥~ 한번 시간에 얽메이지 않고
다녀 볼 게획입니다. 다시 한번 좋은 글 감사합니다.
조주현
퇴임하면 걸어다니기도 힘든데--- 무릅 꼬뱅이에 힘있을 때 다녀야한다네. ㅎㅎㅎㅎ  시간내어 영넘어 오시게. 물회 한그릇은 사드릴께!!
전병환
산 우에 바닷길
구경 잘하고 갑니다...
그무덥던 8월28일은 조상님의 발자취를 따라
충청도의 이산저산 벌초하러 다니느라 모진고생으로 녹초가 되어 집에오니 밤열두시... 
언제나 좋은날 되세요~~~~ 
박성렬
1977년 6월 하순의 어느날...정동진이라는 듣도 보도 못했던 한 20여 가구가 모여살던 쬐끄만 포구에 새벽 한두시쯤 따불백 맨 나를 2 와1/2톤 트럭에서 휭하니 떨구어 놓고 가던 연대 인사장교가 하는말...
"조심해서 근무 잘 하거라"
 
하도 기가막혀 파도 철썩대는 백사장에 주저 앉아 담배한대 빨고 있자니 정동진역 바로 앞에있던 소초에서 철모도 없이 야전잠바에 양손을 푹 찌른채 누군가가 어슬렁 어슬렁 다가와서는 내 얼굴에 후라시들 들이대며 또 한다는 말이...
"조심하거래이...그러다가 총 맞는다....  이제야 왔구나...씨XX들..2년을 기다렸고마"
13기 선배의 환영사였다.
 
아~아~...나의 한많은(?) 동경사 생활은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
최해원
어쭈 ~~~ 제법 소설이 되어가는디 ㅋㅋㅋㅋ 다음편이 기대된다 ㅋㅋㅋㅋ
조주현
그 때 오염된 동해 바다가 최근에야 정화되었지아마?? --- ㅋㅋㅋㅋ
최해원
하다만 백두대간은 우쩔껴 ??????????????????????
조주현
참 기억력도 좋으셔라------. ㅎㅎㅎ 문경 새재 근처까지 내려 갔는데, 우리 등반팀의 대장님이 영 미온적이라(병사출신이라서 그런가? ㅋㅋㅋ) 진척이 없네 그랴!! 죽기전에 지리산 천황봉을 밟아야할텐데----.
이승준
조장학관.. 여유롭고, 좋아 보이네~
사진도 깔끔하고..
언제 함 가보고 싶네..
조주현
오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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